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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고성만이 바라본 우리의 자화상 <4> 우리 속의 나 발견하기
2016년 02월 02일 (화) 13:40:08 신선영 전문기자 ssy@newsmaker.or.kr

고성만 작가는 ‘소통’을 현대 미술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그의 작품이 당대의 부조리한 현실이나 억압에 대한 항거인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본주의적 관점으로 읽히는 것도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려는 ‘노마디즘’ 사유 방식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생성하고 재생시키면서 국가와 사람, 세대간의 접촉을 이어나가는 그만의 예술 형태는 미술 외에도 작업 연대 퍼포먼스로 이어지며 공감과 화합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신선영 기자 ssy@

차이, 반복, 생성
   
▲ 추상표현주의 작가군인 잭슨폴록, 바넷뉴먼, 마크 로스코가 수학한 뉴욕 미술학생연맹(Art Student League of New York)과 홍익대학원을 졸업한 고성만 작가. 미국에서 아트 디렉터와 작가로 활동했던 그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미국 등 국내외 그룹전과 개인전을 가지며 존재와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고성만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일관되게 ‘존재’를 고수해 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신을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것으로 보는 ‘실존주의 철학’을 기반으로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인지시켜 나갔다. 재외국민으로서 잦은 이동과 혼돈,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가진 그에게 이러한 실존주의적 몰입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는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미술 영역을 넘어 그룹 프로젝트 형식을 띠는 퍼포먼스 작업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개최한 <몸에 관한 퍼포먼스 워크숍>에 참가해서 캔버스에 머물러 있던 시선을 그만의 신체 언어로 나타냈다.

워크숍은 한 달여간 이뤄졌다. 몸에 관한 10가지 주제에 따라 30여명의 사람들과 겨루거나 기대고 뭉쳐지거나 흩어지는 식의 퍼포먼스를 하며 존재간의 얽힘, 그 얽힘 속에 나를 맞닥트렸다.

퍼포먼스를 통해 ‘나’라는 주체를 형성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내가 ‘우리’ 속에 들어갔을 때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팔과 다리와 엉키면서 낯설고 불편한 상황에 놓여야 했다. 작가는 이를 철학가인 메를로 퐁티와 들뢰즈에 빗대어 설명했다.

메를로 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에 따르면 몸은 ‘현실의 장’으로써, 세계 속에 있으면서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몸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또 다른 욕망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공동체적 퍼포먼스는 몸의 세계를 자각하고 유도하기 위한 발단이자, 본디 모습을 깨닫게 하는 발판이 된다.

이러한 사유 방식은 또 다른 ‘생성’을 야기한다. 전시 주제를 들뢰즈의 철학 「차이와 반복」에 ‘생성’을 더한 이유도 창조가 무에서 유로의 변화라면, 생성은 있음에서의 변화임을 주지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차이로부터의 반복, 반복으로부터의 자기생산이라는 감각적인 사유 방식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 작가는 <몸에 관한 퍼포먼스 워크숍>에 참가해서 캔버스에 머물러 있던 시선을 그만의 신체 언어로 나타냈다. 몸에 관한 10가지 주제에 따라 30여명의 사람들과 겨루거나 기대고 뭉쳐지거나 흩어지는 식의 퍼포먼스를 하며 존재간의 얽힘, 그 얽힘 속에 나를 맞닥트렸다.

Decreation
작가는 지난 4월 열린 <차이, 반복, 생성>전에서 작품 <Decreation>을 선보였다. <Decreation>은 창조주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Creation의 반대되는 의미로써 ‘시뮬라크르’적인 시대 관점과 의식이 반영돼 있다. 사회학자 보드리야르와 들뢰즈가 ‘실체(Reality)와 환상(Illusion)의 실험’에서 밝혔듯이 시뮬라크르는 자신만의 새로운 공간을 생성해 나가는 역동성과 자기정체성으로 정의된다.

작가는 4mm 두께로 양면 가공한 O.H.P필름에 아크릴릭이나 믹스드 미디어 재료로 그린 작품들을 레이어에 구조적으로 매달았다. 레이어에 불규칙하게 연결된 작품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리좀(Rhizome) 나무이자 하나의 지도를 형성한다. 그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주해 간 연결 지점이자,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를 찾아야 했던 예술가적 흔적이다.

   
▲ 작품 . 레이어에 불규칙하게 연결된 작품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리좀(Rhizome) 나무이자 하나의 지도를 형성한다. 그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주해 간 연결 지점이자,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를 찾아야 했던 예술가적 흔적이다.

그래서 <Decreation>은 작가만의 유목적인 정체성이 가장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연결시키고 확장할 수 있는 리좀을 예술 형태로 차용함으로써, 디지털이라는 접속 형태만큼이나 건설적이고 상호 영감적인 작업 형태를 만들었다.

작가는 “우리는 각자 분리된 세계에서 소통망으로 상호 연결된 가상사회에 살고 있다. 이제는 작품을 물질적 재산으로 소유하기 보다는 어디서든지 쉽게 접하고 그것을 향유할 수 있는 전시 형태로 변모해 나가야 한다”고 말하며 “<Decreation>은 기존 전시 프레임에서 벗어나 회화의 고유성, 투명필름의 투과성, 시간의 영원성이라는 고유 성질들을 레이어라는 회로를 통해 연결한 콜라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투명필름의 투과성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시선뿐 아니라 빛도 함께 투과되면서 실체와 환상의 점이지대가 된다. 발림과 퍼짐, 흘러내리거나 파편처럼 흩어 뿌린 추상표현 또는 색채표현에 빛이라는 비물질이 개입되면서 새로운 판타지가 만들어 진다. 이러한 가상 같은 현실, 현실 같은 가상을 통해서 “리얼리티와 일루전의 세계에서 존재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 세계를 집요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그의 작품이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저항, 처참한 인물 군상을 담고 있지만 작가의 이야기, 작품이 스스로 말하는 바는 그 문제를 해부해 내고자 하는 의지와 태도에 대해서다. “현상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렇게 획득한 고유 비전으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해 나간다”는 담론이야말로 현대 미술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역할임을 알리고 있다.

현대 미술가는 시류에 대한 순발력과 감각이 떨어지면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과 주변, 시대상황과 사회정서를 반영한 이미지들을 일그러뜨리고 변형하고 결합하고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아장스망(Agencement)적 존재론’을 남기고자 한다.

그의 작품이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저항, 처참한 인물 군상을 담고 있지만 작가의 이야기, 작품이 스스로 말하는 바는 그 문제를 해부해 내고자 하는 의지와 태도에 대해서다. “현상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렇게 획득한 고유 비전으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해 나간다”는 담론이야말로 현대 미술이 지향해야 할 진정한 역할임을 알리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11일부터 19일까지 강남 한전아트센터에서, 8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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