사법개혁안이 검찰과 법원 등의 반발과 여야의 극심한 의견 대립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국회에 이어 또다시 좌초하게 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6월 13일 국회에서 5인 회의를 열고 여야 간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과 대법관 증원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6월 13일 최대 쟁점인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안, 특수수사청 설치안, 법원 상고심 개편안, 양형기준법 개선안 등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개혁 포기’를 선언했다

사법개혁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는 일각의 지적에 사개특위는 강하게 부정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사법제도를 더 공부해야 한다”며 “법조 일원화와 전관예우를 금지한 변호사법 개정안 등이 사법개혁의 방점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등 핵심 쟁점 사안이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사법개혁안의 골간이 법조계 등 기득권 집단 반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사실상 개혁 포기
국회 주도로 논의돼 온 사법 개혁이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6월 13일 최대 쟁점인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안, 특수수사청 설치안, 법원 상고심 개편안, 양형기준법 개선안 등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개혁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사법 개혁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됐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 이어 또다시 좌초되고 말았다. 사개특위는 오후 이주영 위원장과 여야 간사, 법원·검찰관계법소위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5인 소위’를 열고 4대 쟁점 논의 포기와 함께 이달 말까지로 예정된 사개특위 활동 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개특위 간사인 한나라당 주성영·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4대 쟁점에 대한 진전이 없어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사개특위는 대신 그동안 여야 간 상당 부분 합의점을 찾은 나머지 쟁점 사안들을 끝까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반대 입장 표명, 검찰의 반발, 저축은행 수사에 따른 여론의 반감 등이 개혁 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검찰은 여야의 중수부 폐지에 대한 잠정 합의를 저축은행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방해로 규정하며 “상륙작전을 시도하는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라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검찰에 힘을 보태며 여권도 입장 선회에 나섰다. 이후 여야는 중수부 폐지 문제 등 중요 쟁점 사안을 놓고 대치를 거듭해 왔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 성사를 위해 여야가 정략적인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주 의원은 “대검 중수부 폐지가 시대적 사명이긴 하지만 현재의 여론 분위기로는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여론의 반감 때문에 대검 중수부 폐지안 등을 더 이상 논의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주·김 의원은 다만 ‘4대 개혁 쟁점에 대한 포기 선언이 사개특위 출범 취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사개특위는 “여야 원내대표의 결단에 의해서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4대 쟁점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야의 ‘네 탓’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여전히 접점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개특위는 6월 17, 20,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나머지 비(非) 쟁점 사안들과 관련된 법안들을 처리했다. 여야는 처리 예정 사안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검·경은 세부 사안에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최종 합의 처리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 한나라당이 ‘사개특위’ 후폭풍에 휩싸였다. 국회 사개특위가 사법개혁의 핵심 쟁점인 중수부 폐지 문제를 어물쩍 넘기자 수면 아래 있던 불만이 일시에 폭발했다. 사진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이주영 정책위의장

검찰, 법원 개혁 사안들도 무산될 위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직접 수사 기능 폐지로 인한 여야 갈등으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됐던 검찰, 법원 개혁 사안들도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한나라당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한 반대 기류가 많아지자 민주당도 법원 개혁과 관련한 종래의 합의를 지키지 못하겠다고 맞서는 전략에 따른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다. 사개특위 전체회의 논의 과정에서 갈등이 깊어지면 기존 합의사항도 연쇄적으로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수부 폐지와 맞물려 무산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양형기준법 제정이다. 양형기준법은 같은 사안에 대해 판사마다 양형이 다른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법원 개혁 사안으로 추진돼 왔던 법이다. 대법원에서 인사, 예산이 독립된 양형위원회를 만들어 주요 범죄에 대한 양형의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양형 기준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받는 내용도 추진됐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판사들의 재판권을 제한하는 양형기준법은 검찰에서는 강력하게 요구했고 법원에서는 반발하는 사안이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중수부 폐지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권한만 강화시키는 법안에 동의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검찰 복종 의무를 삭제하는 데는 일단 합의했지만 검찰의 지휘권 명문화 문제가 남아 있다. 역시 검찰의 권한과 관련된 문제라 민주당이 검찰의 지휘권 명문화에 합의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은 검찰과 경찰의 자율적인 합의를 유도하고 있지만 쉽지 상황이다. 이 밖에 ▲피의사실 공표제 재정신청 대상 포함 ▲출국금지·압수수색 요건 강화 ▲검찰·법원 인사제도 개선 ▲단계적인 법조일원화 도입 등은 여야가 합의를 이룬 사안이지만 사개특위 전체회의 논의 과정에서 합의가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과 법원의 개혁 사안은 두 기관이 서로를 견제하는 내용이어서 연계돼 있는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한 사안에 대해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사안도 합의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당초 검찰, 법원 개혁 사안 중 핵심이었던 특별수사청 설치와 대법관 증원은 논의가 거의 물 건너간 상황이다. 검찰과 법원에서 가장 반발이 심했던 두 사안에 대해서 여야가 서로 논의하지 않기로 사실상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수부 폐지 둘러싼 여론 갈등 심화
