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자연에 있는 풀과 꽃, 나무, 뿌리와 껍질, 냇물과 지하수, 조개껍질과 잿물 등을 이용하여 자연스러운 신비한 빛깔을 만들어 내었다. 그렇게 만들어내는 천연염료는 방충성, 항균성, 방습성을 가지면서도 염색 공정과정에서 수질오염 등의 환경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 염색장 故 윤병운 인간문화재의 뒤를 이어 천년의 빛깔 ‘쪽빛’을 재현하고 있는 윤대중 염색장전수교육조교

기품 있고 아름다운 천연의 색상은 누구나가 공감하고 있다. 염색기술의 명맥이 두절되다시피 한 오늘에 와서 문헌상의 기록과 몇 가지 민속사례를 토대로 우리의 고유색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매우 중요하고 의의가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색상이므로 자연스럽고 기품 있는 색상이 마치 자연을 바라보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색감이므로 눈을 피곤하게 하지도 않고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켜준다. 

故 윤병운 인간문화재 뒤 이어 쪽 염색의 명맥 잇다
염색장 故 윤병운 인간문화재의 뒤를 이어 천년의 빛깔 ‘쪽빛’을 재현하고 있는 윤대중 염색장전수교육조교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로 지정되었던 염색장 故 윤병운 인간문화재는 지난 2001년 염색장 보유자로 인정된 이후 쪽염색의 전승을 위해 헌신해왔다. 지난해 노환으로 별세한 故윤병운 인간문화재의 4남중 막내 윤대중 염색장 전수교육조교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쪽염색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윤대중 전수교육조교 “아버지 고 윤병운 인간문화재는 1921년 문평면 명하마을에서 출생해  통정대부를 지내시다 고향으로 돌아오신 증조부(윤치문)-조부(윤태흥)-부친(윤주식)에 이어 4대째 염색일을 해왔으며 한국전쟁으로 인해 중단된 전통 쪽염색을 1980년부터 다시 시작해 나주가 천연 염색의 메카로 발돋움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해오고 있다. 천연염색은 근대화 이후 급속한 화학염색의 도입으로 전통이 끊겼다. 대가 끊기는 것을 원통해 하던중 1980년대 전통쪽염색, 그 맥을 살릴 수 있었다. 아버지 故윤병운 인간문화재의 뒤를 이은 윤대중 염색장 전수교육조교에게도 전통을 잇는다는 사명감이 없었다면 쪽염색을 포기하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번은 불이 나 아버지의 자료와 소중한 작품들을 소실해 버리기도 했다”고 회고하는 윤 전수교육조교. 그는 이러한 역경을 이기고 전통방식의 쪽염색을 전승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필요한 모든 재료를 스스로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쪽색은 ‘쪽빛하늘’ ‘쪽빛바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남색(藍色)을 의미한다. 이 쪽빛을 내기 위한 염료는 다른 천연염료와는 달리 자연에서 바로 재현할 수 없고 고도의 기술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 과거 나주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쪽염색을 해왔지만 현재는 문평면 명하마을과 다시면 샛골마을에서만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쪽은 일년생 풀로 봄에 씨를 뿌려 음력 칠월 새벽이슬이 내리기 전에 베어 염료를 추출한다. 염색 과정은 석회만들기(구운 굴껍질)-쪽 항아리 담기-석회 넣고 당그레질-쪽염료 분리-잿물 만들기-쪽 염료 배합-6일후 염색 시작(7~10회 반복)-맑은 물에서 잿물 빼기-완성품 만들기 순이다. 작업과정에서 알 수 있듯 쪽염색은 매우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작업자에게 고도의 기술이 없다면 아름다운 쪽빛을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색과 문화와의 접목

천연염색 전문양성교육 통해 천연염색 전수
현재 윤대중 전수교육조교와 함께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아내 최경자 씨와 함께 날마다 쪽 염색물에 손을 담그고 있다. 새벽이슬 머금은 쪽을 베어 항아리에 담고 물을 채워 하루를 지내고 그 하루가 지나면 풀을 건져내고 횟가루(장작불로 구워낸 굴껍질을 산화후 사용) 넣고 당그레로 친다. 그리고 나서 쪽 염료 침전 후 윗물을 따라 버리고 쪽앙금만을 받아낸다. 재를 만들고 염색을 하고 다시 건조하기까지 700번 이상의 손길이 필요하다. 윤대중 전수교육조교는 “쪽 염색을 하는 일은 고생이 많다”면서 “특히 쪽의 특성상 가장 더운 삼복에 일을 해야만 한다. 쪽 염료는 재배부터 추출법까지 아주 미세하고 중요하지 않은 과정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섬세한 손길과 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작업은 물론이요, 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의 전수교육조교 윤대중은 현재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 중 천연염색 전문양성교육을 맡아 교육생들에게 천연염색을 전수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교육생들의 작품을 모아 나주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작품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윤대중 전수교육조교는 “교육생들에게 청출어람(靑出於藍 :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이제야 쪽은 ‘농사다’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한다. 친환경으로 제대로 쪽 농사를 지어야 모든 염색장들 사이의 로망인 ‘쪽으로 완벽한 색을 내는 일이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