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24 월 16:48 전체기사 l 기사쓰기 l 자유게시판 l 기사제보 l 구독신청 l 광고안내 l 회사소개
> 뉴스 > 시사·이슈
     
전방위로 확산되는 ‘함바집’ 비리
‘함바집 수사’ 게이트로 번지나
2011년 01월 31일 (월) 17:26:50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건설현장에서 운영되는 간이 식당인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싸고 건설사 대표에 이어 전직 최고위급 경찰 간부들까지 비리에 얽힌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함바집 운영에 따른 이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함바집이란 일본말 ‘한바’(はんば·노무자 합숙소)에서 유래한 것으로 건설업계의 현장 직원 식당을 말한다. 함바집은 건설 사업장이 생기면 그 현장 직원과 인부들이 먹는 식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개설되는 순간 인원수에 따른 이익이 확정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다. 이익이 확실하다 보니 웬만한 인맥 없으면 운영권을 따내기 쉽지 않고, 그런 만큼 운영 수익도 높아 건설현장의 대표적인 이권사업 중 하나로 꼽혀왔다.

함바집 수주는 곧 막대한 수익 보장
   
업계에 따르면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건설사 현장소장이나 고위층과의 인맥이 주로 활용되며 보증금이나 사례금 등 거액의 뒷돈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금과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함바집 운영권은 일종의 뇌물로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건설업종에 종사하는 한 근로자는 “함바집 운영권을 놓고 공개입찰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형식만 빌릴 뿐 사전에 내정한 업체가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웬만한 ‘빽’이 없으면 함바집 차리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함바집 운영권 수주에 이권이 개입되는 것은 적지 않은 운영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1천가구를 짓는 아파트 현장에서 하루 500명 가량의 인부가 함바집을 이용할 경우 이들이 한 끼 3천500원하는 정식을 아침과 점심, 최소 하루 2번 먹는다면 한달 매출은 1억원 남짓이다. 여기에다 간식으로 판매되는 빵과 우유, 국수, 주류, 안주 등을 포함하면 한달 매출이 1억5천만원을 넘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원재료와 인건비 등을 뺀 순수 마진율은 평균 30% 안팎. 이 경우 순수익은 연간 3억~4억원에 이른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 따라 다르지만 함바집 마진율이 작게는 25%, 많게는 40%는 될 것”이라며 “대규모 아파트 현장이 보통 2년반~3년 정도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 현장에서 대략 10억원 안팎의 이윤이 보장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의 관계자는 “함바집은 건설사에 건물 임차료나 수도 및 전기요금도 내지 않기 때문에 건설경기가 한창 좋을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곤 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검찰 수사가 전체 건설업계로 확대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함바집 운영권 비리는 언젠가 한 번쯤 곪아터질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함바집에 뒷돈이 오가고 거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은 아닌데 이번 수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계가 더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직 최고위 경찰간부 연루된 ‘함바집’ 이권
함바집 비리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여환섭 부장검사)는 1월 6일 함바집 운영업자 유상봉씨가 경찰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로비를 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민주당 조영택 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에 대가성이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원들은 유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돈이 청탁과 함께 건네진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유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조사키로 하고 소환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가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에게 돈을 줬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물증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의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강 전 청장의 혐의는 평소 친분이 있던 유씨로부터 2009년 취임 축하금으로 수천만원을 받고, 경찰관 승진 인사때도 청탁과 함께 돈을 받는 등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승진을 바랐던 경찰관 4∼5명이 강 전 청장과 잘 아는 유씨에게 돈을 건넸고, 유씨는 이를 강 전 청장에게 건넸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인사청탁을 한 경찰관들도 소환할 방침이다. 이 전 청장은 국제업무단지로 선정돼 건설붐이 일었던 인천 송도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유씨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3천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전·현직 치안감, 경무관, 총경급 경찰 고위간부 10여명에게도 청탁이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이들 중 현직으로는 김병철 울산경찰청장과 양성철 광주경찰청장이, 전직에선 치안감으로 퇴직한 이모, 김모씨가 거론되고 있다. 김 울산청장과 양 광주청장, 김 전 치안감은 연합뉴스와 전화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 이 전 치안감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가 건설현장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려고 건설사뿐 아니라 공사를 발주한 공기업 임원에게도 금품을 전달하며 접근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현금과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로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만큼 함바집 운영권은 일종의 뇌물로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함바집 비리’ 수사 정치권까지 확대
검찰의 함바집 로비 의혹 수사가 경찰과 정치권을 향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함바 운영권 비리로 구속기소된 브로커 유씨가 경찰은 물론 고위 중앙부처·공기업 임원, 정계 인사들과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파악되면서 부적절한 ‘스폰서’ 관계의 실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함바집 운영권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 동부지검은 유씨가 자신의 매제, 처남 등 가족을 포함해 수십 명에 이르는 ‘2차 브로커’를 동원해 문어발식으로 함바집 알선업을 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 고위 임원은 물론 경찰 고위 간부,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 관계를 앞세워 “반드시 운영권을 따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건설사로부터 함바집 운영권을 따낸 뒤 자신이 거느린 2차 브로커들에게 이를 팔고, 2차 브로커가 또다시 함바집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매매하는 식으로 거액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유씨가 운영권을 따기 위해 건설사 대표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확인하고 유씨로부터 돈을 받은 한화건설 이근포 대표도 함께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회사 5~6곳의 대표 직함과 서로 다른 이름이 박힌 명함을 번갈아가며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2차 브로커들에게는 되도록 자신의 실명이 아닌 ‘유 영감’, ‘'유 회장’ 등으로 부르도록 했다. 이 밖에 휴대전화 13개를 번갈아 사용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으로 함바 업계에서 ‘큰손’ 행세를 해왔다. 수사 초기 유씨의 검은 뒷거래에 혀를 내둘렀던 검찰은 유씨가 재계는 물론 정·관계에도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스폰서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하고 수사 방향을 로비 의혹으로 전면 선회했다. 검찰은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씨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해 스폰서 관계가 의심되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출국금지시켰다. 이와 함께 유씨가 현직 치안감·총경급 경찰 간부 다수와도 친분을 쌓은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직접 소명을 들을 방침이다. 아울러 유씨가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해 대가성이 있는 불법 정치자금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수사 초기인 만큼 유씨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들을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수사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수사 대상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편 검찰은 유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사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검찰 수사가 불거지기 전인 작년 8월 유씨에게 해외 도피를 종용했다는 진술을 유씨로부터 확보해 조만간 강 전 청장을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유씨가 지난해 강 전 청장으로부터 해외에 가 있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그러나 이 진술이 객관적 팩트는 아닌 만큼 (소환조사를 통해)차차 사실을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강 전 청장이 유씨에게 수천만 원을 건네며 해외로 피해 있으라고 압박했다는 게 유씨 진술의 핵심이다. 유씨로부터 1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 전 청장은 작년 8월 5일 임기를 7개월가량 남기고 돌연 청장직을 사퇴했다.