중수부 폐지를 두고 검찰과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 사이에서도 인터넷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자유게시판, 대검찰청 국민마당 등에서 중수부 폐지와 관련한 의견들을 내고 있다. 청와대와 대검찰청 자유게시판 등에는 중수부 폐지와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임종철 씨는 “청와대가 대검찰청 대변인이냐”며 “국가공무원이 입법에 대한 불만을 국민들을 대상으로 표출하고, (청와대가) 이에 굴복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을 봤다”며 “기득권의 세력 앞에서는 대한민국 누구도 개혁할 수 없다는 것을 보면서 한심한 심정이 든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반해 윤대식 씨는 “국회가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숨기려 중수부 폐지안을 들고 나온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도 정치검찰이 돼서도 안 되며 불법이라면 누구를 가릴 것 없이 수사해 법치국가의 위상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서도 중수부 폐지에 대해 검찰들이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비난하는 사람들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참여연대 사법개혁공동대책위원회는 청와대가 정치권의 대검찰청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한 규탄 성명을 6월 7일 발표했다.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개혁공대위 간사는 “국회에서 사법개혁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인데 행정 수반인 대통령이 나서서 중수부 폐지를 신중히 하라고 언급한 것은 입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본다”며 비판했다. 그에 반해 선진화개혁추진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정치권을 비롯한 거대 권력과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유일한 사정기관인 대검 중수부를 없애버리면 앞으로 정치인들과 거대 권력이 저지르는 부정부패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가뜩이나 썩어 냄새나는 정치권을 더욱 썩게 하는 결과가 된다”며 중수부 폐지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중수부 폐지에 대한 여론의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중수부 폐지 반대한 청와대
청와대가 6월 6일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은 무엇보다 현재 여야가 검토 중인 ‘대안’이 오히려 중수부 존치보다 못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 폐지에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한 ‘전국단위 수사체계’인 중수부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오늘 수석비서관회의 결론은 중수부를 영원히 개혁하지 말자는 뜻이라기보다는 지금 현 시점이 중수부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라며 “수석들 만장일치로 폐지 반대에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회의 직후 중수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참모들의 입장을 보고했으며 이 대통령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의 대안으로 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여당은 서울중앙지검내 별도 수사조직 설치를 각각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두 가지 방안 모두에 부정적이다. 두 조직 모두 ‘거악(巨惡)’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구조와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조직인 공수처는 독립기구로 만든다 해도 검찰보다 정권의 영향력에서 더 자유롭지 못할 수 있고, 서울중앙지검 산하 수사기구의 경우 지검장이 검찰총장 승진 대상이어서 대검 산하 중수부보다 더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보듯 서울, 광주, 부산 등 수사가 광역에서 이뤄져야 하는 추세인데, 서울중앙지검내 권력형 비리 수사기구를 둘 경우 전국단위의 효율적 수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중수부가 최선의 안은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현상 유지’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비리 사태를 수사 중인 점을 고려, 중요한 수사를 하는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고자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3대 비리 척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표를 밝혔고 저축은행 비리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선언한 만큼 중수부가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사실 청와대는 지난 3월 사개특위가 중수부 폐지안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중수부 폐지가 크게 부각되지 않아 굳이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최근 사개특위 소위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에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쟁점화되자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나서 이를 정리해줄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 폐지 반대로 입장을 정한 데에는 국회의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한 국민적 여론도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검찰의 수사에서 자유로워지고 검찰의 힘도 빼자는 정치적 이기주의에서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적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솔직히 대검 중수부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도 별로 좋지 않은 것 아니냐”면서 “국회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움직임에 촉각 곤두세운 검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사법개혁안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6월 10일 전체회의를 열자, 검찰은 긴장 속에 국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이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검찰 수뇌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6월 10일 오전 대검의 한 검사장은 “사개특위 전체회의 차원의 논의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여러 차례 회의가 예정돼 있어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개특위 위원의 다수를 한나라당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수부 존치의 희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뇌부의 모습과 달리 검찰 내부망에서는 중수부 폐지 반대 목소리는 물론 경찰의 수사개시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경남지역 지청의 박모 검사는 6월 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중수부 폐지론의 3가지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행 검찰청법상 검찰총장도 검사로서 범죄수사를 해야 할 직무와 권한이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범죄수사의 총괄자인 