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요사에 영원히 기록될 세기의 명승부
남진 vs 나훈아, 나훈아 vs 남진 라이벌전,
그 끝나지 않은 승부

Round 2.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라이벌전의 백미’ 1972년

국내 최대의 라이벌 구도, ‘남진 대 나훈아, 나훈아 대 남진의 라이벌 대결’은 결과적으로 한국가요를 발전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 라이벌전의 명승부가 여전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가요사에 영원히 남을 명승부, 제2라운드. 이들이 펼친 1972년도의 대결은 그중 백미였다. 시민회관 리사이틀 관객동원 기록 경쟁, 나훈아 지구 전속 스카우트, 방송국 10대가수상을 둘러싼 잡음, 매주 오르락내리락 치열했던 가요 톱10 인기차트 판도, 출연료를 둘러싼 신경전, 영화 겹치기 출연 등은 물론 나훈아 시민회관 피습사건, 남진 노래 방송 불가 사건, 연예단장협회 나훈아 공연 보이콧, 나훈아 mbc 출연정지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들 라이벌전의 백미, 1972년의 명승부, 그 역전 드라마.

글 l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지난 호에서 밝혔듯 이들이 각각 군복무를 마치던 1976년까지 필자의 표본 조사로 확인된 음반 발표곡수는 남진 845곡, 나훈아 898곡이었다.
물론 이들의 인기는 군 복무기간 중이었던 공백 기간에 발표된 음반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노래들은 꾸준히 전파를 탔기 때문에 대중들은 이들이 군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거의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남진과 나훈아는 각각 귀족풍의 미남과 야성적인 남성미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창법도 궂이 비교하자면 나훈아가 복매운탕 맛이라면 남진은 복지리 맛.
특히 영호남 간 대결로도 관심을 더욱 집중시켰던 나훈아는 부산사나이, 그리고 남진은 목포 출신가수. 항구도시에서는 우리 가요사에 큰 획을 긋는 스타들이 유독 많이 배출되었다. 특히 바다와 인접해 공기가 맑음으로 인해 폐활량이 좋고 또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준 듯하다.
아울러 이들의 대결은 당시 레코드업계의 양대 산맥인 지구레코드사(남진)와 오아시스레코드사(나훈아)에 각각 소속되어 음반사의 자존심 대결로까지 치달으며 메이저음반사 간의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남진은 지구 전속으로 작곡가 고봉산, 김인배, 김희갑, 박춘석, 백영호, 이재현, 홍현걸 등과 손잡고 많은 히트곡을 양산했다면 나훈아는 오아시스를 통해 김학송, 민인설, 이호를 비롯해 당시 신예 작곡가들인 박성규, 박정웅, 심형섭, 임종수, 정주희, 정진성, 진남성 등을 가요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함께 스타로 부상했다.
그러나 72년 이 해,  나훈아가 남진이 소속되어 있던 지구로 스카우트 된다. 두 라이벌 간의 대결은 같은 음반사에서 한 솥밥을 먹으며 전개, 점점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더구나 나훈아 지구 전속기념 첫 발표 곡은 작사가 정두수, 작곡가 박춘석 콤비의 ‘물레방아 도는데’. 그동안 남진과 콤비를 이루던 작가들로 이 노래가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한편 남진 입장에서는 상당히 뼈아픈,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한 셈이었다.
나훈아와 새롭게 손잡은 작곡가 박춘석이 누구인가. ‘박춘석 사단’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자타가 공인하는 당시 최고의 히트메이커였다. ‘어느 누구든 박춘석과 손잡으면 스타가 된다’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시기였다.
‘이미자+지구+박춘석’, 혹은 ‘지구+박춘석+남진’이라는 당시 ‘한국 히트가요 3대 공식’에 나훈아가 가세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직접 뛰어 들었다’는 비유마저 나옴직하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정면승부를 걸겠다는 나훈아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밑바탕에 깔려있는 게 아닌가, 추측되어지는 대목이다.
한 작곡가의 노래를 두고 펼쳐질 정면승부, 이것이 1972년도 라이벌전의 정점이기도 했다. 그 라이벌전의 전원지이자 꼭지점이 되었을 법한 ‘박춘석 작곡사무실’. 이곳의 당시 분위기는 어떠했을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당시 콤비였던 작사가 정두수씨와 함께 당시 현장을 찾았다.
충무로에 위치해있던 옛 박춘석 작곡사무실. 지금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대신 자리한 5층 건물 앞에 서니 문득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바로 남진이 월남 파병되기 얼마 전인 1968년도의 일이다. 말하자면 박춘석 곡인 ‘가슴 아프게’, ‘우수’, ‘마음이 고와야지’ 등을 한참 히트시키고 있을 즈음의 일화인 것이다.
당시 남진은 박춘석 작곡사무실에서 막 연습을 마치고 나오던 차 안에서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듣는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순간 전율이 느껴졌다. 남진은 이내 차를 돌려 다시 박춘석에게로 갔다. 대단한 가창력을 지닌 유망주가 드디어 나타났다며 그를 수소문해 물건으로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그날 남진을 깜짝 놀라게 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나훈아였다. 이 비화(秘話)를 필자에게 들려준 김철한 정동클럽 회장은 아마도 그때 남진이 들었던 노래가 ‘천리길’이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결과적으로 남진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결국 몇 년 뒤 그 주인공은 거액을 받고 지구로 스카우트 된 뒤 ‘박춘석 사단’의 멤버에 합류했으니까. 그리하여 같은 작곡가의 노래를 두고 서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맞대결을 펼쳐야 했던 동반자이자 라이벌, ‘없으면 안 될, 있으면 껄끄러운’ 두 라이벌 사이에 또다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을 것임이 고스란히 읽혀지는 대목이다.

