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가 이번 학기를 끝으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안 교수가 지난 주말 심사숙고한 끝에 서울대의 교수직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해 왔다”고 밝혔다.

▲ 안철수 교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둥지 옮겨
안철수 교수는 서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995년 정보보안 업체인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해 국내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 키웠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공학석사,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는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안 교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융합학문 분야를 배양시키고 싶다”며 서울대 교수직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을 설명했다. 안 교수와 함께 임용 제안을 받은 부인 김미경(48) 카이스트 교수도 함께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옮길 예정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융합학문 분야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새로운 융합 분야는 공부를 해보고 싶은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기초과학에서 뒤쳐져있기 때문에 융합학문으로 만회를 해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대는 학문 사이의 벽을 허물고 미래 신기술을 선도하자는 취지로 2009년 3월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설립하고 나노융합학과 지능형융합시스템학과 디지털정보융합학과 분자의학ㆍ바이오제약학과 등 4개 학과의 석·박사 과정을 개설했다. 안 교수는 당초 서울대로부터 교수직을 제의 받고 고심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안 교수가 지난 주말 심사숙고 끝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해왔다”며 “안 교수 자신이 대학원장으로서, 또 교수로서 학생들을 많이 가르칠 수 있고 함께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어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안 교수는 주변에서 “정부에서 뜻을 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많이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30대 후반부터 국회의원에 출마하라는 등 다양한 형태의 공직 제안을 받았다며 정치는 잘 모르고 정치권으로 가는 건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해 안 하는 게 낫다”고 소신 있게 대답했다. 이어 그는 아울러 “혼자서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을 했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안철수 교수는 “지식은 사라질 수 있지만 삶의 태도와 습관은 영원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대표 벤처사업가로 활동하다 경영학 교수로 진로를 바꾼 안 교수는 14년에 걸친 의사로서 삶과 10년이 넘는 ‘백신 주치의’로서 대한민국 혁신리더로 자리매김해왔다. 안 교수는 “의대생 시절 모두가 잠든 새벽 3~6시 어깨에 모포를 두르고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7년의 시간이 평생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됐다”며 “남들은 내가 공대나 경영대에 갔다면 더 빨리 성공했을 것이라 하지만 의대 재학 시절 내 삶의 태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무엇을 했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지식은 사라질 수 있어도 삶의 태도와 습관은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 열심히 산다는 건 그런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자신이 잘못된 상황에서도 주변 환경과 주위 사람들을 탓하는 본성이 있다”며 “잘못된 일의 절반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실수라는 감정 소비보다는 책임감을 느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각자가 자기 인생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지적하며 “각자가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닌 만큼 긍정의 힘을 토대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때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또 “인생은 계획대로 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며 “다만 주어진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매 순간 주어진 삶에 충실히 살아갈 것을 당부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