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화려한 퍼포먼스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술은 약 3,8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거위의 목을 잘라 다시 붙이거나, 컵에 구슬을 넣고 구슬을 사라지게 하는 마술이 글과 그림으로 기록돼 있다. 중국 당나라에서는 불 뿜기와 칼 먹기 마술이 인기를 끌었는데 곡예의 하나로 공연되기도 했다. 이러한 마술을 행할 줄 아는 이들이 조선시대에도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영 기자 syshin@

영화 <조선마술사>가 지난 12월 2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후 올 연말 최고의 기대작임을 입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김대승 감독과 배우 유승호, 고아라, 이경영, 조윤희, 곽도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조선마술사>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모든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번지점프를 하다>, <혈의 누>, <후궁: 제왕의 첩> 등 매 작품마다 섬세한 감정선의 탁월한 조율과 아름다운 영상미 속 강렬한 여운을 전하는 김대승 감독의 신작이다. 신선한 소재와 묵직한 드라마, 2천 여벌의 의상과 물랑루라는 색다른 무대 등 다양한 볼거리까지 웰메이드 사극의 정점을 선보인다. 김대승 감독은 “물랑루는 ‘없을 물(勿)’, ‘밝을 랑(朗)’, ‘정자 루(樓)’, 밝음이 없는 곳”이라 정의한다. 기존 계급 질서도 없어진 물랑루는 영화 속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의주라는 지역적 특색을 반영해 이전의 사극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며 화려하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12월 30일 개봉.

남사당패 ‘얼른쇠’ & 청나라로 팔려간 ‘의순공주’
<조선마술사>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먼저 영화의 제목이자 소재인 ‘조선마술사’는 조선시대에 실제로 존재한 남사당패의 ‘얼른쇠’가 모델이다. 당시의 마술은 현대의 마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단순하지만 오히려 오직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닌 서민층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기능을 가졌다. 또, <조선마술사>는 1636년 병자호란 이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해 혹독한 전란에서 승리한 청나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의순공주’의 이야기를 모티브 삼았다. 1650년(효종 1년)에는 청의 황자 구왕으로부터 조선의 공주를 얻어 결혼하겠다는 요청이 있자 조선 조정에서는 미혼인 공주를 모두 숨긴 채, 종친 금림군 이개윤의 딸을 양녀로 삼아 공주의 작위를 내리고 청으로 보낸다. ‘대의(大義)’에 ‘순종(順從)’하였음을 뜻하는 ‘의순공주’는 공주의 신분으로 사행단과 함께 청나라로 향한다. 효종의 양녀였던 의순공주의 기구한 삶에 김대승 감독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할 수 밖에 없던 공주의 운명이 얼마나 슬프고 답답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영화로나마 공주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었다”라며 <조선마술사>의 탄생 계기를 설명했다.

# 아역부터 쌓아온 연기내공이 빛나는 유승호

유승호는 데뷔작인 2002년 영화 <집으로…>에서 10살의 나이에 걸맞은 개구쟁이의 모습은 물론 남녀노소 눈물을 짓게 만든 감성 연기까지 선보이며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연기 내공을 쌓아 온 뒤 <무사 백동수>를 통해 처음으로 아역이 아닌 성인 연기를 보여줘 배우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영화 <블라인드>에서는 거친 남성미를 발산,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조선마술사>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 첫 번째로 선택한 영화로서 스크린 복귀에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Q. 제대 이후 첫 작품으로 영화 <조선마술사>를 선택한 이유는?
- 2년이란 시간을 다른 곳에서 보내고 나니 사실 ‘어떻게 예전처럼 다시 할 수 있을까’, ‘감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굉장히 두려움과 공포가 있었다. 감독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감독님은 꼼꼼하고 세심하다.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감독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도 저한테 많은 도움을 주실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술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실 마술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도 처음이었고,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는 게 예쁘고 멋있게 느껴졌다.

