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야권연대가 4.27 재보선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빅4’ 가운데 강원지사와 분당을, 순천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단일화를 앞세운 바람몰이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정작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한나라당에 내줬기 때문이다.

분당을에선 민주당 손학규 후보의 개인 경쟁력, 강원지사의 경우 선거전 막판에 불거진 불법선거운동 논란이 승패를 좌우한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 연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與 당 쇄신 방안 두고 주류와 비주류 충돌
지난 5월 2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는 4.27 재보선 참패에 따른 책임론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소장파와 일부 친박계 등 비주류 의원들은 주류 책임론을 제기한 반면에 친이계 주류는 특정계파를 물러나라고 하는 건 안 된다고 맞섰다. 우선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의원들은 계파 구분 없이 내년 총선에서 더 큰 패배를 당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때보다 더 심한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남경필)”, “총선 전망이 극도로 비관적(김용태)”이라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주류와 비주류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소장파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당을 청와대와 정부의 거수기로 만든 주류의 2선 퇴진이 필요하다”면서 친이 주류의 정국 주도에 책임을 물었다. 개혁 성향의 김성식 의원은 아예 이재오 특임장관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이 장관이 특임장관보다는 교육부장관으로 옮기면서 공간을 당원들에게 열어주고 인사권을 놓아주는 방향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도 “선거결과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며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주류의 노골적인 ‘주류 책임론’에 친이계 의원들은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인 이군현 의원은 연찬회 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공동 책임이 있다. 주류 책임론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 책임전가에 불과하다”며 “지금은 화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친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이은재 의원도 “왜 청와대와 대통령을 비난하느냐”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먼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맞섰다.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과 맞물려 나온 차기 대권주자의 ‘조기 등판론’도 쟁점이었다. 조기 등판론은 향후 대안과 총선·대선 전략을 논의하는 가운데 백가쟁명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용태 의원은 “정권심판론에서 미래담론경쟁으로 논의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며 “총선 전에 대권 후보 선출을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일종의 ‘조기 대선 경선’인 김 의원의 주장에 조전혁 의원 역시 “100% 지지한다”면서 “국민이 주목하는 조기 대선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정미경 의원도 “박근혜·정몽준·이재오 모두 나와서 드라마 시청률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박근혜 전 대표는 손에 피를 묻히고 얼굴에 흙을 묻히면 국민들이 감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성식 의원은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구심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애주 의원도 “위험하다”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지호 의원은 앞서 대권 주자에게 당권 도전의 길을 열어주자는 정몽준 전 대표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힘 있는 후보들이 나와서 전대에서 비전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준표 최고위원은 연찬회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대표하면 자기 사람을 많이 심으니까 대선 후보 경선 1년 전 대표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권주자 조기 등판론에 더해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공동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군현 의원은 “당력을 모으기 위해서 친이와 친박을 구성하는 대주주인 박근혜와 이재오 두 사람이 당의 공동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이재오 장관에게 물어본 건 아니다”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정태근, 김정권, 이종혁 의원 등은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내 ‘박근혜 역할론’ 급부상

▲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위기에 처한 여당을 구하기 위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는 ‘박근혜 역할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위기에 처한 여당을 구하기 위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는 ‘박근혜 역할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여당 내 논의 지형을 요약하면 친박계와 중도·소장파 쪽에서는 다수가 박 전 대표 역할론에 무게를 실었고, 친이계 의원들은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면서도 현실론을 들어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친이계 중에서도 이재오계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더 많이 나왔다.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청와대와 주류가 민심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위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을 구할 다른 사람은 (박 전 대표 외에)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김선동 의원도 “주류가 또 끌고 가면 변화도 화해도 안 된다”고 말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권영진 의원은 “친이계도 박 전 대표에게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하고 친박계도 적극 나서야 한다”며 “당헌·당규를 손질해 당 대표를 맡든지, 대선 후보를 조기에 확정하든지 해서 총선은 박근혜 얼굴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친박계 내에도 다른 시각은 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까지 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도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경률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당의 소중한 자산으로 어느 시점에, 어떤 자리에 활동하게 할지 당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가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재오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좋은 그림이긴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아마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도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상처 받을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박근혜 역할론을 놓고 여당 주류와 비주류가 서로에게 공을 던져 놓고 있는 양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박계는 주류가 먼저 진정성을 보이라고 하고 있고, 친이계는 박 전 대표가 적극성을 보이라고 하고 있다”며 “결국 논의가 쳇바퀴 돌다 끝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다시 맡을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많다.