함바업자 사이에선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 유상봉씨
   
천가구를 짓는 아파트 현장에서 하루 500명 가량의 인부가 함바집을 이용할 경우 이들이 한 끼 3천500원하는 정식을 아침과 점심, 최소 하루 2번 먹는다면 한달 매출은 1억원 남짓이다
함바 게이트의 ‘입구’인 유상봉씨는 폭넓은 인맥을 가진 마당발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함바업자 사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했다. 그의 사업 수완은 대단했다. 전남 완도 출신이었지만 그의 초창기 활동 근거지는 부산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개발사업이 많은 곳에서 전국적으로 활동했다. 업계에선 ‘전국구’로 통했다. 고향을 활용한 호남권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유지한 게 유씨 인맥의 원천이었다. 그는 평소 ‘형 동생’으로 다진 인맥을 통해 건설업체로부터 함바 운영권을 따낸 뒤 그의 매제와 처남 등 가족을 포함한 수십명의 2차 브로커들에게 이를 팔았다. 2차 브로커는 실제 함바를 운영할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다시 파는 형태로 사업을 해 왔다. 대부분은 운영권을 넘겨받았지만 일부는 억대의 알선료를 내고도 운영권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바 운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유씨는 이미 안면을 튼 공직자들을 통해 다른 고위 공직자를 소개받는 등 광범위하게 인맥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들에게는 평소 용돈을 하라며 조금씩 찔러 주는 등 인맥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변호사로 보석 청구신청을 담당했던 A변호사는 1월 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지난해 가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데다 당뇨가 심해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있다고 전했다. A변호사는 “유씨가 수술 이후에 제대로 치료를 못한 것 같다.”면서 “암이 완쾌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구치소) 안에서 힘들어한다.”고 유씨의 최근 근황을 전했다. 그는 “유씨에게 지난해 말 청구신청을 위임받아 건강상의 이유와 수사종결 등의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으나 6일 기각됐다.”며 “현재 유씨는 변호인이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 쪽에) 형사소송까지 의뢰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5∼6곳의 대표 직함이 박힌 명함과 끝자리가 다른 ‘유상준’, ‘유상균’ 등 세 개의 가명을 번갈아 사용해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그의 가명에 경찰도 감쪽같이 속았다. 실제 비리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이 해명 자료에서 밝힌 유씨의 이름도 실명과 마지막 한 글자가 다른 가명이었다. 또 건설업체 사장 등을 만날 때는 ‘어깨’와 같은 사람들을 여럿 데리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브로커들 중에는 실명이 아닌 ‘유 영감’, ‘유 회장’ 등으로 그를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가 하면 유씨는 휴대전화도 무려 13개나 사용했으며, 주택사업가나 금형 제조업체 사장, 캄보디아까지 진출한 사업가로 행세하고 다녔다. 최근 ‘함바비리 사건의 핵심인물인 브로커 유씨가 자신에게서 금품을 받았다는 고위직의 이름을 쏟아냄에 따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1월 9일 유씨가 2008년 건설 경기 악화로 함바 운영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데다 공들여 관리한 인사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자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진술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 대상으로 회자되는 인사들은 “한두 번 만났을 뿐 개인적 친분은 없다”며 유씨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지난해 8월 유씨에게 4000만원을 주면서 해외도피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입장에서는 강 전 청장의 제안이 일종의 ‘꼬리 자르기’로 보였을 수 있다. 수감 중인 유씨는 당뇨, 고혈압 등 지병이 심해지자 검찰 수사에 협조해 보석으로 풀려날 계획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씨는 지난 1월 6일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더욱 자포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가 특정지역 인맥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가 거론한 인사들의 출신지나 근무지는 전남 부산 인천으로 압축된다. 전남 목포 출신 유씨는 동향 인사를 통해 부산에서 주요 인맥을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건설현장이 집중된 인천 등 수도권으로 진출했다는 설명이다. 