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에 규모 9.0의 대지진과 거대한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이 여파로 12일 오후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가 줄줄이 폭파되면서 ‘방사선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2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연상케 하는 최악의 재앙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휩싸였다.

▲ 일본 북부 이와테현 미야코를 덮친 쓰나미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東北)지역에서 최대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최대 높이 10m의 대형 쓰나미(지진해일)가 해안을 강타하면서 일본이 대혼란에 빠졌다. 일본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강진과 쓰나미에 직격탄을 맞은 미야기 현 미나미산리쿠초에서는 8천 명의 주민이 사라졌고, 도시 전체가 화마에 휩싸였던 게센누마 시에선 6만 명, 이와테 현의 리쿠젠타카타와 오쓰치에서도 2만7천 명 이상이 실종됐다. 간신히 사지에서 탈출한 이재민도 천5백여 대피소에 43만5천여 명에 달한다.

▲ 일본 북부의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에서 파괴된 집들 뒤로 연기가 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규모 9.0 강진과 대규모 쓰나미가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지 열흘째를 맞은 20일 오후 11시 사망 실종자 수가 2만1천381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12개 도도현(都道縣)에서 8천450명이며, 가족이 경찰에 신고한 행방불명자도 6개 현에서 1만2천931명이라고 밝혔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宮城)현의 경우 5천5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야기현 경찰본부 다케우치 나오토 본부장은 이날 미야기현 재해대책본부회의에서 현내 사망자가 1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사망 실종자는 이번 강진, 쓰나미가 혼슈 동부의 광대한 지역을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앞으로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청은 지진, 쓰나미와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방사선 물질 누출사태로 도후쿠(東北), 간토 (關東), 고신에츠(甲信越)의 1도 14개 현에 설치된 피난소에 대피해 생활하는 주민 수도 약 35만명에 이른다. 여기에 교도통신이 20일 밤까지 집계한 후쿠시마현 등에서 다른 현으로 피신한 주민 수도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沖繩)에 이르는 41개 도도현에 3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일본 동북부 미야기 현 해안에서는 2000여 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미야기 현 경찰은 오사카 반도와 미나미산리쿠초에 각각 1000여 구의 시신이 해안선을 따라 흩어져 있다고 밝혔고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뒤 발견된 가장 큰 희생자 규모로 기록됐다.

이재민만 23만명, 대피소 질병 창궐 우려
동일본 대지진 피난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이재민들의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생필품도 부족한 상황이라 감기 환자와 사망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은 현재 미야기와 이와테현 등 피해 지역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은 23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집계했다. 일본 정부가 헬기와 대형 수송함까지 동원해 구호물품 운송에 나섰지만 이재민 대피소에는 음식과 생수, 그리고 약품과 연료가 여전히 부족하다. 피해 지역에는 갑자기 추위까지 몰아닥치면서 감기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대피소의 환경이 열악한데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이재민들 사이에서 건강 이상 증세가 확산됐다. 특히, 고령자를 중심으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충격과 대피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 식사가 부실해 영양 상태가 나쁜데다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피소에선 의료진까지 부족한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 당국의 조속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재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인용 구두와 드라이아이스 등이라고 보도했다. 미야기현 나토리(名取)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피난소에 습기 찬 구두를 신은 채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며 “어른용 구두가 기부됐을 때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시노마키(石卷)시의 한 장의사는 “화장장이 가동되지 않아 시신 보존이 어렵다”며 “드라이아이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야기현의 마츠시마시에서 지진 및 쓰나미 발생 후 트랙에서 벗어난 전차

일본 대지진 원인은 슈퍼문 때문?