작사가 정두수가 말하는 ‘박춘석 사단’의 남진과 나훈아

작사가 정두수 선생과 옛 박춘석 작곡사무실 앞에서 만났다. 작곡가 박춘석과 콤비를 이뤄 ‘가슴 아프게(남진)’와 ‘물레방아 도는데(나훈아)’를 작사했던 정두수 선생은 ‘두 스타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박춘석 선생은 누구보다 이들을 끔찍이 배려했고 각별히 신경 썼다’고 회고한다.
“두 스타가 서로 사무실에서 절대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박선생은 철저히 둘 간의 시간을 조절했어요. 그것은 ‘패티김과 이미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요. 기막힌 조율이었던 셈인데 표면적으로 웃으며 내세우는 이유는 주차 공간이 좁아 함께 오면 한 사람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니 각자에게 줄 곡을 만들 때는 얼마나 더 세심한 배려를 했겠어요.”
그 둘은 이곳에서 박춘석 작곡의 노래, ‘마음이 약해서’, ‘해바라기 마음’, ‘눈물로 끝난 사랑’, ‘목화아가씨’, ‘나에게 애인이 있다면’, ‘너와는 바꿀 수 없어’, ‘아랫마을 이쁜이’(이상 남진)를, 그리고 ‘물레방아 도는데’, ‘고향의 그림자’, ‘감나무 골’, ‘어머님의 영광’, ‘지프의 사나이’(이상 나훈아)를 발표했다.
이 둘에 대해 정두수는 ‘매력 있는 스타들이었던 만큼 멋진 승부를 펼쳤다’고 전제한 뒤 특히 ‘영호남 대결로 인해 반사적인 이익과 손해 이미지를 함께 본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말투를 빼면 이들 어디에서건 지방색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남진은 청바지를 입어도 귀족이고 나훈아는 흰 정장을 입어도 소도둑이다’라며 이 둘은 우리 가요계를 이끈 쌍두마차인 동시에 누구보다 ‘인간미 넘치는 의리의 사나이들’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10월, ‘정두수 시집 출판기념회’ 때는 교통사고를 당한 남진이 목발을 짚은 채 참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나훈아가 보낸 화환도 한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행사 도중 정두수 선생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뒤 필자에게 ‘나훈아가 잠시 다녀갔다’고 했다. 지난 2008년 기자회견 이후 그의 행방에 대해 온갖 억측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였다. 놀란 필자가 ‘나훈아 본인이 아니라 측근을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으나 그냥 웃기만한 뒤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지금까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인 2010년 3월, 작곡가 박춘석 장례식장에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진이 장례위원장을 직접 맡아 조문객을 맞았고 나훈아의 화환 역시 장례식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의 존재감은 아직도 가요계 도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훈아를 지구에 빼앗긴 오아시스의 반격

