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당했던 일이 하도 기가 막히고 끔찍해 평생 가슴속에만 묻어두고 살아왔지만…국민 모두가 과거를 잊은 채 일본에 매달리는 것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눈을 감기 전에 한을 풀어 달라.” - 故 김학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신세영 기자 syshin@

일본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4일 개봉한 <귀향>은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조정래 감독이 2002년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봉사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배경으로 써 내려 간 이야기. 지나 2월 4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조정래 감독은 “떨리고 감격스러운 순간이다”라며 “이 영화를 만들 때 타향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소녀들을 영화에서 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 영화가 한일 간의 문제라던가,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세계 ‘위안부’ 피해 여성의 문제는 인권의 문제다. 홀로코스트와 같은 전쟁범죄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의도를 전했다. 또한, 1월 22일부터 1월 30일까지 진행되어 큰 관심을 받은 미국 후원 시사회 반응에 대해 “미국인들이 영화를 보며 펑펑 우는 것은 처음이다. 제임스 로툰도(James Rotundo)시장 역시 좋아해 주셨다. 정말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많이 눈물을 흘려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정래 감독은 2000년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작품인 단편영화 <종기>로 프랑스 코테쿠르 국제 단편영화제에 초청, 이후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는 국악 합창 이야기를 다룬 영화 <두레소리>(2012)와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 다큐멘터리 <파울볼>(2015)을 연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 영화
영화 <귀향>은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영화화 된 극영화이다. 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씨의 첫 증언 이후 올해로 25년이 되었고, 광복으로부터 7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강제로 끌려가던 그날과 위안소에서 겪은 모진 일들은 여전히 할머니들의 가슴속에 아물지 않는 흉터로 남아있다. 수많은 피해자 중 238명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등록되었고, 현재는 단 44명의 피해자만이 생존해 있다. (2016/2/21 정부 등록자 기준, 출처 '위안부' e역사관) 강일출 할머니는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돼 ‘소각 명령’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영화 <귀향>은 이 실화를 바탕으로 1943년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차디찬 이국 땅에 놓이게 된 열네 살 '정민'(강하나)과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할머니가 지난 2001년, '나눔의 집'(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시설) 미술심리치료를 통해서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철저히 재현해 당시 열여섯이었던 소녀가 피부로 느낀 두려움을, 동시에 전쟁에 혈안 되어 있던 일본군의 잔인함을 여지없이 증언한다. 조정래 감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삶과 그들이 겪은 고통을 영상으로 기록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홀로코스트’ 영화 <쉰들러 리스트>(1993), <인생은 아름다워>(1997), <피아니스트>(2002)와 같이 ‘문화적 증거물’로서의 역할에 기여하고자 하는 진심에서 출발했다.

국민 손으로 완성된 14년 감동 프로젝트
조정래 감독은 지난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아 <귀향>의 시나리오를 완성시켰지만, 이후 수 년 동안 여러 차례의 투자 거절로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 했다. 이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한 조정래 감독은 공식 영화 홈페이지를 비롯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2차례에 걸친 뉴스 펀딩과 유캔 펀딩, ARS 문자 후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제작비 조달로 영화 제작에 착수한다. 그 결과, 총 75,270명(2016/1/19 기준)이 영화 <귀향>의 후원자로 집계되었으며, 순 제작비 중 50%가 넘는 금액 12억여 원의 제작비가 모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약 7만 5천명이 넘는 후원자 명단은 엔딩 크레딧으로 약 10분에 걸쳐 오르며 영화 <귀향>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국내외 후원자들의 이름과 함께 드러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삽입돼 그 의미를 더했다.

Q. 영화 속에 어린 만신을 등장시킨 이유가 무엇이고 어린 신녀의 역할은 무엇인가?
-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나 하면,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그리신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 그림을 통해 많은 충격을 받았고 그림 속 불타고 있는 소녀들이 타향에서 외롭게 돌아가셨으니까, 비록 영화에서나마 고향으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 영화가 한일 간의 문제라던가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세계에서 위안부피해 여성에 대한 얘기는 인권에 대한 문제이지 않나? 그래서 아직까지 계속해서 얘기되는 유태인 학살 ‘홀로코트스’와 같은 전쟁범죄에 대한 이야기고, 그런 차원에서 계속 해서 이야기를 해야 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무녀를 통해서 먼저 타향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영화를 상영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돌아온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제목을 <귀향>이라고 지었던 거다.

