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사사받은 스승 없이 10살 때부터 붓을 들어 묵화부터 고서(古書)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살아있는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내 것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그리고 또 그리는 고된 독학으로 70년대 국전에 8번 수상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등 동양화단에서 이변을 일으켜온 박대성 화백.

▲ 소산 박대성 화백2006 제5회 문신미술상 수상1979 제2회 중앙미술대전대상 수상 <상림>1978 제1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 수상 <추견>1999.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2001. 예술의전당 청년작가전 심사2002. 2005. 성균관대,세종대,경희대,계명대 출강2003. 동아일보 한국화부문 최고작가선출2004. 동아일보미술대전 분과위원장2005. 정수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박대성 화백은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1676~1759)와 근대 한국화의 대표적 인물 변관식(1899~1976), 이상범(1897~1972)에 이어 실경산수의 맥을 잇는 작가로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네 자연을 통해 전통 한국화의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한국화를 지나간 과거의 예술이 아니라 이 시대의 생동하는 그림으로 만들기 위한 조형적인 시도들을 해왔다.

현장에서 화폭을 펼치는 화가
박대성 화백은 ‘우리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먹 작업으로 승부를 거는 작가다. 전통적 수묵화의 충실한 학습에서 출발한 그의 출세작이자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작품인 <상림(霜林)1979)의 경우, 안개 짙은 산간 마을을 사실적 묘사로 경물을 집약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대상을 압축하면서 담채에 의한 사실적 표현은 경쾌한 화면경영을 보여주고 상큼한 수채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재래의 수묵화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산수의 정신은 살아 있되, 종래의 정형 산수와는 궤도를 달리한 그의 작품들은 감각적 화면구성으로 이미 전통산수의 세계와 거리를 둔 성과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길이 8m의 대작인 <불국설경(佛國雪景),1996>은 이러한 박 화백의 필력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불국사의 건축을 세필로 처리하여 숨을 죽이게 할 수 있는 필력의 소유자인 그는 근경을 흐드러진 소나무 줄기로 화면에 변화와 긴장감을 배치하고 원경에 불국사의 외경을 차분하게 묘사했다. 그 어떤 카메라라 하더라도 쉽게 잡아낼 수 없는 가람의 설경을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표현해 평론가들은 <불국설경>을 일컬어 ‘먹 그림의 승리’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박대성 화백은 현장에서 화폭을 펼치는 화가다.

▲ 천지인 (天地人)

대상이 소화되지 않으면 화폭접어
 그가 경계하는 것은 이른바 관광 산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화백은 “관광객처럼 겉만 흉내 내는 태도의 그림은 그림이 아니다”고 일축한다. 그동안 한국과 북한, 중국 등의 명소들을 여행하면서 작업해왔던 그는 최근 신작들을 통해 장소의 새로움보다 경주에서의 오랜 호흡을 담아냈다. 경주는 박 화백의 작업실이 있는 도시로, 분황사나 안압지, 석굴암 등 경주 명소들을 지척에 두고 있는 그는 경주의 자연과 문화역사의 본질에 대한 사색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 화백은 “나의 그림은 내 마음 속에 갖고 있는 것을 시각화한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그의 말처럼 그의 작품 속에서 경주는 긴 세월의 명상을 통해 때로는 왜곡되거나 과장되고, 비현실적 구도로 구성되는 등 자유롭게 표현되면서 풍광 속에 녹아 있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역사와 시간의 요소들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시각화되어 드러난다. 신라의 도시 경주 속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 너머에 숨겨진 역사, 문화와 대화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 천년배산 (千年拜山)

대담한 여백의 미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 이뤄
박대성 화백의 작품은 이제 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대상과 거리를 두기도 하면서 본질과 대응하는 그의 작품은 그야말로 사경(寫經)인듯 하지만 사의(寫意)에 가깝다. 특히 경주의 풍경이 더욱 그러하다. 경주의 토함산에서 남산까지, 불국사에서 포석정까지, 보름달에서 연꽃에 이르기까지 계속 유목민의 감각으로 예혼(藝魂)을 가꾼다. 최근에는 <고미(古美)>와 같은 도자기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작했다. 유화에서 자아내는 기름기의 반들거리는 요소를 제거하고 깔깔할 정도로 담박하게 도자기의 맛을 형상화했다. 여기에 유화처럼 바탕칠을 하지 않고 화선지의 본성을 살려 세월의 때가 낀 도자기의 성품을 표현했다. 이러한 도자기 작품에서는 그의 대담하게 구사된 여백의 미가 보인다. ‘대상의 함축’이라는 박 화백의 작품의 특징을 도자기 그림에 접목시켜 서양유화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먹의 맛, 대담한 필력과 구도를 선보인다. 현대 한국미술계에서 수묵으로 새로운 경지를 이룬 대표화가로 자리매김한 박대성 화백. 수묵의 붓으로 신라의 정신을 현대인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그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예술을 통해  방황하는 현대인에게는 정신적 위무(慰撫)를 주고 나아가 자유자재의 경지를 자아내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