결국 나훈아가 지구로 스카우트되며 박춘석사단에 합류하자 대어를 빼앗긴 오아시스 측은 즉각 반격에 나선다. 그동안 나훈아가 오아시스에서 취입했던 노래들 중 준 히트, 혹은 묻혀있던 곡들을 다시 음반에 수록, 재발매하면서 맞불작전을 폈다.
때문에 기현상이 벌어진다. 지구에서 새롭게 발표한 야심작 ‘물레방아 도는데’는 물론이고 그동안 묻혀있었던 나훈아의 노래들이 줄줄이 부상, ‘인기가요 베스트 10’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오아시스 측이 사운을 걸고 PR에 나서면서 함께 히트하는 노래들이 ‘고향역’, ‘해변의 여인’, ‘꿈속의 고향’ 등이다. 오아시스의 맞불작전으로 인해 결국 나훈아는 이 해, 가장 많은 히트곡을 낸 가수로 기록되었다. ‘물레방아 도는데’, ‘감나무 골’, ‘녹 슬은 기차길(이상 지구)’과 ‘머나먼 고향’, ‘흰 구름 가는 길’, ‘헤어져도 사랑만을’, ‘고향역’, ‘해변의 여인(이상 오아시스)’ 등등.
이 과정에서 잡음 섞인 감정싸움도 속출했다. 일례로 오아시스 측의 물 타기작전에 화가 난 작곡가 박춘석은 오아시스 측이 뒤늦게 PR에 나선 ‘해변의 여인’이 본인 작곡의 노래를 표절했다고 이의 제기에 나섰다. 자신이 이전에 발표한 ‘성당의 언덕길’이라는 노래의 16소절 중 4소절이 ‘해변의 여인’과 멜로디가 같다고 주장한 것. 그러자 이번에는 오아시스 전속작곡가 이인권이 다시 반박, 오히려 ‘성당의 언덕길’은 자신이 먼저 발표한 ‘꿈이여 다시 한 번’과 도입부부터 절반에 가까운 소절이 흡사하다고 주장,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그런가하면 당시 오아시스 측의 한 작곡가는 지망생들에게 지구에서 나훈아가 히트시키고 있는 ‘물레방아 도는데’만을 연습시키다가 오아시스 사장으로부터 신경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호통을 맞고 사무실에서 쫓겨났다는 일화가 전해질만큼 두 음반사 간의 신경전 또한 점입가경의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언론을 통해 재구성해보는 ‘라이벌전의 백미, 1972년도’

나훈아 대 남진, 남진 대 나훈아. 1972년도는 이들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던, 말하자면 이들 대결의 백미라고 할만하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많은 사건이 이들을 둘러싸고 펼쳐졌다. 시민회관 리사이틀 관객동원 기록 경쟁, 나훈아 지구 전속 스카우트, 방송국 10대가수상을 둘러싼 잡음, 매주 오르락내리락 치열했던 가요 톱10 인기차트 판도, 출연료를 둘러싼 신경전, 영화 겹치기 출연 등 인기를 판가름하는 모든 부분에서 이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온갖 이슈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훈아 시민회관 공연중 피습사건, 남진 노래 방송 불가 사건, 연예단장협회 나훈아 공연 보이콧, 나훈아 mbc 출연정지, 오빠부대의 과열 경쟁에 크고 작은 스캔들까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들 라이벌전의 백미, 1972년을 당시 언론보도 등과 함께 재구성해본다.
먼저 일간스포츠 1971년 3월 17일 자는 남진의 제대와 함께 컴백 이후 이들을 대결을 예고했다. ‘곧 제대하는 남진 대 나훈아 인기의 리턴매치 어떻게 될까’ 라는 제목의 기사에 이어 6월 27일 자에는 이들의 전속 음반사인 오아시스, 지구의 이후 판도 예상기사까지 상세히 내보냈다.
‘지구는 남진 김상진 배호 등을 새롭게 보강, 옛 명성을 회복하며 열세 만회, 오아시스는 나훈아 김세레나 최희준 등 건재, 강세 유지에 안간힘’이라며 남진의 컴백이 지구에 호재로 작용할 것임을 낙관했다.
아울러 1971년 8월 4일 자에서는 그룹사운드와 통기타 붐에 밀려 트로트 가요가 퇴조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가 눈에 띈다. ‘키보이즈, 트리퍼즈, 히식스 등 그룹사운드 붐과 함께 신중현 사단의 김추자, 펄시스터즈, 그리고 김세환, 뚜아에무아, 서유석, 송창식, 쉐그린, 양희은, 이용복, 조영남, 투코리안즈, 등 비트로트 계열 가수들이 선두로 나서며 트로트 가수들의 쇼 구성은 변두리나 지방무대로 밀려 쇠퇴하기 시작했고 극장 쇼의 중심지라는 시민회관의 경우에도 이제 포크가수 공연이나 그룹사운드 중심의 쇼만이 흥행되고 있다’는 기사가 그것.
그러나 한 달 뒤인 9월 20일 자에서는 ‘남진 리사이틀 대성공으로 트로트 가요 부활 기세’라는 기사에서 ‘포크, 록 등 젊은 음악에 눌려 급격한 퇴조를 보여 왔던 트로트가요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는 판도 변화 조짐을 보도했다.
이무렵 가요팬과 관계자들의 눈을 번쩍 띄게 만드는 광고가 각종 지면에 게재되었다. 바로 ‘나훈아 대 남진, 인기 타이틀매치 퍼레이드’라는 타이틀의 쇼 광고였다.
‘쇼킹 화제, Top Singer, 두 거성(巨星)의 숙명의 상면(相面)’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공연은 1971년 8월 20일부터 열흘간 열린다는 것. 장소는 청계천의 살롱, 아마존이었다.
당시 극심한 불황을 겪던 쇼 단체장들이 남진의 컴백을 계기로 타계책을 적극 모색하고자 구상한 야심찬 기획이었다. 내용도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내용을 보면, ‘가요계 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한 Stage에 마주 선 숙명의 Singer의 불 뿜는 열전의 밤’이라는 카피와 함께 ‘①히트송 대결 ②팝송 대결 ③신곡 보고 ④히트송 바꿔 부르기’로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아울러 심사는 입장객 전원의 인기투표로 실시하겠다는 것.
이들의 대결은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남진의 출연 거절로 이 대결은 불발되었다. 당시 남진은 본인의 컴백 기념 리사이틀을 통해 먼저 팬들에게 귀국인사를 한 뒤 그 후에 나훈아와 한 무대에 서야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 것. 결국 이 일은 불미스러운 사태로 이어졌다. 기획자 측은 남진을 출연계약 위반으로 고소했고 남진 또한 허위광고였다며 아마존을 상대로 맞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의 상황을 당시 주간한국에 실린 기사를 통해 잠시 살펴보자. ‘남진, 2라운드서 나훈아에 판정패(사진, 1972년 4월2일 자)’의 일부분이다.
‘이때 나훈아는 남진과의 대결을 원했다. 이런 나훈아에게 남진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훈아가 내 인기를 먹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신은 금물, 여전히 나를 원하는 팬들은 많다.”고 호언장담. 이 호언장담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71년 9월, 시민회관에서 가진 남진귀국리사이틀에서 4일 간 4만 명의 관객을 기록, 시민회관 개관 이래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남진의 인기가 이처럼 표면에 나타나자 나훈아 측도 곧바로 응수. 10월, 추석을 노려 ‘나훈아 리사이틀’을 개최했으나 3만2천 명의 관객 동원에 그쳐 첫 타이틀전은 남진의 판정승이었다. 그러나 72년에 펼쳐진 제2라운드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나훈아는 설날을 낀 2월 15일부터 6일 간 ‘나훈아의 꿈’을 펼쳐 5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고 남진 역시 3월 23일부터 4일간 두 번째 ‘남진 리사이틀’을 통해 3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두 번 째 대결의 결과는 나훈아의 판정승이었다.’
물론 이 둘의 두 번째 대결에서는 공연 횟수 차이에서 관객 집계가 갈렸던 것이지만 이 기사에서는 트로트의 왕좌를 놓고 숙적, 남진과 나훈아가 치열한 타이틀매치를 벌이는 동안 전체 가요계 붐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것은 트로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결국 가요계 붐을 조성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나훈아는 수억 짜리 초호화 의상을 입고 나와 '칼춤'에서 ‘고고춤’까지 다채롭고 화려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재능을 과시했고 남진 또한 초호화 찬조출연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강정화, 김세환, 바니걸스, 이용복, 임희숙, 장미화, 점블시스터즈, 진송남 등등. 그런가하면 초호화 남진 리사이틀이 시민회관에서 펼쳐지는 이 기간에 나훈아는 명동 오비스캐빈에서 ‘미니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로 맞불공연을 펼쳤다. 말 그대로 치열한 라이벌전, 이 구도가 곧 한국가요를 발전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오아시스 대 지구레코드’, ‘TBC 대 MBC’