Q. 브라운대 학생, 일본 유학생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메일을 보냈다던데,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 일본인 여학생 같은 경우에는 와세다 대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이메일 전, 너무 많이 울면서 저를 계속 따라다니며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정말 몰랐다.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부끄럽고, 이 영화를 일본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감사하게도 메일을 전해주셔서 계속해서 영화 소식을 업데이트 해주시길 원했다. 또 브라운대학으로 이동했을 때는 거의 80%이상이 미국인들로 채워진 곳에서 학생들이 많이 모여서 영화를 보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브라운대 사무엘 페리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이렇게 공고를 냈는데 많은 학생들이 모여서 영화를 본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하더라. 영화가 끝난 이후 Q&A를 간단하게 하려고 했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진행했다. 너무 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고, 일단 영화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수백 번 드린 것 같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슬펐다” 이런 표현도 해주셨다.

Q. 최리, 서미지 외에도 많은 배우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지?
- 손숙 선생님을 비롯해 오지혜, 정인기 등 많은 배우들께서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출연을 해주셨다. 특히 이번에 재일교포 분들께서 많이 참여를 해주셨는데,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네이티브 스피커가 일본어를 제대로 발음해 나중에 이 영화가 일본에 있는 분들이 보셨을 때 공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그래서 꼭 네이티브 스피커가 필요했다. 재일 교포들께서 정말 기꺼이 나셔주셨다.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참여해주셨다. 무엇보다 정민 역을 맡았던 강하나 양은 재일 교포 4세이며 제주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친구인데 너무 당차게 연기를 잘 해주었다. 어쩌면 굉장히 위험에 놓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촬영에 임해준 재일교포들과 이 자리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Q 오랜 기간 동안 가장 크게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하다.
- 오랜 제작 기간이었지만, 본격적인 촬영은 작년 4월부터 6월까지였다. 총 44회 촬영을 했고, 제작비와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하루 2회차 정도 분량으로 강행군 촬영을 끝냈는데, 막상 촬영을 끝내고 보니 후반 작업비가 없었다. 잘 아시다시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받았다. 그런 와중에 할머니들께 광복절에 영화 상영을 약속드렸고, 그분들께서도 영화 상영이 아니더라도 영상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나눔의 집’ 8.15 행사 때 15분 분량의 미니다큐 형식으로 제작기와 영화 장면을 편집해 상영했다. 할머니들 앞에서 그 장면을 보여드릴 때 기쁘지 않았다. 솔직히 너무 가슴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할머니들께서 보시고 정말 많이 우시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후반 작업비가 부족한 부분들은 시민들께서 모금해주셨고, 후반 작업 감독들도 거의 재능기부에 가까운 말도 안 되는 진행비로 애써주셔서 어려움 속에서도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들어주셨다.

Q. 공간을 통해 일제강점기 시절의 어두운 부분을 표현한 것 같다. 장소 배경에 대한 역사적 고증은 무엇이었으며, 배우와 스태프들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지는 않았나?
- 저와 배우들, 스태프들이 틈만 나면 ‘나눔의 집’ 역사관을 돌아보고, 역사관 밑에는 위안소 실제 모델이 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기물들이 재현돼 있다. 기괴한 얘기 같지만, 놀랍게도 ‘나눔의 집’ 역사관에만 내려가면 여름에도 온도가 내려가고 한기가 있던 그런 공간이었다. 저희는 증언집과 그러한 고증을 바탕으로 세트를 짓고 고사를 지내며 촬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 세트장 안에만 가면 더 추워졌다. 다들 너무 힘들어하셨다. 저희끼리는 운기라고 표현을 했는데, 다들 강인한 사람들이었는데도 너무 많이 울었다. 그럴 정도로 다들 열심히 최선을 해주셨다.

Q. 요즘 <귀향>과 같은 설 자리가 없는데,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가 단순히 일본이 나쁘다. 제국주의에 대해 고발하는 의미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영화를 통해서 타향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땅에 함께 함으로써 따뜻한 밥 한 술 올리고, 비록 영으로나마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컸다. ‘치유의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치적인 이슈라던가, 한일 간의 이슈가 아닌 하나의 휴먼 드라마로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