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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종식, 그 후
축산농가의 ‘대(對)구제역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
2011년 05월 02일 (월) 10:34:5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전국의 축산농가가 심각한 구제역 후유증을 앓고 있다. 씨수퇘지와 송아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매몰지 주변의 주민들이 소 돼지의 재입식(再入殖)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육 재개가 매우 힘들어진 것이다.

지난 4월 3일 충남 홍성군의 가축 이동제한 조치가 마지막으로 해제되면서 구제역 사태는 발생 126일 만에 사실상 종식됐지만 축산농가의 ‘대(對)구제역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 구제역 사태는 발생 126일 만에 사실상 종식됐지만 축산농가의 ‘대(對)구제역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축산농은 ‘재입식과의 전쟁’
축산업계에 따르면 구제역 이전 50만∼60만 원이던 90∼100kg 씨수퇘지(종돈) 가격은 80만 원을 웃돌고 있다. 이는 구제역 감염으로 많은 양의 종돈이 매몰처분된 데다 최근 재입식을 앞둔 축산농가의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모돈(母豚)과 후보돈(새끼를 배기 직전까지 자란 돼지)도 80만∼100만 원으로 구제역 발생 이전의 2배로 올랐다. 구제역으로 돼지 1700여 마리를 매몰처분한 강원 횡성군 최모 씨(68)는 “보상금 가운데 1차로 지급된 50%를 밀린 사료값과 대출금 상환에 쓰고 나니 수중에 남는 게 없다”며 “주로 후보돈을 재입식하는데 가격이 오르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입식 농가를 위해 매몰처분 보상금 범위 안에서 최대 3억 원까지 3% 이율로 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있다. 한국종축개량협회에 따르면 전국 127개 종돈장 가운데 44개소에서 매몰처분이 이뤄졌다. 전체 90만 마리의 종돈 중 28만9000여 마리가 매몰처분된 것. 협회 관계자는 “종돈의 수급 불균형으로 당분간 종돈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종돈의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급히 모돈을 확보해 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모돈이 낳는 10∼12마리의 새끼 중 상태가 좋은 암놈 2마리 정도만 모돈으로 활용하지만 앞으로는 4마리 정도를 모돈으로 쓰겠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품질이 떨어질 수 있지만 공급량이 달리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시장 안정을 위해 낫다”고 밝혔다. 젖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젖을 생산할 수 있는 초임 만삭우는 구제역 발생 전 350만∼400만 원 정도에서 최근 100만 원 이상 가격이 올랐다. 젖소는 전국 사육 마릿수 42만9000여 마리 중 8.3%에 해당하는 3만6000마리가 매몰처분됐다. 구제역 감염으로 매몰처분된 대규모 돼지농장의 재입식을 놓고 농장과 지역 주민들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 주민들은 그동안 돼지농장의 분뇨 악취로 고통을 겪었다며 돼지 3만6900여 마리를 매몰처분한 이 지역 모 영농조합의 돼지 재입식을 반대하고 있다. 번영회는 “영농조합이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있는 데다 축산 폐수 유출로 악취가 발생하는 등 주민들이 생활 불편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농조합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재입식을 주민이 반대해 난감하다”고 밝혔다. 마을에 1만2000여 마리의 돼지가 매몰된 원주시 소초면 평장리 주민도 “마을 인근 돼지농장의 악취로 고통을 겪었는데 이제는 매몰처분에 따른 침출수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며 농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 영주시 장수면 주민도 돼지 1만3000여 마리가 매몰처분된 이 지역 ‘세원양돈단지’의 재입식을 반대하고 있다. 이칠호 갈산리 이장은 “수년 동안 악취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조만간 항의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동시는 주민들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재입식을 반대하는 와룡면 서현리 ‘서현양돈단지’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잦은 재입식 절차 지침으로 지자체서 혼선 빚어

   
▲ 가축 매몰지 관리 지침에서도 오염된 지하수 정화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구제역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농장에 가축을 다시 들이기 위한 정부의 재입식 절차 지침이 일주일 단위로 변경돼 일선 지자체에서 혼선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31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농림부는 전국 지자체에 매몰 농장에 대한 가축 재입식 절차 공문을 하달했다. 공문에는 가축을 매몰한 농장의 경우 1차로 시·군이 농장 청소 및 소독 상황을 점검한 뒤, 2차로 축산위생연구소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존재 여부를 검사해 재입식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축사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청소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명시돼 있다. ‘청소 세척 및 소독 실시요령’에 따르면 ‘축사 소독은 천장, 벽면, 바닥 순서로 실시하고 축사와 울타리는 가성소다수로 세척한 후 수세미를 사용해 제거한다’고 자세한 세부 지침을 정해 놓았다. 이처럼 농림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한 이유는 구제역 발생 이후 농가 대부분이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면서 백신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이전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 새로운 매뉴얼이 필요해지면서 농림부는 바뀐 지침이 담긴 공문을 지자체에 하달했지만, 매번 세부 내용이 조금씩 바뀌면서 일선에서 현장을 점검하는 공무원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도내 한 지자체 축산과 공무원은 “처음에는 한 마리만 검사해도 된다고 했다가 며칠 뒤에는 두 마리, 세 마리를 검사해야 한다고 지침이 변경돼 내려왔다”며 “그렇다보니 농장주는 빨리 통과 안시켜준다고 항의해 입장이 곤란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의 공무원은 “기본적인 매뉴얼은 있지만 지침이 두 세번씩 바뀌어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아무래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게 처음이다 보니 부처에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계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입식 허가를 내주는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도 매번 바뀌는 지침에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침에 따라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다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채혈검사를 전체 가축에 대해 진행했는데, 오늘부터는 일부만 해도 된다고 해 힘이 빠질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여러 차례 공문이 나가긴 했지만 내용이 변한 적은 없다”며 “큰 틀은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또 “농가들이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새로운 매뉴얼이 필요해 공문을 하달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공문을 추가로 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시 등 붕괴 우려에 공사 했는데도 침출수 유출

