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여성이 경제활동에 대거 참여하면서 맞벌이 가족이 대세이지만 우리 사회의 여성은 여전히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는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2012년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의 일일 가사 노동시간이 맞벌이 남성의 6.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석하게도 가족은 있지만 소통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사회는 고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빠의 역할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방향을 잃고 사회 속으로 사라져 버린 가장들이 얼마나 많은가? 일과 사회의 탓으로 돌리기엔 아빠의 인생과 가족의 삶이 너무나도 억울하다. 가정과 기업이라는 조직은 소통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결코 다르지 않다. 이제 ‘아빠’ 라는 경이로운 직업을 다시 찾아와야 할 때가 되었다. 행복이 달아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차성경 기자 biblecar@

중요한 것은 가사노동이나 육아를 여성의 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부부의 공동 책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도와주거나 일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맞벌이 부부가 가정경제에 대해서 책임을 분담하듯이 가사노동 또한 책임을 분담하는 사회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일과 가정을 분리해서 보는 시각과 일을 통해서만이 가족을 살리고 가족의 희생을 통해서만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왜곡된 마음가짐이다. 자녀들의 원활한 독립을 위해 가장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내가 속한 조직의 월출한 성과를 위해서도 원활한 가족간의 소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100배 1,000배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가족 소통 프로젝트 <나의 직업은 아빠입니다>

▲ 탁경운 소장

최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나의 직업은 아빠입니다>는 자신의 집을 ‘가족소통연구소’로 삼아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바보 아빠 탁경운의 가족 소통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다. 회사에서 힘겹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은 것이 아빠들 심정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멀어지고, 종국에는 자신이 ‘밥벌이 기계’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서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이런 아빠들에게 책의 저자인 탁경운 가족소통연구소장은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연구하면서, 왜 내 가족과 잘 지내는 기술을 연구하지 않나?”라는 ‘돌직구’를 날린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아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탁경운 가족소통연구소장은 “대다수 아빠는 오직 자기 일에만 매진한다” 면서 “그러다 어느 날 가정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발견하고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없는 가족관계를 한탄한다. 삶의 참된 행복을 누리려면 자신이 해야 할 일과 가정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나의 직업은 아빠입니다>는 눈높이 소통방법인 ‘손톱깎이’, 가족 간 스킨십을 부르는 ‘생일 세족’,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족 워크숍’ 등 바로 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간혹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 수 있으나 모두 탁경운 소장이 직접 가족들과 함께 체험해 효과를 얻은 방법들이다. 탁경운 소장은 “가족소통의 주체는 아빠여야 한다. 엄마는 양육의 중심에 있지만 아빠란 존재는 아웃사이더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면서 “아빠가 시간과 아이디어를 가정에 쏟으면 엄마의 양육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건 물론, 집안 분위기가 완벽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보내는 믿음 어린 시선에 아빠 스스로 느끼는 행복과 자신감은 말할 수 없이 커진다. 이러한 변화는 가장 자신이 속한 사회 조직에서의 일에까지 긍정적인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아빠가 바로 서야 가정이 화목해진다
한국 아빠가 자녀와 놀아주는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으로, OECD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에 탁경운 소장은 “한국 아빠들이 다른 나라 아빠들보다 사랑이 적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단 몇 분이라도 자녀와 집중력 있는 교감을 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탁경운 소장 역시 과거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만 벌어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우리네 아빠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미래에 대한 자신의 모습을 심각하게 그려보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나이에 비해 빠른 승진으로 대기업과장이 되었으나 어느 순간 “이대로 가다가는 일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라는 미명하에 밤새도록 술 마시는 모습조차도 ‘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 위안하기도 항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사랑하는 가족과는 주말조차 함께 보내기 힘든 현실을 깨닫게 되니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화목하고 행복한 가족이 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것이 바로 다양한 가족소통채널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탁경운 소장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 시대의 아빠들과 공유하고자 실질적이고 활용 가능한 가족 소통의 모든 것이 담긴 ‘가족소통 레시피’, 세상 어디에서도 이룰 수 없는 것들을 가족이 뭉치면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가족이야말로 지구상 최고의 팀이다’,  가장들의 끝없는 고민을 해결하는 ‘일과 가정의 시소게임’ 등의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명강사 경진대회에서 ‘가족소통 레시피’ 란 주제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탁경운 소장은 가족소통연구소를 활발히 운영하는 것 이외에 현재 서울시 창업닥터, 한경경영지원단 경영컨설턴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60세 이후 국악인의 삶을 꿈꾸며 40세부터 취미로 시작한 국악 활동이 이젠 특기가 되어 소리랑 국악 예술단의 단원이자, 한국국악협회 성북지부 사무국장 및 문화예술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탁 소장은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는 마스터 키는 사회의 최소 핵심 조직인 가정의 화목이다. 최근 가족친화경영이 기업문화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면서 “직원과 그 가족의 행복 증진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단순하고도 위대한 진리를 깨닫고 있는 것이다. 가족친화경영의 출발은 직원 한사람이 한 가정의 가장임을 인정하고 가장은 제대로 된 아빠의 역할을 통해 조직의 올바른 기여를 실행함으로써 가능하다. 따라서 무엇보다 아빠의 역할, 아빠의 자리를 찾아드리는 것이 나의 사명이 되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