전남 순천 출신 박모 치안감은 유씨가 경찰 고위직 인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 수사 대상으로 알려진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은 2005년 부산경찰청 차장 시절 부산청장 출신 박 치안감 소개로 유씨를 만났다. 유씨가 함바 운영권을 받도록 알선한 혐의를 받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은 박 치안감과 순천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김 청장과 함께 연루 의혹을 받는 양성철 광주경찰청장은 유씨와 같은 목포 출신이다. 유씨로부터 1억5000만원이 동생 명의 계좌로 입금된 전 농림부 장관 L씨는 고향이 광주다. 유씨는 2003년 8월 급식업체 W사를 설립하고 부산에서 주로 활동했다. 유씨가 김 울산청장을 만나고 경남 통영의 문화단체에 1억원을 기부한 때다. 강 전 청장과 김중확 전 경찰청 수사국장도 부산청장 출신이다. 유씨는 이 인맥을 발판 삼아 송도국제도시 개발 등 사업 호재가 몰린 인천으로 진출했다. 강 전 청장과 이 전 해경청장이 수장을 지낸 해양경찰청 본청은 인천에 있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경찰 간부들은 인천에서 일선 서장을 지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이날 형사6부 소속 검사 4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에 형사2부와 5부에서 1명씩 검사 2명을 추가 투입했다.

‘함바의 전국구’ 브로커 유씨 왜 입 열었나
   
건설현장식당(함바집) 브로커 유상봉씨가 주로 접촉한 경찰 인사는 건설현장이 많은 지역의 경찰서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 총경급 이상 간부 560여명 가운데 유씨와 접촉한 적이 있다고 자진 신고한 사람이 41명으로 집계됐다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와 만난 고위 경찰관이 41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이들 모두 윗선의 소개로 유 씨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나 이른바 '스폰서 경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560여명에 이르는 총경급 이상 고위 경찰관 가운데 유씨를 알고 있다고 신고한 경찰관은 41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얼마나 오랜 기간 만나 왔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뒤따르지 않았지만 1회성 만남으로는 사람을 기억하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꾸준히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이해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윗선의 주선으로 유 씨를 알게 됐다’고 밝힌 점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다리를 놔 유씨를 만났다. 나머지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김병철, 박기륜 전 지방청장의 지시나 소개로 유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유씨를 후배나 부하 경찰관들에게 소개해준 이들 고위층 역시 전임자들에 의해 유씨를 알게 된 경우다. 대표적으로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모 지방청장의 권유로 유씨를 알겠 됐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지방청장은 박일만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철 울산청장은 이어 2009년 8월 당시 경주서장이던 김모 총경을 유씨에게 소개했다. 결국 유씨는 박 전 청장을 통해 김 전 청장을 소개받았고, 다시 김 전 청장을 통해 김 총경을 소개받은 셈이다. 박 전 청장의 재임 기간이 2001~2003년인 걸 감안하면 유씨는 최소 10년 넘게 경찰과 대(代)를 이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이다. 이른바 ‘스폰서 검찰’로 그 실태를 드러낸 ‘스폰서 대물림’ 현상과 아주 닮은 대목이다. 유씨가 이들을 만나면서 한 일은 주로 밥을 사는 일이었다고 한다. 어느 경찰 간부는 “유 씨로부터 돈을 받은 일은 맹세코 없다”면서도 “그가 직원들 회식자리에 동석해 몇 차례 스폰을 하기는 했다”고 털어놨다. 유씨와 안면을 트고 지내 온 경찰관들이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도 흥미롭다. 특히 부산지방 경찰청장과 대대로 연을 맺어 온 것도 예사롭지 않다. 강희락 전경찰청장이 그렇고 앞서 언급한 박일만 전 청장도 부산청장을 지냈다. 여기에 본인들은 부인하지만 박영진 전 청장과 김중확 전 청장의 이름도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들 지역이 건설현장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가 함바집 운영권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해당 지역의 경찰 간부들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커보 인다. 이번 사건은 유씨가 함바 운영권을 획득해 되파는 과정에서 1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안겼다는 피해자들이 유씨를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만약 이번 사건이 아니었다면 경찰의 ‘스폰서 대물림’이라는 유착은 계속됐는지 모르는 일이다.

