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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VS 이세돌 4-1로 마무리
인간 뛰어넘는 인공지능 시대 도래하나
2016년 04월 08일 (금) 13:19:1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알파고는 인간계 최강인 이세돌 9단을 무력화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는 초당 수만번의 수를 계산하지만, 이세돌 9단은 순전히 사고의 힘으로 경기를 펼쳤다”며 “이세돌 9단의 천재성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결에서 압승한 바둑은 4000년 역사에 이른다. 돌을 놓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복잡해 컴퓨터는 넘볼 수 없는 ‘성역’에 가까웠다. 이에 비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사람의 직관까지 모방할 뿐 아니라, 최첨단 트리 탐색과 두 개의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완벽한 수읽기로 인공지능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마지막 5국은 접전 끝 알파고의 불계승
3월15일 진행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5국은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인간과 인공지능의 역사적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의 4대1 승리로 끝났다. 앞서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승리한 뒤 “백돌로 이겼으니 5국은 흑돌로 두고 싶다”며 딥마인드 측에 즉석으로 제안한 바 있다. 바둑은 통상 선공인 백돌이 유리한데 돌 색깔을 바꿔 알파고를 더 알아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던 것. 제 5국은 앞서 펼친 네 번의 대국에서 벗어나 가장 이세돌 다운 바둑을 뒀다는 평가다. 이날 이세돌 9단은 기분 좋은 시작을 보였다. 그동안 초중반까지 크게 밀리면서 무리한 종반 대국을 이어갔던 이 9단이 초반부터 실리를 차지하며 자신의 집을 확보한 것. 바둑TV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유창혁 9단은 “이 9단이 평정심을 찾고 본인의 바둑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 5국은 중반까지 팽팽한 형세가 유지됐다. 흑 75집, 백 67집, 덤 7.5집을 감안하면 반집 차이의 근소한 승부가 이어졌으나, 계가(집 수를 계산하는)에서 앞서는 알파고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종반 이 9단은 좌하귀에서 돌 5개를 내주는 ‘바꿔치기’로 찬스를 꾀했으나 알파고는 흔들리지 않았다. 형세가 급변한 것은 종반전에 돌입하면서 알파고가 선택한 좌하귀 바꿔치기다. 이 바꿔치기는 인간의 계산 능력으로서는 득실을 따지기 굉장히 어려운 판단이었다.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상황이 초미세 형국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이 9단이 반 집 정도 부족하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유 9단은 “좌하귀 바꿔치기 할 때와 중앙에서 조금 더 강하게 싸웠으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비록 알파고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이 9단이 잘 싸웠다는 게 바둑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처음으로 알파고가 초읽기에 들어가게 몰아붙였기 때문. 그러나 정확한 집 계산 능력에서 인공지능 컴퓨터를 인간이 넘어서기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는 평이다. 미세한 상황으로 막판 끝내기에 접어들면서 최대 변수는 이세돌 9단의 직관과 알파고의 계산 싸움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었다.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렸고 알파고 또한 막판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알파고가 집 계산 능력에 앞서 미세한 승리를 챙겼다. 현장 해설을 맡은 김정룡 9단은 “오늘 대국은 1~4국에서 한 번도 없었던 매우 미세한 계가 바둑이었다. 이 9단이 안정적으로 뒀으나 알파고가 더 안정적이었다”면서도 “이 9단이 오늘 계가를 통해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극찬했다.

