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운명을 글로 승화시켜 감동을 전하는 문학신간이 출간되었다. 한때 잠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던 한 남자는, 불우하게 태어났지만 따뜻한 천성으로 아버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딸을 위해 글을 썼다. 참회의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나온 책은 삶의 고통을 사랑으로 치유하고 다시 새롭게 인생을 살아간다는 ‘아빠와 딸(도서출판 행복에너지)’이다. 소설가이면서 고려대 명강사최고위과정 공저출판위원장으로 추대되어 ‘고려대, 명강사의 25시’ 공저를 발간해 명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광섭 작가를 만나보았다. 기자가 만난 정광섭 작가는 과거의 모습이란 찾아볼 수 없이 묵묵히 신념을 다해 글을 쓰는 문필가의 모습이었다.

윤담 기자 hyd@

▲ 정광섭 작가

2015년 스포츠동아, <아름다운 인물 대상>작품인 이 소설 ‘아빠와 딸’은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에 작은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소설이다. “자식들이 불행에 처했을 때 등댓불처럼 묵묵히 지켜주는 이는 결국 부모님이 이고, 그들의 아픔까지도 끌어안고 싶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기자에게 되묻는 작가의 눈망울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 젊은 시절 잠시 폭력조직 어둠의 세계에 있었던 작가의 운명은, 백 일도 안 된 아이가 대문 앞에 버려지는 아픔을 겪는다. “어미가 버린 아이인지라 가족들은 입양을 시키자” 했으나, 작가는 “평생 혼자 살지언정 얼굴도 못 본 아이를 버릴 수 없다”고. 그렇게 지킨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땐 4살이 되었다. 남들처럼 유복한 환경은 아니지만, 천성이 착한 아이는 대학에서 재즈발레를 전공하며 평탄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이자 친구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심각한 우울증이 왔고, 걷잡을 수 없는 건강악화로 합병증이 와 당시 새로운 소설을 준비 중이던 정광섭 작가를 슬픔의 회오리로 몰아넣었다.
“아이는 대학에서 재즈 발레를 전공한 꿈 많은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중환자실에서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시한부 인생으로 판정이 났고, 저는 조직검사를 통해 딸에게 간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70%의 간을 주고 나면 30%의 간도 부분적으로 자연적인 노화현상이 있기 때문에 수술 후 제가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판정이었습니다. 저는 살만큼 살았으니 아이를 위해 수술을 해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병원에서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40일 간의 중환자실에서 사투 끝에 일반병동으로 옮겨왔을 때 아이는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해 수없이 자살을 시도했고, 그때 아이에게 ‘이렇게 운명 앞에 무릎을 꿇는 건 너무 억울하다. 조금만 아빠에게 시간을 다오. 그 소설을 보고 그 때 결정해라.’ 아이가 잠든 새벽에 틈틈이 집필한 것이 '아빠와 딸'입니다.”
소설 ‘아빠와 딸’은 자식이 읽고 부모에게 전하고, 부모가 읽어보고 자식에게 선물하는 책이다. 요즘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부족한 시대에, 자식의 불행까지 묵묵히 지켜주고 현실의 아픔까지도 끌어안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잘 표현한 소설이기 때문이리라.

정광섭 작가가 영어(囹圄)의 몸이 된 어려운 현실에서도 소설가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였다고, 전한다. 추운 겨울 얼어붙은 얼굴로 면회를 온 어머니의 떨리는 손에 자신이 있는 주소가 적힌 편지봉투가 함께 떨리는 걸 보는 순간, 다시는 어머니의 가슴에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다짐으로 뜨거운 눈물과 참회가 터져 올라온 것이다.  “그날 밤 ‘나 스스로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 끝의 답은 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에 4시간만 자고, 20시간을 2~3권씩 책을 읽는 3년6개월이란 세월 동안 2000여권의 책을 독파한 이를 토대로 소설쓰기를 반복하는 시간의 나날이었습니다.” 정광섭 작가는 출소 후, 강원도 치악산으로 올라갔다. 다시는 어머니의 눈에 눈물을 보이게 하지말자는 맹세를 했기에 머리까지 깍은 채 그곳에서 소설 ‘태양과 그늘1-2권’을 썼다. 살아온 인생과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완성된 소설이여서일까, 반응도 뜨거웠고, 소설 ‘태양과 그늘’에 이어 소설 ‘허수아비’, ‘아빠와 딸’ 도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소설가에서 명강사로 
기자가 만난 정광섭 작가는 강단 있는 말투와 통찰력을 갖춘 매서운 눈빛 속에 참회의 눈물과 사랑을 가진 작가였다. 최근 정 작가는 소설가에 이은 명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고려대학교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1기로 수료하고, 현재 동문과 교수들로부터 고려대 최고위과정 진행교수로 추대된 것이다. 또한 고려대 공저출판위원장으로 추대되어 고려대 명강사최고위과정 ‘공저’책까지 발간했다. 글공부하며 성격이 다 변해버렸다고 웃는 작가의 웃음이 그토록 정겨울 수가 없었다. 목숨과도 귀중한 시간을 강연에 할애해준 청중들과의 호흡에서도 그의 인생역경을 듣고 어찌 감동하지 않겠는가. 객석을 들었다 놨다하는 말솜씨는 그의 글만큼이나 타고난 것이리라.

영화제작사로부터
가족 간의 소통부재로 점점 단절되어가는 가족애를 다룰 ‘아빠와 딸’이 영화제작사로부터 제의가 많이 들어와 작가는, 요즘 직접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시나리오’도 직접 작업을 해보려고 열심히 학업 중이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메일: jks9050@naver.com  

▲ 정 작가는 소설가에 이은 명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