실명으로 입에 오르내린 정·관계 인사만도 십수명
   
검찰의 ‘함바 비리’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지금까지 실명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정·관계 인사들만 십수명이다
‘대규모 권력형 비리인가 아니면 지역 경찰관을 등에 업은 함바 브로커의 농간이냐’ 강희락 전 경찰청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등 전직 경찰 수뇌부가 검찰 조사를 받은 데다 공직자들의 이름이 계속 나오고 있어 ‘함바 비리’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의 ‘함바 비리’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지금까지 실명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정·관계 인사들만 십수명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과 여권 대선주자도 연루됐다거나 함바 운영권 브로커 유씨에게 강 전 경찰청장을 소개해준 거물급 인사가 있다는 설, 호남 출신인 유씨를 업계의 큰손으로 키워준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실세라는 등의 얘기가 퍼지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모두 사실이라면 ‘함바 비리’는 업계에 뒤늦게 뛰어든 유씨가 정권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정·관계 고위 인사들을 전방위로 포섭해 전국의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떡 주무르듯 한 ‘권력형 비리’ 사건이 된다. 유씨가 함바 운영권에 손을 대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유씨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한 함바 사장은 “현재까지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로비 자금이 최소 수십억원이고 건국 이래 최대의 비리 사건이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놓고 보면 유씨가 함바 운영권을 따내려고 전국 곳곳에서 인맥 쌓기를 시도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찰이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41명이나 되는 총경 이상 간부가 유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고, 허남식 부산시장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 각계 인사 상당수가 유씨와 최소한 안면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물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폭로전’ 양상이 이어지면서 의혹의 상당 부분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온다. 사실상 고위층과 인맥에 따라 운영권이 결정되는 함바업계의 특성상 유씨가 고위층과 일면식만 갖고 막역한 사이인 양 허풍을 떨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각지의 경찰서장을 비롯해 유씨와 관계를 의심받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누군가의 소개로 한두 번 만난 적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씨의 로비 행각을 둘러싼 의혹이 대부분 그를 통해 함바 운영권을 따려고 돈을 줬다가 날린 피해자나 유씨와 이들을 연결해준 2차 브로커, 일선 함바 운영업자 등의 입에서 나오는 점으로 미뤄 이들이 유씨의 허풍이나 업계의 소문을 그럴 듯하게 옮겼을 수도 있다. 유씨와 만난 사실을 실토한 인사들이 대부분 유씨의 사업이 점차 기울기 시작한 때인 3~4년 전에 봤다고 말하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유회장’으로 불리며 업계를 장악하던 유씨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축소된 사업을 만회하려고 경찰뿐 아니라 정·관계에도 문어발식 로비를 시도하며 이들의 이름을 팔았을 수 있다. 검찰은 의혹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두 전직 치안총감 등을 제외하면 ‘카더라’ 수준의 의혹만 갖고 수사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간에는 현직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 등 로비 대상자 1천여명이 적힌 ‘로비수첩’이 있다는 풍문도 떠돌지만 검찰 관계자는 “작성된 지 10년 정도 돼 보이는 전화번호부가 있을 뿐인데 수사에는 도움이 안 되는 자료”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의 타깃이 더 있다’는 얘기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아직은 수사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NM

장정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메이커(http://www.newsmaker.or.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뉴스메이커About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999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1가 163 광화문오피시아빌딩 14층 뉴스메이커 | 전화 : 02-733-0006 | 팩스 : 02-733-0009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상호
뉴스메이커는 (주)뉴스메이커에서 발행하는 시사종합월간지로서 특정언론과는 전혀 무관한 완전한 자유 독립 언론입니다.
뉴스메이커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뉴스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mak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