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文化)는 특정 지역이나 사회의 구성원들이 살아가면서 공유하는 의·식·주, 관습, 언어, 예술, 사고방식, 가치관 등과 관련되는 모습을 지칭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문화는 관점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 된다.

황태일 기자 hti@

문화는 특정 문화를 형성한 지역과 사람들의 역사 및 전통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교육, 학습, 훈련을 통해 전승되는 특성을 갖는다. ‘문화유산’은 말 그대로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문화의 소산’이다.

멋과 예술 담은 합죽선 제작에 장인정신 불태워

▲ 김동식 장인

한류의 바람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불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명제처럼, 최근 전통문화의 계승·보존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김동식 장인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최초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보유자로 지정된 김동식 장인은 14세의 나이에 합죽선을 가업으로 이어온 부채 만드는 일을 시작한 후 현재까지 50여 성상을 합죽선만을 만들어 온 전통 장인이다. 합죽선이란 부채살에 한지를 붙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도록 만든 부채다. 얇게 깎은 대나무 껍질 2개를 붙여 살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바른 부채로 고려시대부터 한국의 대표 공예품이었던 합죽선은 신분의 차이에 따라 부채의 장식을 달리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을 떠나 멋과 예술을 담은 특별한 예술품이었다.

김동식 장인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다들 먹고 살기 힘들 때라 기술이 있으면 굶어죽진 않을 거란 아버지의 권유로 외가에서 부채 일을 시작했다”면서 “외가는 140년 동안 부채를 만들어왔는데 고종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명인이었던 외조부 라학천 선생과 외삼촌 라이선·라태순·라태용 선생으로 그 맥이 이어졌다”고 말한다. 4대째인 김동식 장인이 외가에 들어간 초기에는 허드렛일만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어깨너머로 따라 하기 시작한 그의 솜씨를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합죽선을 만들기 시작했고, 8년 후 독립해 선조들의 가르침과 오랜 시간 홀로 터득한 기술을 더하여 조화롭고 작품성이 풍부한 부채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동식 장인은 “합죽선은 대추나무, 우족, 민어부레로 만든 풀(어교) 등을 재료로 쓰며 담양, 구례, 순천에서 나는 대나무와 전주한지를 사용한다”면서 “부채 겉대와 살에는 매화문과 박쥐문이 정교하게 들어가 있는데, 겉대의 마디는 물결, 한옥 용마루를 표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동식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합죽선은 겉대 옆면에도 대나무살을 잘라 붙이고 손에 잡히는 그립감, 펼치는 느낌 자체도 일품이다. 특히 김동식 장인은 최고급 멋을 내기 위해 부채 머리 부분의 곡선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그가 만든 부채의 머리 부분은 만지면 부드러우면서도 선이 곱고 전체적으로 은은한 멋을 풍겨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부채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 유일의 선자장으로 인정받다
왕실에 진상하던 ‘50살 백첩선’을 비롯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일품인 ‘윤선’, 한지의 칠에 따라 달라지는 황칠선과 옻칠선, 한지와 부채만의 아름다움을 보이기 위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백선, 일본인이 좋아하는 작은 부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합죽선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는 김동식 장인. 이런 그 역시 국내 유일의 선자장으로 인정받기까지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자장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자신이 그만두면 합죽선의 명맥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에 더욱 사명감을 갖고 있다는 김동식 장인.

그는 “부채는 자체로도 얼마나 아름답고 실용적, 영구적인가. 종이가 뜯어질 시 다시 붙이면 되고 살은 물만 안 들어가면 계속 쓸 수 있다”면서 “완성하면 뿌듯하고 받은 분들이 기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언젠가 내 합죽선이 국가기관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전해졌을 때 그렇게 좋아했다고 들었다. 잘만 활용한다면 국가 이미지를 올리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만큼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앞으로 합죽선의 맥이 끊이지 않고 영원히 보존되도록 위한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김동식 장인은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예인들이 존재해야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예인들에게 전시 발표 및 시연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주고 부채를 소모할 수 있도록 도와야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많은 이들이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