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 vs 나훈아, 나훈아 vs 남진 라이벌전,
그 끝나지 않은 승부

Round 6. 남진, 나훈아 군 입대

글 l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국내 최대의 라이벌 구도, ‘남진 대 나훈아, 나훈아 대 남진의 라이벌 대결’은 결과적으로 한국가요를 발전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 라이벌전의 명승부가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가요사에 영원히 남을 명승부, 제6라운드. ‘군 입대’.
각각 최고 전성기 때 군 복무를 위해 활동을 잠시 접어야 했던 이들. 1973년 7월, 나훈아가 갑작스럽게 공군에 입대함으로써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시에 한 치 양보도 없이 전개되던 ‘남진 대 나훈아, 나훈아 대 남진의 라이벌전’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이후 ‘남진 독주시대’가 펼쳐지리라는 주위 예상과는 달리 가요계 흐름은 사뭇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우리 대중음악사는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남진 나훈아, 이들의 군 활동기록을 재조명해본다.

▲ 기록으로 보는 시대별 한국대중음악사, 유행가에서 한류까지’, 1970년대.

기록으로 보는 시대별 한국대중음악사 속의 남진 나훈아

오는 6월 22일, 국내 최초로 대중음악 전용공연장으로 개관된다.
서울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2천6백 석 규모의 ‘올림픽홀’이 리모델링, 대중음악계 가수들을 위한 전문 공연장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개관에 맞춰 이곳에 ‘기록으로 보는 시대별 한국대중음악사, 유행가에서 한류까지’라는 상설 전시물이 설치된다. 이 설치물에는 한국대중음악사의 시대별 주요 흐름을 10년 단위로 구분, 정리했다. 남진, 나훈아 활동 연대는 60년대에 시작되어 70년대를 거쳐 현재에 이른다. 
이곳에 전시되는 1960년대 대중음악사의 부제는 ‘소리의 혁명, 장르 다양화-대중음악 르네상스 시대’다. 60년대 전시 패널 메인 컷에 등장하는 가수는 총 11명. 각각 김상희, 남일해, 문주란, 배호, 오기택,이미자, 정훈희, 최희준, 패티김 그리고 남진, 나훈아다. 60년대를 기술한 대중음악사의 일부를 미리 보자. 아래는 60년대 가요사 내용이다. 집필은 필자가 맡았다.
‘4.19로 시작되어 5.16으로 이어지며 시작된 60년대 들어 가요계의 가장 큰 변화는 ‘소리의 혁명’이다. 1963년부터 LP가 10인치 크기에서 앞 뒤 여섯 곡 씩 담을 수 있는 12인치 크기로 제작되었고 64년부터 스테레오 음반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오디오 또한 급성장 추세에 따라 대중음악 역시 일렉트릭 사운드가 도입되며 남녀 중창단, 그룹사운드 전성시대가 펼쳐지는 것도 60년대 소리 변화의 상징이다.
61년 ‘노란 샤쓰의 사나이(한명숙)’의 히트를 계기로 장르가 더욱 다양해짐과 동시에 번안가요 붐과 함께 윤복희, 최희준, 패티김, 한명숙, 현미 등 ‘미8군 쇼 가수’들이 대거 가요계로 진입해 대중음악의 한 축을 담당했다. 64년 ‘동백아가씨(이미자)’의 빅히트와 맞물려 가요계의 주 흐름이 다시 트로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고 64년 그룹사운드의 효시를 이루는 ‘키보이스’, ‘에드포’가 첫 독집음반을 발표, 이후 그룹사운드 전성시대를 견인했다. YMCA의 '싱어롱 Y'를 시작으로 ‘건전가요 부르기 붐’과 함께 리크레이션문화가 본격화되고 68년 트윈폴리오가 등장, 이른바 ‘세시봉’ 세대가 등장해 통기타시대를 예고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스타들이 60년대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아울러 60년대는 남진의 최고 히트곡 ‘가슴 아프게’와 나훈아의 대표곡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발표된 때다. 이어지는 70년대는 이른바 청년문화의 시대였다. 역시 ‘기록으로 보는 시대별 한국대중음악사’에 기술된 70년대 가요계 상황을 보면,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로 상징되는 '청년문화'는 60년대 말 '트윈폴리오'의 성공으로 예견된 통기타 가수들의 대거 등장과 가요계의 주도권이 청소년층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시작됐다. 70년대 포크열풍의 첫 히트곡은 '라나에로스포'가 발표한 ‘사랑해’였다. 이어 어니언스의 ‘편지’, 김정호의 ‘하얀나비’, 송창식의 ‘왜 불러’, 이장희의 ‘한 잔의 추억’ 등으로 이어지며 서유석(가는 세월), 양희은(아침이슬), 김세환(토요일 밤에), 홍민(고별) 등 포크가수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진다. 70년대 초, 군에서 제대한 남진과 나훈아의 빅 라이벌이 잠시 트로트의 재건을 시도했으나 나훈아의 군 입대로 불꽃이 꺼진다.’...로 대중가요사가 이어진다. 바로 이 끝 부분을 이번 호 칼럼에서 거론해 보고자 한다.
64년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의 히트로 도래된 ‘제2의 트로트 붐’이 나훈아의 군 입대로 소강상태로 들어간 것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라이벌전도 한동안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그리고 이 둘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후 80년대 초 들어 앞서거니 뒷 서거니 각각 컴백한다. 남진은 ‘빈 잔’으로, 나훈아는 ‘애정이 꽃 피는 시절’로.