일본 지진으로 인해 ‘슈퍼문 재앙설’이 또 다시 제기됐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0일 새벽 4시 10분 달의 중심과 지구 중심 사이 거리가 평균(38만여㎞)보다 3만㎞가량 가까운 35만 6215㎞로 좁혀져 국내에서도 ‘슈퍼문’을 관측할 수 있었다. 19년 만에 가장 큰 달인 수퍼문의 출현을 앞두고, 우려됐던 대지진과 대형 쓰나미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수퍼문 때문에 자연재해가 일어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신문은 “이날 달과 지구의 거리가 좁혀져 1992년 이래 가장 가까워진다. 인터넷에 수퍼문이 기상이변이나 지진, 화산활동 같은 자연참사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측이 넘쳐난다”고 전했다. 인터넷에 이러한 소문이 퍼졌던 이유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웠던 1992년을 비롯해 수퍼문 현상이 나타난 1955년, 1974년, 2005년에 모두 기상이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05년에는 1월 슈퍼문이 뜨기 2주 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덮쳤고, 1974년 성탄절에는 사이클론 트레이시가 호주 노던준주(準州) 주도 다윈을 강타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수퍼문에 의한 자연재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일본 대지진은 수퍼문 출현 1주일 전에 발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와 달이 일직선상에 있을 때 지각판에 압력을 줄 수 있지만 이번 지진은 해와 달이 서로 어긋나 기조력(조석이나 조류를 일으키는 힘)이 가장 약할 때 발생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지진 등과 관련이 있다는 말은 근거없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배용준, 이병헌, 장동건… 한류스타들 ‘통 큰 기부’
일본 대지진 피해를 돕기 위한 한류스타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욘사마’ 배용준이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10억 원을 기부했다. 그는 기부에 앞서 자신의 일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과 여진 소식은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면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배용준과 같은 소속사인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은 자연재해로 가족을 잃고 근심에 빠진 일본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1억원을 쾌척했다. 김현중은 소속사를 통해 “일본 지진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가슴이 아팠다. 하루 속히 피해가 복구되길 바라며 미약하지만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뵨사마’로 불리며 배용준과 함께 한류를 선도해가는 배우 이병헌은 대한적십자를 통해 7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앞서 지난 13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힘들고 슬픈 상황에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와 위로를 드린다. 더 이상의 불행이 없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f(x)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지진 피해에 써달라며 대한적십자사에 10억 원을 기탁했다. SM은 “일본 국민들과 우리 교민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한마음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룹 JYJ(재중, 유천, 준수)도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에 구호금 6억 원을 전달했다. 빅뱅, 투애니원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는 5억 원을 내놨다. 이와 함께 원빈은 유니세프 일본긴급구호 계좌를 통해 2억 원, 송승헌은 구세군에 2억 원, 안재욱은 1억 원을 각각 전달했다.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류스타 장동건, 류시원, 최지우 등 일본 지진피해 구호 기금으로 각각 2억 원을 기부했다.

할머니와 손자 극적 구조… 심금 울리는 사연들
일본 대지진 발생 열흘째인 3월 20일 무너진 집에 고립됐던 80살 할머니와 16살 손자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할머니 아베 스미와 손자 아베 진 군이 그 주인공. 오후 4시쯤, 고등학생인 아베 군은 수건을 몸에 두르고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요청했고, 자신을 구하러 온 경찰을 안내해 할머니도 구해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쇠약한 상태였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서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뚜렷했다. 이들은 지진 발생 당일부터 부엌에 갇혀 지냈고 냉장고에 있는 요구르트와 물 등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 발이 냉장고로 추정되는 물건에 걸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할머니. 아베 군은 이런 할머니에게 음식물을 계속 먹였고, 마지막 힘을 다해 건물 잔해를 헤치고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아베 군은 저체온증 때문에 몸을 떨고 있었고 왼쪽 다리에 감각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사람이 재해상황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버틸 수 시간은 3일, 72시간. 이 시간을 일주일이나 훌쩍 넘긴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와 구조대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기적을 일궈냈다.
한편, 리아스식 해안으로 유명한 이와테(岩手)현의 항구도시 가마이시(釜石)는 지난 11일 강진과 쓰나미로 사망 및 실종자가 1000명을 넘어섰지만 약 3000명에 달하는 이 도시의 초·중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화를 면했다. 시 교육위원회가 2004년부터 쓰나미와 지진에 대한 방재교육을 크게 강화한 덕분이다. 이와테(巖手) 현 오후나토(大船渡) 시 주민인 오타 아키코(大田明子·38)씨 가족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뒤 일주일간 승합차 안에서 살았다. 지역 초등학교에 대피소가 마련돼 있지만 자폐증세가 있는 둘째 아들 아쓰야(敦也·10) 군 때문에 다른 피난민들이 불편해질까봐 걱정했기 때문. 일본인 특유의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배려인 것. 후쿠시마(福島)현 나미에(浪江) 정에 사는 나베시마 유키(鍋島悠希·12) 양과 유스케(悠輔·7) 군 남매는 대지진으로 부모와 헤어진 지 열흘이 넘었지만 울지 않고 있다. 찾고 또 찾으면 언젠가는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아서이다. 유키 양 남매는 15일 가나가와(神奈川) 현에 있는 할아버지 집으로 보내졌다. 이들 남매는 울지 않은 채 잡다한 집안일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안전지대인가… 규모 6.5이상 대지진 가능성