검찰총장의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시도는 법률이 부여한 검찰총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총장의 직할부대인 중수부 폐지는 결국 총장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검사들은 “대법원에 전원합의체가 있듯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 수사를 위해 중수부는 필요하다”며 “정치적 중립은 입법, 사법, 행정, 언론, 시민단체 등의 견제와 균형에 의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 대검에 설치한 부서 하나를 폐지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지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경찰 수사개시권 명문화에 대해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경찰 수사개시권 인정이나 검찰 수사지휘의 배제가 마치 경찰의 노예해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6월로 마무리되는 사개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법개혁 좌초는 법조계의 저항과 여야간 이견때문
여야 정치권이 1년4개월간 논의해온 사법개혁안이 결국 무위로 돌아간 데에는 법조계의 거센 저항과 여야간 이견이 직접적 원인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는 지난해 2월 닻을 올릴 때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여야는 검찰·법원·변호사 개혁 분야 등 3개 소위로 이뤄진 특위를 구성, 활동에 들어갔으나 비교섭단체 몫 위원의 배분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으로 한달 뒤인 3월 16일에서야 늑장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한나라당이 “10년 좌파정권의 대못을 뽑아 버리겠다”며 대법관 대폭 증원 및 경력법관제 도입 등의 법원 대수술 방안을 내놓자 민주당이 ‘사법부 장악 음모’‘법원 길들이기’라며 반발하면서 험로가 예고됐다. 또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는 한나라당내 부정적 기류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여기에 법원과 검찰 등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을 향한 로비전도 상당한 저항 요소로 작용했다.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특위는 활동시한을 지난 연말에서 6개월 연장해 ‘6인 소위’를 꾸린 뒤 3월 10일 특수청 신설과 대법관 증원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법개혁의 ‘뜨거운 감자’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특위 내 갈등도 본격화했다. 당장 특위내 검찰 출신 인사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검찰소위는 지난 6월 3일 ‘대검 중수부 폐지 합의’를 발표했다. 이에 검찰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저축은행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방해”라고 주장하는 등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여기에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방향을 틀면서 여당내 기류도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여야는 대치를 거듭하다 핵심 쟁점들을 남겨둔 채 지난 6월 말 막을 내리게 됐다. 특위는 결국 빈손으로 활동을 끝냈지만 성과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관예우 금지를 위해 퇴직한 판·검사의 수임을 1년간 제한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압수수색 요건 강화와 기소검사 실명제 등에 대해서도 여야가 의견 일치를 이뤄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포함한 비쟁점 개혁안도 여야가 약속한 대로 처리해 이도 역시 의미있는 성과로 기록됐다. 문제는 불발된 대검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 문제 등 사법개혁의 4대 핵심과제가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로 넘겨지면서 장기간 표류할 공산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특위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쟁점들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법사위에서 극적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특위 소속 의원들 조차 법사위 처리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사법개혁의 4대 핵심과제는 다음 국회,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사개특위 후폭풍 맞은 한나라당
한나라당이 ‘사개특위’ 후폭풍에 휩싸였다. 국회 사개특위가 사법개혁의 핵심 쟁점인 중수부 폐지 문제를 어물쩍 넘기자 수면 아래 있던 불만이 일시에 폭발했다. 쟁점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능 폐지 △판·검사 비리수사 전담 특별수사청 설치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을 처리하지 않을 거면서 1년4개월 동안 쓸데없이 소모전만 벌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 안팎에 “개혁이 좌초됐다”“여당이 검찰과 청와대에 발목 잡혔다”는 불신만 쌓게 해 재보선 참패 후 박차를 가했던 ‘쇄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위기다. 대표 권한대행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6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중단 없이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판여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사법개혁 중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거는 한편 7·4전당대회에서도 뜻을 같이 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는 쪽은 검찰, 청와대, 검찰 출신들, 그리고 뭔가 꺼림직한 사람들”이라며 “중수부를 폐지하고 특별수사청을 설치하자는 당초 합의가 외압과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좌초된 점을 결코 용납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 쇄신파 모임인 ‘새로운한나라’도 이날 좌초된 사법개혁을 주제로 정례회동을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사개특위 한나라당 간사 주성영 의원은 여·야가 연장치 않기로 결정한 사개특위 기한 연장 가능성을 거론했다. 검찰 출신인 주 의원은 “여·야 지도부도 사개특위 연장에 대한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검찰 출신들이 사개특위 안에 너무 많았던 만큼 사개특위 기간을 연장한다면 구성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금명간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를 골자로 하는 ‘특별수사청설치법(가칭)’을 발의하고 관련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물론 중수부 폐지 여부를 매듭짓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개특위 활동 자체를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검찰 출신인 박준선 의원은 “중수부의 거악(巨惡) 척결 기능은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논해야지 기관 자체를 폐지하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개특위 위원인 검찰 출신 장윤석 의원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4개 쟁점을 법사위로 넘겼다고 해서 사법개혁이 무산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퇴직 판·검사의 수임금지 규정을 입법화한 게 사개특위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