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안에 쓰나미(지진해일)가 닥칠 경우 해안 주민들은 얼마나 빨리, 어느 곳으로 피신해야 안전할까. 일본 지진피해로 쓰나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국내 쓰나미 재해예방에 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진해일 대응 시스템 프로젝트 진행률은 16%
일본 후쿠오카 서해안은 유라시아판과 북미판이 만나는 지진대로, 이곳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약 1~2시간 뒤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재연구소는 후쿠오카 서해안 지진대에서 규모 8.0의 해저 지진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동해안 43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쓰나미 대피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지진 발생 위치 등에 따라 쓰나미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 지역당 77개의 지도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일본 서해안 아키타현 서측 100㎞ 지점에서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동해안 일부 지역을 최대 3.5m까지 침수시키는 쓰나미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현재 진행률은 16%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침수 예상도를 만든 지역은 삼척항·임원항·경포해수욕장·속초해수욕장·죽변항·강구항·진하해수욕장 등이다. 쓰나미 연구가 늦어진 것은 지진이 100년 주기로 발생하는 등 발생 확률이 낮다는 이유로 예산 배정에서 밀려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2013년까지 총 16억원으로 적은 데다, 매년 배정되는 예산도 약 3억원 수준이라 사업 규모에 비하면 부족하다”며 “총 사업비가 늘어난다면 동해안 곳곳의 침수피해 지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2015년까지 지진 관측 후 50초 이내, 2020년까지는 지진 관측 후 10초 이내 지진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수준의 경보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지만 초기 예산에만 약 300억원이 필요하다. 2011년도 지진관측망 보강 예산은 52억원뿐이다. 국내에선 쓰나미 전문가도 찾아보기 힘들다. 쓰나미 분야를 전공한 박사급 인력은 방재연구소에 한 명 있고, 기상청에는 한 명도 없다. 한편 1779년 4월 경주에서 진도 6.5 규모 지진이 발생해 100여명이 사망했고 1518년 7월 서울에서 6.5 규모 지진으로 가옥이 붕괴됐다. 1643년 7월 울산에서 7.0 규모 지진으로 봉화대와 성벽이 무너졌고 1810년 2월 청진에서 6.5 규모 지진 탓에 사람과 가축이 압사하기도 했다. 최대 규모 지진은 1978년 충북 속리산과 2004년 경북 울진 앞바다에 발생한 진도 5.2 규모짜리였다. 1978년 충남 홍성과 2003년 인천 백령도 앞바다에서도 규모 5.0짜리 지진이 발생해 2명이 다치고 건물 118동이 파손됐으며 건물 1000여개에 균열이 생겼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최근 한반도 주변 지진 발생 횟수가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는 1978년부터 1996년까지 16회에 불과했지만 1997년부터 2010년까지 41회로 증가했다. 지진해일도 일본 북해도 연안에서 해저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1983년과 1993년에 지진해일이 몰려와 동해안 지역에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2층 이하 건축물에 대한 내진성능도 강화
새마을·무궁화호 열차 등이 운행하는 일반철도의 지진 대책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고속철도와 달리 내진설계가 안 된 교량과 터널 등 시설물에 대한 성능보강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3월 18일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에 따르면 일반철도는 1999년 터널과 교량 등에 대해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기준을 마련했다. 2002년 철도청이 일반철도 시설물에 대한 내진성능 평가 결과 교량 327개와 터널 61개 등 총 388곳의 보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내진설계 및 성능 보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철도공단이 2006년 7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콘크리트 시설물(328개)에 대해 실시한 내진성능 상세평가에서도 교량 262개와 터널 25개 등 287곳의 성능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2010년 현재 보강 작업이 이뤄진 시설물은 110개로 전체의 28.3%에 불과하다. 콘크리트 시설물은 287개 중 28개만 마무리됐다. 올해 철도공단의 철도 개량사업비 1330억원 중 내진성능 보강사업은 3곳, 40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46억원을 들여 6곳에 대한 사업만 실시했다. 나머지 275개에 대한 보강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교량의 성능보강은 교각 위 구조물을 받치는 ‘교자장치’를 내진설계된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교각을 강화한다. 터널은 입구를 콘크리트로 보강하는 작업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2007년 500억원이던 철도 개량사업비가 2009년 3월 ‘지진재해대책법’이 제정되면서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개량사업이 수해와 지하철 세이프도어 설치 등 36개나 돼 지진 대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고속철도는 1991년 설계 당시 경부고속철도 1단계(광명~대구) 구간 교량(107개)과 터널(50개)은 일본 신칸센 기준을 적용, 리히터 규모 6.0으로 설계됐다.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와 호남선은 1995년 고베지진 후 리히터 규모 6.5로 설계됐는데 터널과 교량은 각각 67개와 44개다. 앞으로 고층 건물뿐 아니라 2층 이하 소규모 신축 건축물에도 내진성능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토해양부는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내진설계 및 성능 보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2층 이하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내진성능을 강화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3층 이상 건축물과 연면적 1000㎡ 이상, 높이 13m 이상 등 지진에 취약한 건축물에 대해서만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고, 전체 건축물의 84%를 차지하는 2층 이하 건물에는 별도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1~2층의 저층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지는 않는 대신 별도의 표준 설계도면을 만들고 앞으로는 이 기준에 따라 신축을 의무화하는 일본식 내진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2층 이하 건축물을 내진설계 의무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건축비가 종전보다 3~5% 상승할 뿐 아니라 건축기간 지연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2층 이상이거나 200㎡ 이상 건축물의 경우 건축구조 기술사가 참여하는 내진설계가 의무화돼 있다.