남진과 나훈아, 군 입대 공백이 한국대중음악사에 미친 영향

▲ 나훈아 군복무시절 모습

남진과 나훈아는 각각 자신의 최고 전성기 때 군 복무를 했다. 1973년, 나훈아가 공군에 입대하자 당시 대부분의 관계자와 언론들은 ‘남진 독주시대’를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앞서 거론했듯 이 둘의 전성기는 트로트의 전성기와 궤를 같이 한다. 참고로 이들이 각각 군 복무를 마치고 가요계에 정상 활동을 시작하는 76년도까지 필자 표본조사로 확인된 음반의 발표곡수는 남진 845곡, 나훈아 898곡이었다.(2011년 1월호 글을 참조 바란다.) 아울러 당시 최고 인기가수 중 한 명인 가수 배호가 데뷔 때(63년)부터 타계할 때(71년)까지 발표한 곡수는 총 373곡이었다. 결국 남진, 나훈아의 발표곡 수치에 비교 대상이 될 만한 유일한 가수는 이미자 정도일 것이다.
가요계의 달러박스라 불리었던 남진과 나훈아가 군복무로 인해 활동을 접어야 했던 공백의 여파는 개인사를 넘어 대중음악사의 한 부분으로 거론될 정도다.
남진 나훈아의 군 활동기록을 재조명해본다.
이 연재 칼럼의 예고 기사, ‘남진 최근 인터뷰’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남진의 군 입대 관련 상황부터 살펴보자.
1969년, 당시 인기 절정의 청춘스타이자 대학생가수라는 1인다역(一人多役)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남진 역시 국방의 의무를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그래서 지원한 곳이 해병대 연예대.
당시 연예대의 근무조건은 군 위문공연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면 각자의 연예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해준다는 것. 때문에 당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가수 진송남, 태원, 박일남 등과 함께 연예대에 자원입대했다. 그러나 얼마 뒤 전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뉴스가 보도된다. 바로 가수 남진을 비롯해 진송남, 태원, 박일남 등이 월남에 파병된다는 것. 정작 당사자들은 전혀 몰랐던 이 뉴스가 보도되는 시각에 남진은 서울역 부근 새서울극장에서 ‘남진쇼’를 공연하던 중이었다. (이하 2010년 12월호 참조)
당시 상황을 가수 진송남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상세히 들어 보았다. ‘덕수궁 돌담길’, ‘바보처럼 울었다’로 역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진송남 역시 남진과 함께 해병대 연예대에 입소했던 군대 동기이자 함께 월남에 파병되었던 동료였다.