한반도가 지질학적 위치 및 구조상 일본이나 중국보다 강진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 6.5~7의 강진(强震)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상대적으로 월성과 고리 원전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함께 현재 국내 원자력 발전소는 규모 6.5의 지진까지 견디도록 설계돼 있어 원전의 내진(耐震)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박사는 3월 23일 서울 테헤란로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지진과 원자력 안전’ 주제 포럼에서 “한반도의 역사적 지진 기록이나 지질 구조 등으로 미뤄 볼 때 규모 6.5 이상의 지진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와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경주와 울산에서 불국사와 석가탑이 무너지고 땅에 구멍이 났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와 고려사, 승정원일기 등 문헌에 따르면 삼국시대(AD2∼936) 107건, 고려시대(936∼1393) 193건, 조선시대(1393∼1905)에 1000건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특히, 고려사에는 1024년(고려 현종 15년) 지진에 의해 경주 불국사 석가탑과 담장 일부가 붕괴된 데 이어 1038년(고려 정종 4년) 보수 중이던 석가탑이 지진에 의해 또다시 무너지고 불국사 경내 다리(청운교, 백운교 중 하나)도 붕괴됐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 지질 조사에서도 경주 동쪽 지역에서 지진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의 흔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지 박사는 “과거 지진 기록을 현대 과학으로 해석하면 진도 9와 6.5~7 사이가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은 추가령·옥천·양산 단층(斷層) 부근으로 지목됐다. 이 단층대들은 2억4000만~1억9000만 년 전 몇 개의 땅덩어리들이 붙어 지금과 같은 한반도를 이룰 때 각 땅덩어리들의 연결 부분에 해당한다. 한편, 한전은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새로 짓는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을 규모 6.5에서 7.0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신설원전은 2014년까지 완공할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3·4호기와, 2017년 완공할 신울진 1·2호기 등 모두 7기가 예정돼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방사능 공포 확산
지난 11일 강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6기 가운데 4기에서 폭발과 화재가 연쇄 발생했다. 사태 초반 방사능 유출 우려는 없다던 일본 정부의 장담과 달리 원전의 방사능 누출 수치가 급등했고 급기야 현장요원을 급히 철수하는 긴박한 상황도 벌어졌다. 정부의 말바꾸기가 거듭되면서 일본 국민의 불신과 불안도 극에 달하고 있다. 후쿠시마를 비롯해 도쿄, 센다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본 혼슈 남쪽으로 피난하려는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다. 도쿄의 대기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이제 방사능 공포는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쿄 신주쿠 구에서는 평소보다 22배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도쿄와 멀지 않은 도치기 현에서도 평소보다 100배 정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도쿄에서는 마스크 품절 현상과 함께 방사능 해독제로 알려진 요오드제 함유 제품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원전이 위치한 후쿠시마 시는 수돗물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먹는 물에 대한 공포까지 더하고 있다. 방사능 누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대혼란 속에 센다이와 후쿠시마 등지의 시외버스 정류장에는 많은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도권이나 일본 혼슈 남쪽으로 피난하려는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처음 발생한 지난 12일, 에다노 관방장관은 사고 후 2시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반경 20킬로미터 밖으로 대피하라며 방사능 유출에 대한 안전도 자신했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은 순식간에 50킬로미터 밖에서도 다량 검출됐다. 1호기에 이어 3호기의 폭발 가능성이 제기될 때에도 에다노 관방장관은 폭발하더라도 격납용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재 2,3호기의 격납용기 모두 파손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결국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혼란과 불신을 불러왔고 국제사회 역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사고 등급을 4단계로 발표했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은 이미 6단계에 근접했다며 긴장하고 있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역대 최악의 원전사고는?
세계를 경악케 한 대규모 원전사고는 20세기 이후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누출 사고까지 포함해 모두 네 차례에 달한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함으로써 방사능으로 인한 재앙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이어 미국은 네바다에서 핵실험을 감행해 수많은 주민이 낙진으로 인한 고통을 받았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누출 사고는 20세기 최악의 사고로 아직도 후유증을 앓다 사망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 1945년 미군의 일본 원폭 투하
1945년 2차 세계대전을 조기 종식시킨 것은 원자폭탄이었다. 그러나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망자와 피폭자를 양산하며 ‘20세기 문명의 야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이 8월 6일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으로 14만명이 즉사하거나 수개월내 사망했고 나가사키에서도 7만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의 절반은 섭씨 2000도의 온도에 순식간에 타버렸고 남은 생존자들은 오랜 후유증에 시달렸다. 피폭으로 인한 암 발생, 장기질환, 벽혈병, 유전자 변이 등이 2대, 3대를 거쳐 이어졌고 후유증으로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 1960년대 네바다 핵실험, 피폭자만 40만명
미국은 1945년부터 약 20여년에 걸쳐 네바다주와 태평양 마샬군도에서 핵실험을 실행했고 이때 방사능에 피폭된 미국 군인은 약 4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금도 방광암, 전립선암, 피부암 등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네바다 핵실험장에서 발생한 방사성낙진으로 인근 주민이 피폭됐고 소아백혈병을 일으켰다. 1953년 미국 네바다 주에서 핵실험을 한 것이 풍향으로 인근 유타주에까지 죽음의 재가 날아가 이 때문에 양떼 4000마리가 몰살당하고 태평양 지역에서 실시한 핵실험으로 태평양 각지에서 오염된 물고기가 잡히는 등 해수가 방사능으로 오염되기도 했다.
