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군 두원면에 있는 수도암(修道庵)은 운람산(486.9m)이 품고 있는 암자. 평소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고즈넉한 암자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암자도 소박하다. 옛날 고향집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 스님은 “불자님들이 금강경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면 불교의 중흥과 대중화가 이루어져 우리 사회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문화재자료 제156호인 무루전이 있는 수도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송광사의 말사다. 수도암으로 가는 길은 마음의 짐까지 풀어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려중엽 도의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암은 산 기운이 병풍처럼 감싸 안은 형상을 하고 있다. 옛날 가뭄이 들면 여기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신비한 설화가 많은 수도암
수도암 주지 연제스님은 “운암산 정상으로부터 흘러내린 물은 맥반석을 거치고 여러 약초를 지나 수도암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나라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생명수로 탄생한다”면서 “이곳은 예로부터 신비한 설화들이 많은 곳이다. 바위로 된 산이 극락전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자궁과도 같다. 그래서 이곳에서 자식이 귀한 사람들이 공을 들이면 정말로 자식을 얻고 소원성취가 빠르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암의 전각 중 하나인 무루전에는 16나한님이 모셔져 있어 불자들과 일반인들이 즐겨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연제스님은 “현대인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생각을 쉬어야 하는데 생각을 쉬려면 참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참선만이 생각을 쉬게 하여 스트레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이에 연제스님은 수도암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는 사찰, 신도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사찰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님은 “수도암은 비록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인정이 넘치고 불심이 깊은 사찰로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면서 “가진 것이 적더라도 이웃과 나누고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열심히 일해서 재물을 얻되 많이 축적하지 말라고 하셨다. 우리 모두 서로 나누는 삶을 살 때 이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 1986년 급성 폐렴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연제스님은 “당시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던 그가 출가하기까지는 집안의 반대와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연제스님은 1991년 송광사로 출가하여, 1993년 백양사 운문암에서 서옹대종사님을 모시고 첫 하안거를 시작한 후 제방선원을 두루 참방하고, 지금은 고흥 수도암 주지소임을 맡고 있다.

바르게 번역된 최초의 한글금강경 편역
불자님들이 눈을 바로 떠야 불교가 올바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연제스님은 그 길잡이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수행법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간화선’이야말로 최고의 비파사나 수행법이다”면서 “부처님께서 깨달으려면 사마타[止]와 비파사나[觀]를 균등히 닦으라고 말씀하셨다. 사마타는 쉽게 되지만 비파사나는 그렇지 않으니 수행의 성패는 비파사나에 달려 있다. 부처님 당시의 인도에서는 크게 관상선과 간화선 두 가지의 비파사나 수행법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경계에 떨어질 위험이 없는 간화선이 훨씬 더 훌륭했기에 조사스님들께서도 ‘간화선이 가장 빠른 길이다’하시며 간절히 간화선을 주장하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07년 연제스님은 바르게 번역된 최초의 한글금강경인 ‘금강경과 화엄경의 만남’을 편역했다.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하기 위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사실 스님이 금강경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의 서적들이 그 해석에 있어 천차만별로 뜻이 제대로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조계종단에서는 금강경을 번역하여 ‘표준금강경’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해왔다. 하지만 그 번역이 너무 엉터리여서 스님은 문제점을 일부 지적하여 ‘표준금강경의 문제점’이란 제목으로 조계종 홈페이지에 올리고 제방선원에 돌렸다. 스님은 “기존의 잘못된 번역을 수정하고 여러 경전과 어록을 인용하여 해당되는 본문 아래에 실어서 금강경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었다”면서 “그중에서도 화엄경 게송을 많이 인용하여 책 제목을 ‘금강경과 화엄경의 만남’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연제스님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한글금강경에서 잘못 번역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금강경 제3장, 제17장, 제25장이다. 여기에 나오는 ‘중생’이란 말은, 우리의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러므로 ‘중생’을 ‘깨닫지 못한 유정(有情)’으로 설명한 기존의 번역서들은 잘못 됐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육조혜능스님의 금강경 주석과 서산대사님의 선가구감을 들었다. 스님은 금강경을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했다. “부처님께서는 결가부좌하시고 선정에 드셔서 금강경을 설하시면서, ‘이와 같이 수행하여, 이와 같이 네 마음을 항복 받으라’ 하시고, ‘마땅히 이와 같이 보기를 닦아라(應作如是觀)’는 말로 금강경을 마침으로써, 온 몸으로 금강경을 연출하셨습니다. 한마디로 부처님 당신처럼 참선해서 자신의 마음을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스님은 또 “제가 출간한 ‘금강경과 화엄경의 만남’은 한국 불교의 수 천 년 역사에서 바르게 번역된 최초의 한글 금강경이라는데 그 의의가 있다”면서 “불자님들이 금강경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면 불교의 중흥과 대중화가 이루어져 우리 사회가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