   
무너지거나 떠내려갈 우려가 있다며 보강공사를 마친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 의심사례가 확인됐다. 우기를 앞두고 매몰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부소장은 “정부기관의 보강공사가 이런 식이라면 결국 다시 파서 사체를 옮겨 묻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시는 지난 3월 1억4300만원을 들여 보강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공사 종료 후 보름 만에 침출수가 흘러나와 인근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게 김 부소장의 지적이다. 이 매몰지는 안성시가 지난3월  1일부터 28일까지 총면적 450㎡ 둘레를 콘크리트 옹벽으로 감쌌지만 하부를 조경석으로 마무리해 옹벽 아랫부분에서 침출수 유출이 의심되고 있다. 하천 인근 30m 이내에는 매몰지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한 지침을 어겼을 뿐더러 유실 우려가 지적돼 보강공사를 벌인 곳이다. 김 부소장은 “붕괴 우려가 있는 주변만 보강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침출수 유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전국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매몰지에서 침출수를 뽑아낼 생각만 하고 있다”며 “(매몰지) 아래로 흐르는 침출수 대책이 전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안성시는 침출수 유출을 부인했다. 안성시 동물방역계 이광수 매몰지관리팀장은 “민관 합동조사팀이 침출수로 보이는 물질과 하천수를 채취해 관내 농업기술센터와 농협중앙회 축산기술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며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침출수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 유출은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7일 경기도 이천시 모전리의 돼지 매몰지 인근 지하수에서 악취와 함께 발견된 동물성 기름은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라는 사실이 원자력연구원에 의해 최초로 확인됐다. 같은 달 24일 돼지 8869마리를 매몰한 충북 진천군 도하리의 한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강원도 횡성지역 구제역 가축 매몰지 인근 지하수 170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83곳이 음용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달 말 전국 가축 매몰지 주변 3000개 관정의 지하수 수질 검사를 벌여 1차 분석한 결과 143곳에서 음용수 수질 기준 이상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심각해
지하수가 방치되고 있다. 구제역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의심됐던 수건의 사례에서 환경부는 ‘지하수 음용금지’ ‘지방상수도 보급’을 해결책으로 내놨다. 가축 매몰지 관리 지침에서도 오염된 지하수 정화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 환경부 조사에서 질산성 질소 등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난 구제역 매몰지 인근 지하수 관정은 모두 143곳이다. 환경부는 침출수의 영향이 아니라는 해명에만 급급했을 뿐 수질 개선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3일 현재 오염된 지하수를 정화한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수 오염을 개선할 계획도 현재로선 전무하다. 환경부는 전국 2499곳에 지하수 수질 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조사 대상의 5∼6%가 각종 수질 기준을 초과하고 있지만 역시 수질 개선엔 무대책이다. 지하수를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은 질산성 질소 검출 비율이 높다. 축산 분뇨, 비료에 함유된 질소 성분이 물에 녹아 질산으로 변한다. 질산성 질소는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질산성 질소가 대량 함유된 물을 오랫동안 먹으면 적혈구의 산소공급 기능이 떨어져 유아에게 청색증을 유발한다. 피부색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은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1950∼60년대 체코에선 어린이 100여명이 오염된 지하수를 먹고 발병해 사망률 8%를 기록한 ‘블루베이비 사건’이 일어났다. 1993년 국내에서도 질산성 질소에 오염된 지하수에 분유를 타 먹인 아기에게서 청색증이 발병한 사례가 보고됐다. 영농행위는 지하수법이 규정하는 오염유발 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개선조치 등 행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 오염이라는 현상은 있지만 원인자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오염된 지하수는 자정 작용에 매우 오랜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수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잠재적 위험은 후대에도 계속된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자원 부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미래 수자원으로 지하수를 주목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5년 지하수 환경지도 작성, 국가 복원 우선순위 목록 작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하수 수질보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지하수 관정 관리자에게 오염 책임을 지게 하는 책임 제도와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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