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한낮엔 포근함을 넘어서 얇은 외투마저 거추장스럽게 여겨지는 날도 있다. 이 시기, 충만한 봄 향기를 가득 담아 나른해진 몸과 마음을 깨워주는 제철 음식들이 자연스레 당기듯, 자연의 흐름에 맞춰 생산돼 최상의 맛을 내는 제철 음식처럼 와인은 시즌을 한결 맛있게, 유쾌하게 즐기기 좋다.

▲ 엄 회장(우)은“와인을 마시기 위한 준비과정은 설렘이 가득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웰빙 열풍으로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연구와 보도를 통해 적포도주가 폴리페놀성분의 항산화 작용에 의해 동맥경화, 심장병, 노화방지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와인은 소수가 즐기는 고급화되고 격식으로 가득 차 어렵게만 느껴지는 술’로 인식하고 있다.

와인은 철학이다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통계를 살펴보면 2005년 상위 13개 와인생산국의 총 생산량 합계는 25,179,749톤이다. 이것을 환산하면 약 335억 병이다. 평균 1종에 10만병 을 만든다 치면 33만 종이 되며, 1만병을 만든다 치면 335만 종이다. 이미 우리나라에 상륙한 와인만도 2만 가지를 넘고 있으며 같은 밭에서 생산하여도 농산품이다 보니 해마다 그 차이가 있어 특히 고급 와인들은 그 빈티지에 따라 가격차가 난다. ‘VINOPIA’의 엄미란 대표는 “값이 비싸고 싼 와인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격대비 훌륭하고 개인의 입맛에 좋으면 좋은 와인”이라면서 “2,000종이 넘는 포도 종류의 와인이 생산되는 토양이나 기후 등 자연환경과 양조자의 기술과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와인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정성스레 만들어진 와인 한 병들은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듯 와인을 보다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와인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엄미란 대표는 “와인은 ‘철학’이다”면서 “와인을 하면서 다양함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게 되었고, 해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30여만 가지의 와인과 내가 경험하는 와인들 사이에서 겸허함과 기다림이라는 인생의 아날로그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섬세함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와인 한 병에는 대략 1,300그램 정도의 포도가 들어간다. 여기에는 단 한 방울의 물도 허용되지 않는다. 포도를 수확하여 으깨어 즙을 내고 겨울 동안 발효하고 그 후 숙성시키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숙성기간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1~2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리는 와인은 병입되고 나서도 오래 걸려 우리에게 말 그대로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사례다. 와인을 맛있게 마시기 위한 준비과정이 때로는 신성하기까지 하다. 우아한 와인 잔을 준비해야 하며 각 와인에 따른 온도를 적당히 맞춰야 한다. 와인 마시는 에티켓도 지켜야 한다. 엄 대표는 “와인을 마시기 위한 준비과정은 설렘이 가득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강의 통해 평생교육의 중요성 강조
엄미란 대표는 “와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아넷 빛, 루비 빛, 청색 잉크를 한 방울쯤 떨어뜨린 듯한 푸른 빛이 감도는 보라색 등의 레드와인, 투명한 색부터 연두 빛, 노란 빛, 호박색 등의 화이트 와인, 아름다운 노을을 연상케 하는 로제 와인 등 그 윤택함과 투명도에 이르기까지 눈이 행복하다”면서 “코끝에 느껴지는 때로는 발랄하고 때로는 원숙한 그 향기는 들꽃이 가득한 봄의 들판에 누워 들꽃의 향을 만끽하게도 하고, 메마른 땅에 소나기가 흩뿌리기 시작할 때 흙의 아늑한 향을 느끼게도 해준다”고 묘사한다. 한국여성와인협회 회장, 숭실대 관광경영학과 와인학 강사를 역임한 엄 대표는 현재 한국와인협회 집행위원, 한국평생교육 HRD 연구소 선임연구원, 청운대 인터넷학과 평생교육학 강의 등 다방면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강의를 통해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엄 대표는 “와인을 강의하면서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며 평생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평생교육학을 공부하게 되었다”면서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평생에 걸쳐 배우고 익혀 활동하며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을 해 나가며 살아야 한다. 100세 시대에서 100세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접하며 ‘현실을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늘 자신의 인생의 리더가 되어 자신을 이끌어 나아가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보호되어지길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삶에 대한 주인이어야 한다.”면서 “이제 배울 기회는 점점 더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feel이 꽂히면 언제라도 다시 공부할 수 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맛과 향을 지닌 아름다운 와인으로 숙성해가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