▲ 1986년 체르노빌, 20만명 사망한 최악의 재앙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20세기 최악의 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일어난 방사능 누출 사고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400배 규모의 낙진이 발생했고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총 9000명이 사망했다. 체르노빌 사태가 처음 알려진 것은 사고 당국이었던 소련에서가 아니라 1500km 떨어진 스웨덴에서였다. 스웨덴의 원자력발전소에서 허용치 이상의 방사능이 유출되면서 스웨덴이 소련에 해명을 요구하며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 체르노빌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풍향을 따라 방사능은 동유럽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소련 당국은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나서야 부분적인 공식인정을 했고 그 사이 수많은 피폭자들이 생겼다. 1991년 4월까지 5년 동안에 7000여명이 사망했고 70여 만 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사건 발생 30km지점은 폐허가 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06년 자체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 3개국에서만 20만 명이 사망했으며, 향후 9만3000명의 피폭자가 암으로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日 먹을거리 초비상, 전 세계 ‘덜덜’
방사선 누출로 시작된 공포가 먹을거리에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일본은 물론,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원전 인근 수돗물과 채소에 이어 바닷물에서도 법적 한계치를 웃도는 방사성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까지 먹을거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3일 후쿠시마현에서 재배된 시금치와 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등 채소 11종류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19일에는 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후 처음으로 원전 인근 시금치와 우유에서 한계치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최근 들어 원전 인근 바닷물에서도 법적 한계치를 넘은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수산물로까지 방사능 오염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이 원전 인근 바닷물 샘플을 검사한 결과, 방사성 물질이 잇따라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성 요오드131의 경우 법적 한계치보다 126.7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세슘134는 24.8배, 세슘137은 16.5배 각각 높은 수치로 검출됐다. 일본 현지 언론은 23일 원전 20㎞ 이내 해역에서 기준치를 16∼80배 초과한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바닷물의 잇따른 방사능 오염은 최근 몇 번의 폭발로 원자로가 과열되자 원자로를 냉각시켜 방사선 누출을 막기 위해 인근 바닷물을 투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생산된 식품들이 해외로 수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방사선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20일 대만에서는 일본에서 수입된 잠두에서 인체에 무해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생산된 식료품들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 즉 FDA가 일본에서 생산되는 모든 유제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유럽에서도 일본산 농산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가 일본산 농산물 수입품에 대해 체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유럽연합 집행위에 요구했다. 그것도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유럽연합 차원의 조치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사선 영향 관심집중 “안전”
동북지역 대지진과 쓰나미 발생으로 최악의 방사능 재앙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국내 원전의 경우 내진설계가 되어있어 큰 문제가 없으며 원전의 에너지 효율성을 들어 현재 원전 운용 방식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상의 안전을 자랑하던 일본 원전이 지진으로 무너지고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 최근 일본에 체류하던 한국인들이 입국해 4명이 방사능 검사 결과 피폭 반응을 보였지만 미약한 수준으로 방사능 피폭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모두 귀가조치 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방사선 검사에 나섰다. 식약청과 농림수산식품부는 음식과 농산물 등에 대한 방사선량을 검사하게 된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된 재료들이나 축산물, 혹은 원양어획물 등에 대해서는 세슘 노출량 등을 측정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국내 환경방사능 수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20일 전 국토 환경방사선량률 범위는 77(제주 고산)∼187(속초)nSv/hr으로 전 지역 모두 정상 준위다.

日 경제적 충격파는? 부활 주체는 ‘국민’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의 대지진으로 시작된 대재앙은 발생 열흘이 지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앙이 일본 경제에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 때는 V자형으로 빠르게 회복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때처럼 빠른 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지진 복구 비용이 10조엔대에 달해 고베 대지진 때의 3조2298억엔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세계 3위의 경제대국, 3조 달러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순채권국이라는 일본의 저력을 감안하면 이번 대지진도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리처드 쿠퍼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이 일시적으로 파괴된 자본과 생산을 올 하반기 및 내년에 재건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GDP를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은행은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의 재건에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은 2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의 주택과 사회공공시설이 전례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 복구에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가 재건을 위해 현재 예산에서 총 120억 달러(13조원 상당)를 쏟아야 할 것”이라며 “다음해부터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참사로 인한 피해 규모가 최대 2350억 달러(264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본 대재앙을 극복하는 것은 일본 국민이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일본 경제의 비관적 요인과 긍정적 요인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과거 일본은 1923년 관동대지진, 1995년 고베 지진을 이겨내고 아시아 최강국으로 거듭난 저력이 있다. 정부가 위기관리를 못해 허둥대는 동안에도 침착성과 남다른 배려를 통해 공동체를 지켜가고 있다. 결국 일본 경제를 다시 부활할 주체는 바로 일본 국민인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