남진 대 나훈아, 나훈아 대 남진의 인기대결에 음반사와 방송사는 물론 팬들도 함께 이등분되었다. 일간스포츠 1972년 2월 19일 자에서는 ‘나훈아는 오아시스레코드사와 MBC, 남진은 지구레코드사와 TBC가 적극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앞서 거론했듯 나훈아는 결국 데뷔 때부터 몸담았던 오아시스를 떠나 지구로 전속을 옮긴다. ‘작곡가 박춘석과의 개인적인 오랜 약속이었다’(일간스포츠 1972년 3월 6일 자)는 말을 남긴 채.
이어 6월 4일 시민회관 공연 중 ‘나훈아 피습사건’이 가요계를 충격으로 몰아놓은데 이어 남진이 8월에 들어서면서 MBC에 첫 출연, 모습을 드러낸다. TBC와의 전속이 만료됨에 따라 프리로 나서며 더 넓은 무대로 나선 것.
몸은 지구로 옮겼지만 오아시스의 맞불작전으로 인해 결국 나훈아는 이 해, 가장 많은 히트곡을 낸 가수로 기록되며 결과적으로 이 부분에서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그리고 이어진 TBC 주최 방송가요대상 시상식. 72년 9월 20일 열린 ‘제8회 동양방송 방송가요대상’에서 전년도 수상자인 남진을 제치고 결국 나훈아가 ‘남자가수상 트로피’를 거머쥔다.
남진 대 나훈아, 나훈아 대 남진의 대결은 결국 ‘지구 대 오아시스의 자존심 대결’에 이어 ‘MBC 문화방송 대 TBC 동양방송의 파워게임’으로 옮겨 붙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