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라는 모티브가 예술작품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화폭 속에서 화려한 색과 거침없는 터치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마치 꿈에서 보는 장면처럼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오리로 재탄생했다.

▲ 작품을 생각하고 구상하면서 꾸준히 준비하는 모습을 옆볼수 있다.

오리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생업으로 하다가 ‘오리’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홍인호 작가. ‘오리’를 통해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홍인호 작가를 만났다.

생동감 넘치며 생명력 엿보이는 신비한 매력 발산
“정통 미술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재기 발랄하고 재미있는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림에 감정을 이입하고 주제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작업하려 한다. 전략적으로 오리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오리만 그리고픈 것은 아니다. 비구상, 색감으로 승부하는 작업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오리를 매일 보며 느끼는 감정은 그 누구보다도 크다고 볼 수 있으며, 초기 그의 작품에서는 불에 타는 오리, 조류 독감 등 슬픈 오리의 모습으로 가득 찼고 이후 의인화, 희화한 작품에서도 슬픔이 묻어났다. 그 시기를 거쳐 이제 홍 작가의 작품 속 오리는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아트페어, 및 그룹전 다수 전시회를 가졌으며, 총 2번의 개인전을 가진 그는 2006년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오리전’, 2009년 수원미술관에서 ‘덕 쇼(duck show)로 단번에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가 그리는 오리 작품은 대부분 비구상과 반추상으로 동양화적 요소와 탱화의 영향도 엿보이며 독득하고 희한한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리에 감정을 이입하여 자유롭게 마음껏 표현하고 있는 그는 방법론이나 형식은 집어던지고 오리와 일체된 자유로움 속에서 원시적이고 거칠게 작품을 표현한다. 물감과 터치를 잘 훈련된 솜씨로 섞어 표현하기보다 안 보이는 마음의 형상을 담아 감흥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거칠고 빠른 속도로 칠하기 때문에 작품의 대다수는 생동감이 넘치며 생명력이 엿보이는 신비스러운 매력이 있다.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언제나 최선을 다해
홍익대 미술대학원의 김미진 교수는 홍 작가를 두고 “홍인호는 오리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자유롭게 마음껏 그림을 그린다. 그것은 미술사의 발전에 있어 오늘날의 사조를 연구하거나 시대를 고민하면서 엘리트로서 작업해야 하는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가 다른 작가들과 판이한 행보를 보였던 것에는 그의 이력도 한 몫 했다. 미국에서 미술을 부전공으로 공부했고 아이디어 전쟁터라 불리는 우리나라 굴지의 광고기획사에서 7여 년간 근무했던 그는 대학원에서는 예술기획을 전공했다. 독특한 소재의 아이템을 구상하고 열정을 쏟는 작업을 하면서 눈에 띄는 전시를 펼치기 위한 탄탄한 밑바탕은 이미 형성되어 있었던 셈이다.

가장 단순한 예술 진리에 예술정신으로 접근
홍인호 작가는 어쩔 수 없는 ‘오리 작가’다. 다른 소재의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그 속에는 분명히 오리가 담겼다.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오리를 발견하곤 한다. 그가 그린 사람의 모습 속에서도 오리가 보인다고 한다. 홍 작가의 그림은 정면에서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 본 이중적 시점을 갖고 있어 그 어느 것이든 심상에 따라 해석될 수 있다. 붉고 노랗게 만개된 꽃과 푸른 배경은 한 여름을 암시하고, 줄기를 감은 흰색 뱀과 숨바꼭질하는 오리의 모습으로 계절의 화려하고 요란한 성격을 경쾌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한 홍 작가의 작품성향에 대해 김미진 교수는 “미디어 정보시대며 포스트모던의 해체와 조합이라는 복잡한 시대에 가장 단순한 예술진리에 몸과 의식을 합해 진정한 예술정신에 접근한다”면서 “조금 어수룩하게 보이는 테크닉이나 덜 섞인 원색과 야성적인 속도감의 표현은 한 가지 방향을 향해 꾸준히 몰두하는 그의 잠재된 원시세계로 접근하게 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오리사랑에 빠져 생업을 유지하며 오리를 그리고 오리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하는 홍 작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리 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오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수집한 오리 조형물도 그는 중국, 러시아, 미국 등지를 여행하며 600여 점이나 된다. 홍인호 작가는 “생활에 쫓겨 화가의 꿈을 오래 미웠다가 부질없이 날개짓 하는 오리를 통해 꿈을 이루었다”면서 “오리 작품을 통해 희망을 담아내고 싶다. 오리 하나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또 다른 하나는 오리 관련한 소재로 다양한 사업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 예를 들어오리관련 디자인사업과 마케팅을 연구 개발하여 여러사업에 도전하여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큰 계획을 그리고 있다.  관객들이 저의 작품을 통해 상상력을 키우고 오감의 자극을 느끼며 단 하나의 영향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