가수 진송남에게 듣는 남진과의 월남 파병 일화

해병대 특유의 얼룩무늬 군복에 빨간 명찰을 한 제복의 진송남 역시 연예대원으로 가수활동을 병행했다.
당시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 ‘아내여 미안하다’, 영화주제가 ‘푸른 하늘에 침을 뱉어라’ 등 노래들이 모두 연예대 시절 취입한 곡들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이 무렵 깜짝 놀랄만한 뉴스를 접한다. 바로 자신도 모르는 월남 청룡부대 파병 소식을 긴급뉴스로 접한 것.
이때가 69년 6월, 진송남은 당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정오의 휴게실’ 공개방송의 2부 첫 순서에 출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공개방송을 보기 위해 모여든 방청객은 1부와 2부 사이에 전해진 뉴스를 듣고 일순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놀란 진송남 또한 사실 확인을 위해 밖으로 나오던 중 이미 대기하고 있던 백차와 마주쳤고 곧바로 헌병대로 호송되었다.
본인 의사와 전혀 무관한 일방적인 파병 결정 배경은 ‘근무 이탈, 영리 행위를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이에 당사자들은 연예대 지원 동기가 연예활동을 허용한다는 조건이었다고 항변해 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사실 이러한 배경에는 인기 절정의 연예인들을 파병시킴으로써 파월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겠다는 관계 당국의 계산된 전략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필자의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1969년 7월26일. 결국 가족들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이 3주간의 파월특수교육을 마친 이들은 마침내  베트남으로 가는 군함을 타기 위해 부산항 부두에 선다.
당시 환송 나온 태극기물결 인파 속에 떡을 싸들고 목포에서 달려온 남진 어머니의 모습도 보였다. 조국을 위해 떠나는 파월장병들을 위한 환송식은 성대했다. 환송공연도 화려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정작 환송축하무대에 마지막으로 불려나온 가수는 바로 파병 당사자, 즉 남진과 진송남이었다. 이들이 이 무대에서 부른 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이들의 최고 히트곡이었던 ‘가슴 아프게(남진)’와 ‘바보처럼 울었다(진송남)’였다.
월남에 도착하자 이들은 청룡부대의 소총수로 각각 다른 부대로 나뉘어져 배치되었다. 이후 이들의 베트남전에서의 활약상은 국내 매스컴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손에는 ‘마이크’ 대신 M16이, 그리고 어깨엔 4개의 수류탄, 허리엔 탄띠를 두르고 방탄조끼에 철모를 쓴 늠름한 모습에 장병들의 사기는 물론 파월장병가족들에도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젊은 연예인들이라는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들에게 베트남 전선은 가혹했다. 진지구축, 매복작전 등 지금까지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임무가 맡겨지고 전쟁터에서 목숨을 건 생활이 시작되었다.
무더운 정글의 나라, 더구나 당시에는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수질이 나빠 소독약을 타서 마셔야 할 정도였다. 샤워를 해도 물이 탁해 얼룩과 냄새가 쉬 가시지 않을 정도였다고 진송남은 회고한다.
이들은 청룡부대원으로 호이안 지역에 주둔, 당시 이들 세 명은 호이안방송국 ‘병사의 음악편지’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번갈아 진행하는 등, 가는 곳마다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워주었다.
“웃지 못 할 일화도 많았지요.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느 날 밤 매복을 나갔을 때였어요. 베트콩의 습격이 언제 있을지 몰라 늘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태였죠. 한순간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였기 때문에 밤에 매복을 나가면 지면과 수평이 되게 굴을 파고 숨어 있어야 합니다. 작은 담뱃불 빛이라도 노출되면 언제라도 베트콩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남진에게서 무전이 왔어요. 지금 대대장과 술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대대장이 ‘바보처럼 울었다’를 듣고 싶다며 무전기에 대고 노래 한 번 불러보라는 거예요. 할 수 없이 모깃소리만 하게 부르고 있는데 잘 안 들린다며 대대장이 더 크게 부르라며 계속 성화예요. 식은땀 나는 순간이기도 했죠.” 진송남의 일화는 계속 이어졌다.
각설하고, 남진은 이러한 월남 파병의 공로로 14개월만인 70년 9월, 25일간의 특별휴가를 받아 잠시 귀국, 또다시 이슈메이커가 된다. 대한남아의 씩씩한 기상으로 인해 한층 인기가 높아진 터라 음반사 측에서는 최고 작곡가들을 동원, 짧은 시간 무려 30여 곡을 취입시켰다. ‘너만을 사랑한다/아빠 품에’(이재현 작곡), ‘이별 슬프게’(백영호), ‘사랑이 스쳐간 상처(박춘석)’, ‘철새’(고봉산)... 등 남진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음반만도 무려 다섯 장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휴가 중에도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했던 인기 절정의 남진씨는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 남은 7개월 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71년 4월에 귀국, 그해 9월 서울 시민회관 ‘남진 귀국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가요계에 복귀했다.

나훈아, 갑작스런 군 입대에 얽힌 비화

반면 나훈아는 이로부터 2년 뒤인 1973년 7월 5일, 공군에 입대한다. 한 인터뷰에서 밝힌 공군 지원 배경은 ‘연예인 중 공군 출신이 없어서’였다. 인기 절정이었던 만큼 나훈아는 입대 전 여러 곡을 미리  취입해놓은 상태였다.
당시 나훈아 입대관련 소식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한 ‘주간 선데이서울’ 73년7월15일자 기사를 참고로 보자. 기사 제목은 ‘나훈아 공군 입대, 지금 신병 훈련 중’이다.
‘연말 은퇴할 것이라고 미리 은퇴 선언을 했던 나훈아가 돌연 공군에 입대, 예정보다 빨리 가요계를 떠났다.’로 시작되는 이 기사 내용을 요약해본다.
‘지난 7월 5일부터 이미 신병훈련에 들어간 나훈아는 자신의 은퇴 소감도 직접 전하지 못한 채 매니저 강창호를 통해 입대 소식을 전했다. 매니저 강창호는 7월7일 상오 11시 갑작스런 나훈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러나 정작 나훈아는 나오지 않았고 매니저 혼자 나타나 ‘나훈아는 이미 7월5일 하오 3시, 공군에 입대해 현재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훈아는 지난 4월, 서울서 공군 시험을 치러 합격했다. 지원은 했지만 영장은 내년쯤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보다 빠른 7월3일에 나왔다. 나훈아는 주위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은 채 매니저와 단 둘이 신병훈련소로 떠났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에겐 훈련이 끝나고 휴가 때 인사하기로 했다고. 나훈아는 특히 군 연예대가 아니라 일반병으로 충실히 근무하고 싶어 했다고도 밝혔다. 나훈아는 금년 초, 올해 말에 은퇴하겠다는 기한부 은퇴를 선언했었다. 당시 밝힌 은퇴 이유는 ‘젊었을 때 사업가로 전향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은퇴 선언은 사업가의 기초를 닦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군에 입대하게 되기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가 약속한대로 된 것은 지난 5월 은퇴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뿐이다.’는 것이 당시 보도 내용이다.
이때가 지구레코드와의 전속기간을 3개월 남긴 시점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훈아가 군 복무를 마치는 시점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 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