Q. 처음 해본 마술 어땠나?
- 차츰 손에 익으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었던 건 마술사들 특유의 제스처와 풍겨지는 여유로움을 단순히 몇 달 만에 나올 수가 없더라. 그런 부분들을 연습하면서 환희 역할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

Q. 마술을 위해 많이 연습한 걸로 아는데,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 마술 같은 부분은 거의 다 나왔는데 비둘기가 빠졌다. 연습 많이 했었는데…. 큰 화면에서 보니까 아쉬운 부분이 조금 있지만 노력을 한 만큼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조금 덜 추우면 좋았을 텐데 손이 얼어있어서 좀 더 완벽하게 못 보여준 것 같다.

Q. 약간 낯간지러운 장면과 대사가 많은데, 연기할 때 고충은 없었는지?
- 사실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다. 이렇게 하면 청명에 대한 애틋함이 더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감독님, 고아라와 얘기를 많이 했다.

Q. 삽질하는 장면에서 전역자답게 능숙하게 잘 하더라. 전역 전과 후 촬영에서 느낀 차이점이 있다면?
- 삽질을 할 때 웃기면서도 화가 났던 게 몸이 편하다고 느꼈다. 여기서도 삽질이 많이 보였다면 그냥 즐거운 장면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군 전역 후 현장이 좀 더 신중해졌다. 스태프들 도 제가 23, 24살이 되니까 배우로서 좀 더 존중해주는 부분이 감사했다. 현장에서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있는 게 되게 신기했다. 이런 부분들이 군 전역하고 달라진 부분들인 것 같다.

Q. 물랑루 세트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 이 영화에서 나오는 전체적인 느낌이 다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물랑루가 진짜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 것 같다. 밤에 주로 무대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 올라가니깐 환희가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걸까 싶었다. 마술을 실제로 하면 스태프들이 신기해하는 모습들이 마치 사진 속 관객들 모습과 똑같았다. 미술감독님이 말씀 하신 것처럼 인간의 계급구조, 아픔들, 내 처지 같은 것들을 많이 느꼈고 복잡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 영화와 잘 어울렸다.

Q. 흥행에 대한 부담감 없는지?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한 것 같다. 감독님과 배우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열심히 했고,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영화는 저절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완벽한 캐릭터 소화, 20대 대표 여배우로 성장한 고아라
고아라는 KBS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해 사랑스러운 외모와 순수한 학생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연기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눈꽃>을 통해 제4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한 뒤 영화와 드라마 등 여러 작품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2013년 <응답하라 1994>에서는 여동생처럼 귀여우면서도 지켜주고 싶은 여자, 동시에 기대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하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었고,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서 성장했다. <조선마술사>로 첫 사극에 도전한 고아라는 이전과 또 다른 캐릭터를 창조해낼 것이다.

Q. 유승호와 케미가 좋았는데 같이 연기한 소감은?
-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부터 청명 캐릭터에 소녀 감성과 함께 여자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부분에 매력을 느꼈다. 유승호와 호흡 맞추면서 편하게 했고, 배려를 많이 해줬다. 또, 감독님의 디테일한 감정선 덕분에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Q, 첫 사극 도전 어렵지 않았나?
- 사극이 첫 도전이다 보니 부담도 있고 어려움도 많았다. 대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전이다 보니 한복 자태라는 것에 대해 교육을 많이 받았다. 말투 같은 것도 전통 사극이기 보다는 좀 더 편안함이 묻어날 수 있는 쪽으로 했다.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작품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역할을 위해 준비했던 것이 있다면?
- 예절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궁에서의 예의를 갖춰야 해서 옷을 입고 걷는 것부터 앉는 것, 서 있는 자세, 서예 교육을 받았다. 조선시대 예법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받았고, 승마도 유승호와 함께 배웠다.

Q. 영화 장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신은?
- 멜로 신들에서 어떤 신을 꼽기에는 마음에 드는 장면들이 많다. 알콩달콩하면서 말랑말랑한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장면들이 많은데 앞으로 보실 관객들이 꼽아주셨으면 좋겠다.

Q. <조선마술사> 꼭 봐야 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 개인적으로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정말 재미있게 봤다. 우리 영화를 보면 사랑 가득한 마음을 가져가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 연말에 친구와 연인, 가족 등 모든 분들이 함께 영화를 보시면서 행복과 좋은 에너지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