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한 대로, 뜻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도자기를 제작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열과 습도, 바람에 민감한 도자 조형의 어려운 성질 때문에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들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황인상 기자 his@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결과물에 대해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도자기가 가진 특성이다. 예측불허한 우리의 삶과 닮은 도자기 제작과정은 그래서 작가와 밀접히 관계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적 영감을 모티브로 작품 제작해

▲ 서동희 교수

서동희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 도자공예전공 명예교수의 행보가 화제다. 한국 도자공예의 발전을 이끌어 온 서동희 교수는 국내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 캔자스대 대학원과 미주리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은 서 교수는 개인전을 연 것을 시작으로 한국보다 미국 전시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77년 미국 로랜스 캔자스에서 가졌던 첫 개인전부터 성경 속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최근 작업까지 서동희 교수는 40년 가까이 도자공예에 예술혼을 불사르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다층의 복합적인 조형구성과 아울러 무게를 경감하기 위해 톱밥, 페이퍼클레이 등의 재료를 실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추상성, 서정성, 상징성을 가장 잘 배합한 ‘이 시대 최고의 조형예술가’라는 칭호를 얻은바 있는 서동희 교수. 특히 내밀하여 은유적인 우아함으로 세계를 매혹시켜 온 그의 도조작품들은 서정적이고 추상적이며 신앙심과의 관계를 명백하게 드러낸다.

마태복음을 주제로 제작한 <산상변화> 시리즈, 요한계시록 22장 이야기인 <생명수의 강> <생명나무> <의기상승> <광채> 등이 그러하다. 최근 제작한 <꿈에 본 사다리>는 창세기 28장에 야곱이 여행을 하다 돌베개를 베고 꿈에 본 사다리와 천사가 오르내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이야기를 묘사했다. 서동희 교수는 태토를 가늘게 잘라내 파도, 불꽃 식물, 바람에 흔들리는 잎, 식물과 같은 형태를 표현하여 음악적 리듬으로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은 정적인 움직임 속에 초자연적인 세계의 신비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색채와 유약의 사용을 자제하여 주의 깊은 사려심으로 제작된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매력 속에 양식화한 상징을 담고 있다. 작품은 부드러운 질감과 태토 자체에 내재된 갈색과 흰색의 순수함을 드러내고 있다. 색채나 유약의 사용을 절제함으로써 그의 작품은 한국적인 도예의 전통이 형성된 시기인 고려시대 청자나 은자의 왕국인 조선의 백자가 가진 잔잔한 아름다움과 관계를 맺고 있다. 란 콕타, 글랜 브라운, 짐 리디와 같은 미국평론가들은 서 교수의 작품을 두고 “빵을 썰어 놓은 것처럼 철사로 흙의 단면을 잘라 다양한 형태의 추상작품”이라며 “‘서동희’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성경도예관 개관전’ 예정
“흙이 주는 따뜻한 질감이 좋아 도예작업에 빠져들다 보니 40년이 흘렀다. 흙이 주는 내면의 본질을 통해 하나님 안에서 탄생하고 생성되는 생명의 의미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40여 년간 도자공예를 하며 후학을 양성하면서 종교와 예술을 어떻게 함께 표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온 그는 향후 시가 1000억 원에 이르는 그의 작품들을 모두 하나님께 바치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성경도예관’을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앞서 ‘성경도예관 개관전’을 열 계획이다. 한편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미국인명연구소(ABI),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 마르퀴즈 후즈후 인명사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되어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얻은 바 있는 서동희 교수는 “예술은 새로운 창작이 생명이다”면서 “앞으로도 창작을 위한 부단한 실험과 작업을 통해 후학도 양성하고 대한민국 예술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