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작가’로 유명한 이목일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경남 함양 출생의 이목일 화백은  중앙대 예술대학 회화과와 일본 창형미술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 미술대학에서 수학했다.

황인상 기자 his@

1977년 고향 함양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후 지금까지 30회 가까이 개인전을 가진 이목일 화백은 2003년 뉴욕에서 호랑이 1만 마리 전시회를 가져 ‘호랑이 화백’으로 유명해졌다. 그림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는 이목일 화백,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병마와 싸우며 작품의 영역 더욱 넓어져
지난 2000년 봄부터 이목일 화백은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교외선이 내려다보이는 고양시 원당역 인근 마을회관을 빌려 작품 활동을 하던 그는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가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호랑이가 눈을 부라리며 달려오는 것으로 착각해 놀라 넘어진 뒤부터였다. 이후 이목일 화백은 백두산과 천지를 품에 안은 백두산 호랑이부터 지리산 호랑이, 인왕산 호랑이, 웃는 호랑이, 달빛 아래 포효하는 호랑이 등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호랑이를 그려냈다. 그렇게 시작한 호랑이 그림은 2년 만에 1만 여 점의 완성작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목일 화백은 “처음 500마리를 그릴 때는 털까지 상세하게 그려 시간이 꽤 걸렸는데 차차 털이 없어지고 단순해졌다”면서 “또 7천 마리를 그리니까 화선지에 먹물방울만 떨어져도 그 먹물 방울이 호랑이가 되더니 1만 마리를 그리니 호랑이 혼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2003년 한인 미주 이민 100년을 기념해 뉴욕에서 호랑이 1만 마리 전시회를 가져 미국 언론에 소개되며 해외에서도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인 2004년 미국의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가 그의 호랑이 판화 작품 으로 12점을 사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현재 이목일 화백은 오른손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5년 전 뇌경색을 앓고 난 후부터다. 투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오히려 병마와 싸우며 작품의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고 말한다. 이 화백은 “몸은 불편해졌지만 영감은 풍부해졌고 영혼은 자유로워졌다”면서 “옛날엔 캔버스 앞에서 뭘 그릴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매일같이 주체할 수 없는 영감들이 쏟아진다. 붓이 아닌 이쑤시개나 성냥개비, 칫솔로도 그린다. 내가 느끼는 이 감동을 관람객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최근 그의 작품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유롭고 야수성의 중후한 세련미와 자유로움으로 아우르고 있다. 2013년에 제작된 <동짓날의 추억>은 붉은 누드 작품으로 거의 마티스나 폴 고갱에게서 볼 수 있는 원시적 야성이 그대로 묻어나며 탐미적이고 아름다운 누드보다는 거칠고 강렬한 이미지를 환상적이며 대조적인 색채로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life(생명) 라는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참새나 오리, 그리고 산, 강, 나비와 꽃 ,동물들도 이전의 오브제가 아닌 생명을 지닌 주인공으로 그림 속에 등장한다. 꽃그림도 전면에는 꽃과 나비가 그리고 배경에는 과감하게 거친 붓터치가 자리하면서 자연이 주는 고귀한 생명에 온전하게 몰입되어 있다. 이제 원색으로 빛나는 그의 작품은 자유롭고 순수하며 여유롭고 낙천적이다. 캔버스엔 새, 나비, 물고기, 학, 호랑이, 뱀 등 생명을 지닌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산, 강, 바다, 꽃 등 자연이 살아 숨 쉰다. 자유로운 영혼의 붓질을 이어가다
유머러스하고 자연스럽고 거침없는 회화성과 조형어법이 생명과 만나 새로운 예술세계를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화백. 한국미술대전 심사위원, 함양예술마을 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이 화백은 몸이 불편해진 후 고향인 함양으로 내려가 작품 활동에 전념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나는 영혼을 팔아 그림을 그린다>는 자전적 에세이도 출간, 고난과 역경을 견뎌낸 그의 인생 이야기와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들을 함께 수록해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대신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다면 조건에 응하겠냐는 질문에 그림을 선택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이 화백. 그는 “쓰러진 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생활을 할 바엔 죽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림을 버릴 수 없었다”면서 “사실 그림은 화가가 죽어야 된다.내가 죽으면 죽음과 동시에 내 영혼이 그림에 스며들어  죽어 있던 그림들은 비로소 숨을 시작한다. 그림은 내 인생의 전부다”고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