알파고, 자가학습 통해 지식체계 구축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는 한계점이 오는 시점이 2045년이라고 예측하는 상황이다. 감동근 교수는 “구글은 알파고의 대국을 통해 여러 사람이 공동 연구한 결과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며 “너무 절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 기술정책과장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특이점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며 “아직 4차산업 혁명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인공지능은 인간의 편의성을 향상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0년 전에도 정보화사회가 출몰하게 되면 인간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또 “학계가 지능기술분야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을 구상해 오히려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일을 가능케 할 수 있다”며 “인간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더 많은 집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박사는 알파고가 자가학습을 통해 지식체계를 구축해나간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무작위대입(Brute-Force)을 통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IBM 슈퍼컴퓨터와는 학습 방식이 다르다. ‘무작위대입’은 모든 경우의 수를 탐색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여기서 발전한 방식으로 무작위 표본 추출(Monte-Carlo tree Search)이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하는 것처럼 표본만 추출해 탐색하는 것이다. 물론 표본 집단 크기가 커질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감동근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그러나 바둑의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수보다도 많기에 이들 방법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알파고는 GPU 200개와 CPU 1200개라는 막강한 컴퓨팅 자원을 기반으로 탐색공간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줄이는 데 탁월한 기술을 갖췄다”고 말했다. 사람은 형세를 보고 안 될 것 같은 수는 일찌감치 제외하고 될 것 같은 수만 자세히 들여다본다. 알파고는 이러한 사람의 수 읽기 능력과 형세를 이해하는 능력을 흉내 냈다. 알파고가 사용하는 신경계로 정책망과 가치망이 있다. 정책망은 형세를 판단하고, 가치망은 각 수마다 승자를 예측한다. 감 교수는 “구글은 자본이랑 전문 연구 인력이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며 딥러닝을 활용해 바둑 문제를 풀었다”며 “알파고의 가치만은 상당히 정확한 측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계와 산업계, AI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을 계기로 AI 혁명이 우리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와 함께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교차한다. 우선 과학계와 산업계에서는 AI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AI를 활용, 고객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왓슨’으로 우수 고객의 투자 선호도를 파악,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 주고 있다. 미국 법률회사 로스인텔리전스도 조사 업무의 효율 향상을 위해 왓슨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는 인공지능 기술로 치료 대상에 꼭 맞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가려내 연구 효율을 15%나 높였다. 의무기록을 입력하거나 검색하는 작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면 의사의 단순 업무가 줄어들어 환자와 눈을 맞춘 문진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은 단순 ‘자동화’와도 다르다. AI 덕분에 제조업의 경쟁력 요소가 인건비 절감이 아닌 시스템 지능화로 바뀌면서 선진국에선 오히려 제조업으로 회귀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조성대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인간과 인공지능은 상호보완적인 협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잘 하거나 어려워하는 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계산량이 많으면 힘들어 하고, 로봇은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동작이 쉽지 않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으로 인간의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직업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인공지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반면, 이런 서비스를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지 형평성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는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이 지난해 2억달러 수준에서 2024년 111억달러 연평균 56.1%씩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우수한 인공지능을 보유한 일부 기업이 독점하며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격차가 벌어지면 후발 주자의 추격도 쉽지 않다. ‘승자독식’을 막으려면 인공지능을 사회 전체의 공공 기반기술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공지능 로봇 가격은 연평균 10% 이상 계속 하락하고 있는 반면 근로자 임금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 한국 제조업 노동력의 40%는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게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이 예술 창작이나 뉴스 서비스 같은 영역으로 확장되면 신시장이 열리고 문화적 다양성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 권력층에 의해 정치 사회적인 이슈들이 특정 방향으로 조작·유도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남용과 오작동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새로운 법과 규제 체계 등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미국의 한 대형마트는 흑인 바비인형을 백인 바비인형보다 2배가량 비싸게 팔아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확산되면 소비자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제공자의 윤리적 시각이 이보다 더 큰 차별을 부를 수도 있다. 쇼핑센터가 고객 맞춤형이라는 명목 아래 인종차별적인 알고리즘을 도입해도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인공지능은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내린 판단을 행동으로 실천한다. 알고리즘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판단이나 행동의 결과는 잘못될 수밖에 없다. 기계에게 권한과 책임을 어디까지 부여할지도 지금으로선 답이 없다. 테러리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뒤 미국과 유럽에서 폐쇄회로(CC)TV에 인공지능 기술을 넣는 연구가 진행되자 인공지능을 대중 감시 도구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인공지능 개체가 입수한 개인정보를 시스템 전체가 공유하면 사생활 침해 위험은 더욱 커진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타당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요구된다. 알파고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40) 대표는 모회사인 구글에 자신의 팀을 통제할 수 있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위험성을 개발자조차도 경계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기술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은 남는다. 가장 시급한 건 이를 부각시키며 기계와 공존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체계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공지능 기술영향평가에 참가한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산업연구팀장은 “암기와 연산, 정보획득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창의성과 사회성, 감성, 협업, 종합적 사고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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