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아닌 1층, 200㎡ 미만 건축물은 별도로 정한 구조기준에 따라 건물을 시공하도록 하고 건축기준적합판정 자격자의 검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국토부는 표준 설계도면을 활용하면 구조 전문가의 도움 없이 내진성능을 보강할 수 있고 건축비도 종전보다 1% 정도 증가하는 선에서 신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2층 이하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서도 내진보강 매뉴얼 등을 마련, 자발적인 내진 보강을 유도해왔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많지 않았다”면서 “표준설계 시공을 의무화하면 건축비 증액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내진성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日 원전 사고의 한반도 영향은 미미
일본발 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우리나라에 서서히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등급이 7등급으로 격상되면서 주변국들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에서 재배한 농산물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으며, 항공업계는 이용객과 화물수송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원전 사고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미미하지만 잇따른 여진과 냉각처리 지연으로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순흥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지난 4월 12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규모는 체르노빌보다 작지만 방사성 물질이 많이 유출됐고, 원자로 복구가 지연되는 상황이 문제”라며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은 커졌다”고 말했다. 원전 인근의 지각 불균형이 계속되는 점도 불안요소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대지진 여파로 당분간 해안 지역에서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후쿠시마에서 지진이 난 것은 의외”라며 “내륙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시기가 생각보다 빨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전 인근에서 일어난 추가 지진이 손상된 원전에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냉각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지진이 겹쳤기 때문에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재배된 채소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4월 7∼8일 비가 내린 뒤 전국적으로 시금치, 상추 등 노지 채소 40건을 수거·분석한 결과 3건에서 요오드와 세슘이 극미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검출된 3건의 경우 가장 많이 검출된 시금치를 기준으로 매일 50g씩 약 60년 섭취 시 흉부 엑스레이 1회 촬영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과 유사할 정도"라며 인체에는 피해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산 축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진 중인 동해안, 제주도 등지의 생산 원유(原乳) 검사에서는 현재 검사가 완료된 10건(제주) 모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사고 가능성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해야

▲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내진설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를 계기로 수명을 연장한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7년 6월까지 운전이 연장된 고리원전 1호기

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 시급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정부는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 점검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원전의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3월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소집, 4월 말까지 국내 21개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고 가동기간이 20년 이상인 고리1호기 등 9개 원전에 대해서는 중점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국내 대기와 빗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단축해 매일 공기 중 방사성물질 양을 발표하고, 해수의 방사성물질 양도 1주일에 한 번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근본적 정책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황식 총리는 지난 3월 28일 열린 원자력위원회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자력 발전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 우려와 관련해서도 정부 당국은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기상청은 방사성물질의 국내 직접 유입에 대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물질은 극미량이어서 인체에 해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그 사이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원전 건설을 추진해오던 삼척 지역에서는 여론이 바뀌면서 원전 유치 반대운동이 불붙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도 확산됐다. 반면 방사성 요오드 오염에 효능이 있는 비방사성 요오드(안정화 요오드)가 함유된 소금·미역·김 등의 매출은 급등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월 10일 “일본 원전 사고에 정부와 관련기관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안전하다’와 ‘미미하다’만 강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안에서는 안전을 위해 이번 기회에 중국·일본과 원전 사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MOU를 체결해 주변국에서 원전 사고가 났을 때 국제적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