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화제다. 공연문화를 통해 우리 민족 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양혜숙 이사장은 관객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경험할 수 있었던 공연의 형태를 추적하며 ‘굿에 주목했다.

황태일 기자 hti@

양혜숙 이사장은 숱한 탐문과 연구를 거치며 마침내 굿 안에는 우리 문화의 거의 모든 것들이 녹아있음을 찾았다. 여러 형태의 클라이맥스, 호흡법도 자연스레 굿에 녹아 있었다. 그리고 공연예술로서 보는 훈련을 시켜준 것은 바로 ‘굿’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한국공연예술원 필생의 프로젝트이자 더 이상 늦춰질 수 없는 뿌리 찾기 패러다임인 ‘샤마니카 프로젝트’ 대장정이 시작됐다. 양혜숙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샤마니카 프로젝트 II’의 두 번째 시리즈 출간

▲ 양혜숙 이사장

양혜숙 이사장은 “1967년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 국내 연극계는 사실주의 번안극 중심이었다”면서 “‘몸에 맞지 않는 옷으로 훈련하던’ 당시 연극계 분위기에서 탈피,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한국 전통공연을 찾아다니며 우리 고유의 장단, 박자, 소리, 호흡법을 공부했고 한국 공연예술의 뿌리를 ‘굿’에서 맞닥뜨렸다”고 말한다. 이후 전통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제대로 된 교육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 1996년 (사)한국공연예술원을 설립했다.

한국공연예술원은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학문적 연구와 공연기법의 체계화 및 무대예술의 품격 향상을 통해 한국의 독창적 공연예술 <한劇>을 계승·발전시키고 국제적 교류를 통해 세계 속에 ‘한국예술의 위상’을 부각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공연예술원은 한국공연예술연구회가 전신으로 한국의 독창적 공연예술을 계승·발전시켜 극진흥과 세계화에 기여해왔다. 한국공연예술원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의 샤먼 문화를 ‘최초의 인류문화’로 간주한 ‘샤마니카 프로젝트 I’을 시작으로 한국공연예술의 뿌리를 샤먼 리추얼(shaman ritual)인 ‘굿’에서 찾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2011년부터 진행한 ‘샤마니카 프로젝트 II’에서는 韓劇의 원형, 즉 우리 문화의 뿌리로 작용하는 세계관, 우주관, 시공간관, 색채관과 그로부터 출현한 복식, 의례 등을 살피고 있으며 매월 진행하는 세미나의 결과물로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 韓劇의 原形을 찾아서_ 불교의례

현재 1권 <샤먼 문화>에 이어 <불교의례>를 출간했고, 세 번째 시리즈 <궁중의례>를 준비 중이다. 문화의 시원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 문화의 뿌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샤먼 문화’의 세계관, 우주관, 시공간관, 색채관, 복식, 의례 등을 살펴본 첫 번째 책에 이어, 이번에는 ‘불교의례’의 역사와 음악, 미술, 연극적 요소를 공연예술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양 이사장은 “이번 <불교의례>는 열세 명의 전문가들이 불교의례를 공연예술의 틀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밀도 있는 결과물”이라며 “그 자체로도 기록적 가치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공연예술원의 궁극의 목표인 공연예술 창작의 꽃을 피우는 데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이어 “이것이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며 “학제 간의 벽을 넘나드는 이러한 작업들이야말로 진정한 문화 융성의 시대에 주춧돌이자 초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피력했다.

‘韓劇’의 정립과 문화의 뿌리 찾기에 매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양혜숙 이사장은 독일 튀빙겐대학 철학부에서 독문학, 미술사, 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67년부터 삼십 년 가까이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78년부터 연극평론가로 활동했다. 1991년 한국공연예술학회를, 1996년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한 양 이사장은 한국공연예술원 초대원장을 거쳐 2008년부터 이사장을 맡아 오면서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 연구와 실천을 통해 ‘한극(韓劇)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 찾기’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한국 ITI회장  등을 역임하고 ITI 아태지역협회를 설립한 그는 예술감독 또는 연출자로서 <업·까르마(외디푸스)> <코카서스 백묵원, 브레히트>, <짓거리 사이에서 놀다>, <우주목(宇宙木)Ⅰ-바리>, <우주목(宇宙木)Ⅱ-피우다> 등 다수의 공연활동을 주도했다. 이처럼 한국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양 이사장은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표현주의 희곡에 나타난 현대성>, <연극의 이해>, <Korean Performing Arts: Danse, Drama, Music, Theater>, <15인의 거장들> 등의 저서를 출간한 그는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 그것을 기반으로 한 창작행위를 하고 나아가 그러한 창작물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는 중이다. 다른 문화를 답습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닌 우리 공연예술의 원형을 제대로 찾아 가치 있는 우리만의 현대 공연예술을 만들어 나갈 양혜숙 이사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NM

▲ 다른 문화를 답습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닌 우리 공연예술의 원형을 제대로 찾아 가치 있는 우리만의 현대 공연예술을 만들어 나갈 양혜숙 이사장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