내년 총선 겨냥한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 될 수도

▲ 4·27 재·보선’ 한나라당 참패 이후 ‘민본21’ 소속 의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4.27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 이후 한나라당 소장파와 새 원내지도부는 봇물 터지듯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정책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고 복지를 강화하는 쪽이라는 방향만 제시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겨냥한 무책임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데 주력했던 한나라당 지도부와는 달리 새 원내지도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모두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반대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대안으로 내놓는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 새 원내지도부는 감세 정책과 관련해 “기존 감세 정책을 철회해 그 돈을 교육 보육 등 친서민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둘 다 감세를 철회할 것인지, 소득세만 최고세율을 인하할 것인지, 그 돈을 정확히 어느 서민정책에 쓸 것인지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도 “무책임한 무상복지가 아닌 ‘적정 부담, 적정 보장’ 시대를 열기 위해 복지 예산을 꾸준히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그 수준과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전문가와 상의해 정교한 감세 프로그램을 짠 뒤 정책의총과 당정청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종합부동산세 등 전반적인 부자 감세 논의가 없는 감세 철회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를 압박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 문제도 이 정책위의장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두 달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3월 당내 서민주거안정 태스크포스(TF)가 전·월세 가격 상승이 극심한 지역에 한해 전·월세 상한선을 지정하는 ‘제한적 전·월세 상한제 도입’ 법안을 제시했을 때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장 질서를 해치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와 보류됐다. 정부도 “오히려 공급 감소로 전·월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당시 우려했던 내용들에 대한 해소책은 아직 나온 게 없다. 반면 이 정책위의장은 “대기업 초과이익 공유제와 국민연금의 주주 의결권 참여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만큼 반대한다”며 “특히 국민연금이 대기업에 주주 의결권을 행사하면 관치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감세 철회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은 좌파의 의견을, 초과이익공유제 반대와 국민연금의 주주 의결권 참여 반대는 우파의 의견을 반영한 셈이다. 과거에도 이번 새 원내지도부의 공약처럼 당정협의를 강화하고 정부의 ‘청부 입법’을 근절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당 정책위의 역량 부족 때문에 실패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 정책위의장은 “정조위원장 자리를 없애고 정책위 부의장을 둔 후 정책위 기능이 약화됐다”며 “일단 부의장 수를 늘리고 이들의 권한을 강화해 운영한 뒤 그래도 기능이 회복 안 되면 (제도 개선을 위한) 당헌 개정도 (최고위원회의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야권 통합 논의 가시화

▲ ‘4.27 재보선’ 승리 이후 민주당에서 야권 통합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4.27 재보선’ 승리 이후 민주당에서 야권 통합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큰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5월부터는 통합과 연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열린우리당 시절 본래 한 정당이었던 만큼 합쳐야 한다는 당위론이 ‘상식’으로 통한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사실 (민주당과 참여당은) 뿌리가 같다”며 “민주당에서 주도적으로 통합하자고 제안하는 것보다는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가 어떤 결단을 통해 통합의 길을 선택하면 참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참여당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의 대통합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인영 최고위원 등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신) 인사들과 정동영 최고위원 측은 이 같은 대통합정당에 적극적이다. 이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워진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가야 할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10월, 11월에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9월까지는 통합의 윤곽이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도 ‘복지국가’를 매개로 한 가치 중심의 통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학규 대표나 정세균 최고위원 측은 단계적 통합론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진보정당과의 통합보다는 연대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참여당과 시민사회 일부를 통합해, 통합된 진보정당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대를 한다는 것이다. 단계적 통합론자인 김진표 의원은 “참여당,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 인사,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정치권 밖의 민주당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며 “민노당, 진보신당과의 통합은 내년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와 별도로 진보정당 통합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5월말까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합의문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진보 진영 시민단체들과 함께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3차 회의를 여는 등 통합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보선 이후 야권 대선주자들 눈에 띄는 행보

▲ 4.27 재·보선 이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야권 대권주자 1위 자리에 오르며 분당을 승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4.27 재보선 이후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는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가운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친노그룹의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도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잠재력을 갖춘 대선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야권의 대선주자가 다양해지는 것은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1일 경남 김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고유제를 지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기 난감하다”면서도 “이대로 가면 나라 망치겠다 싶어 이런저런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 5월 2일 “현실정치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실제 그는 대선 출마를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측근은 “(문 이사장이) 대선 출마를 하나의 카드로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이고 부산·경남 출신인 데다 깨끗한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문재인 카드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재보선 패배와 맞물린 측면이 크다. 재보선 직후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손 대표가 두 자리 숫자를 회복한 반면 유 대표는 10% 밑으로 떨어졌다. 이로써 유 대표는 이미지 훼손뿐 아니라 당의 운명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유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당의 진로는 앞으로 당원들이 함께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한 번의 좌절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창당 선언문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가 왜 이 당에 참여했는지를 새기겠다”고 말해 재기 의지를 다졌다.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의 마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담대한 진보’라는 슬로건으로 좌 클릭을 해 온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야권통합 단일정당 논의기구’를 띄우기 위해 야권의 주요 인사들과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초 대선캠프 역할을 할 싱크탱크 ‘국민시대’를 띄운 정세균 최고위원도 지난 5월 중순 자신의 경제정책 근간인 ‘분수경제론’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일단 도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적절한 시점에 대선 도전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보정당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등의 행보도 주목된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한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들도 야권 대통합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4.27 재·보선 이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숨에 야권 대권주자 1위 자리에 오르며 분당을 승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당내 권력의 축이 손 대표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양상이다. 당내 최대 비주류모임인 쇄신연대가 해체 수순에 들어가고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강봉균, 유선호, 김진표 의원들이 앞다퉈 출마의 변에 ‘손학규의 희생정신’을 앞세우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 5월 2일 발표된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한 달 전 3.1%에서 11.5%로 급등했다. 35.8%로 전달에 비해 0.9%포인트 떨어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이은 2위다. 야권 대권주자로는 지난해 10월 전당대회 이후 6개월 만에 선두로 올라섰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0.6%에서 7.1%로 급락했다. 특히 민주당 정당지지율은 한 달 새 10%포인트 급상승하며 32.1%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소폭 떨어져 37.5%의 지지율을 보인 한나라당을 바짝 따라붙었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대표는 10.6%로 6.4%에 그친 유 대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손 대표가 야권 대권주자 선두로 치고 올라오자 민주당 내에서는 박 전 대표와의 양강체제 구축도 시간문제라는 기대가 크다. 손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현상에 대해 당 관계자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중도층과 지난 전대에서 당 대표를 만들어준 후 지켜보던 호남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지지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지율 반등과 함께 비주류모임인 쇄신연대가 해체 논의를 시작하는 등 당내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문학진 쇄신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대표가 어려운 선거에 나가 승리한 만큼 쇄신연대도 건설적으로 해체해야 한다”며 “일부에서 당내 세력화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과 이날 출마선언을 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도 너도나도 손 대표를 치켜세움에 따라 ‘손심’이 어디로 기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4.27 재보선과 원내대표 경선 이후 한나라당 소장파와 새 원내지도부는 봇물 터지듯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 “한나라당 계파별로 예의주시하는 중”
민주당이 4.27 재보선 후 한나라당에 몰아닥친 쇄신론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재보선 승리에 안주해선 안 된다”며 혁신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한나라당 쇄신논의의 향배가 향후 민주당의 ‘새판짜기’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란 게 상대가 있는 게임 아니냐”라며 “재보선 패배 후 한나라당의 쇄신 움직임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변수가 될 수 있어 계파별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단 민주당 안팎에서는 한나라당의 조기 전당대회 개최 논의가 민주당의 당권 구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선거 패배 수습 차원에서 간판 교체에 나선 한나라당과 달리 손 대표의 선거 승리 효과를 만끽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서둘러 지도부 진용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상 대선 1년 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돼 있어 연말 전에는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다만 연말 예산국회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전대 시기가 10∼11월로 다소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심심찮게 돌고 있다. 야권내 통합 논의의 진척 속도에 따라 전대 일정이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 전면등장론과 ‘젊은 대표론’ 중 어느 쪽에 힘이 실리느냐도 민주당의 관심거리다. 젊은 대표론이 탄력을 받을 경우 민주당 내에도 세대교체를 내세운 486그룹의 약진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486 내부에선 이번 재보선에서 분당을(乙) 선거를 지휘해 당내 입지를 넓힌 이인영 최고위원이 차기 당권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대로 박 전 대표 역할론이 부상한다면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대권주자 진영을 중심으로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폐기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 수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얼굴론’에 맞서 민주당에서도 차기 총선 국면에서 대선주자들을 당의 얼굴로 전면배치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도입한 당권-대권 분리제도를 시행해보지도 못한 채 접을 경우 명분이 약한데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박주선 의원 등 ‘관리형 대표’를 염두에 둔 차기 당권주자들의 반발도 예상돼 전망은 불투명하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