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 관객 신화를 쓴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이 맥스무비가 주최하는 제10회 ‘최고의 영화상’에서 남자배우상을 차지했다. 맥스무비는 사상 최다인 관객 179만3834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 <명량>의 최민식은 66만2993표를 얻어 남자배우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정미 기자 haiyap@   
 
최민식의 이번 수상은 ‘2004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이후 두 번째 수상이다. 출연 영화 마다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한 최민식은 <명량>의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국민 배우로서 저력을 보여줬다.

천부적 재능과 철저한 노력으로 승부

▲ 배우 최민식

배우 최민식은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자로 첫발을 뗀 뒤 지난 1988년 영화 <수증기>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 2014년 <명량>에 이르기까지 30여년 간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대중의 가슴에 의미의 파장을, 그리고 감동의 파도를 일으켰다. 고교시절 연기자로 진로를 정한 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틈틈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에 진출해 활동영역을 넓혔다. 1989년 드라마 <야망의 계절>에서 남성성이 강한 꾸숑으로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심었고 1994년 <서울의 달>에선 순박한 시골 청년역으로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영화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등을 거치며 영화배우로서 그만의 연기자로서의 성을 굳건하게 쌓아 나갔다. 그리고 <해피엔드> <취화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에 이르기까지 일상성과 강렬함의 극단을 오가는 최민식표 선 굵은 연기의 문양을 드러내며 대중이 진정으로 인정하는 연기자가 됐다. 

 30여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최민식은 관객과 전문가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았다. 최민식이 연기파 배우로 성공한 데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큰 힘을 발휘했다. 최민식은 천부적 재능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창출력과 연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최민식은 천재적인 연기감 뿐만 아니라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이 있다”고 말했다.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은 최민식을 두고 “주름도 연기가 되는 배우”라고 했고,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은 “정지 동작을 찍어도 감정선이 살아 있는 배우”라고 했다. 연기의 테크닉을 뛰어넘는 연기를 펼치는 것은 바로 천재적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최민식표 연기의 원동력이 천부적인 끼 그리고 천재성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최민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한 번도 영화든 드라마든 촬영장에 늦게 간 적이 없다. 현장에 먼저 나가 감독, 스태프들과 인사도 나누고 현장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파악한다. 연기의 동선도 살펴본다. 촬영이 시작되면 곧바로 연기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연습한다.” 천부적인 끼도 이러한 철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 블록버스터 <대호>로 <명량>의 뒤 이을까
지난해 <명량>으로 관객 1760만 명을 모았던 배우 최민식이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그린 <대호(大虎)>로 돌아와 연기한다. 이번에는 바다가 아닌 1920년대의 지리산이 주 무대이다. 영화 줄거리를 엿보면 호랑이 가죽에 매료된 일본 고관 마에조노가 전리품으로 대호를 손에 넣기 위해 군사작전처럼 사냥에 나선다. 사냥으로 많은 생목숨을 끊느라 쌓인 업보에 지쳐 총을 놓은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이 10년 만에 다시 총을 잡으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대호>와 <명량>은 닮은 데가 있다.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돼 승리가 불가능한 해전에 임했듯이 천만덕도 일본에 맞서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으므로 놓았던 총을 다시 잡는 것이다. 또 두 편의 작품에 CG(컴퓨터그래픽)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같다. <명량>에 실제 투입된 배는 3척뿐이었다. <대호>도 일제강점기에 멸종된 조선호랑이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살려냈다. 무뚝뚝하지만 역경을 견딘 아버지이며 영웅이라는 점에서도 서로 통한다.

오는 12월16일 개봉하는 <대호>는 사냥꾼 천만덕과 호랑이, 조선의 산천이 주인공이다. 지리산 산군(山君)으로 불린 대호나 천만덕은 시대와 불화한 존재들이다. 박훈정 감독은 “자연과 사람이 서로 존중하고 예를 지키던 시대는 일제로 대변되는 욕망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종말을 맞았다. 우리민족이 경외하는 동물 호랑이의 마지막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만 170억 원에 이르는 대작이다. 폭파할만한 산이 없어 세트를 만들었고 눈 3톤 소요의 설원도 특수 제작했다. 멸종한 조선호랑이를 재현하는 게 가장 큰 난제였다. 무게 400㎏, 길이 3.8m에 이르는 대호의 힘과 스피드를 스크린에 담아야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호랑이가 얼마나 잘 만들어 겼는지 보자, 하고 오실 텐데 CG라는 느낌조차 없을 만큼 이야기의 밀도가 중요하다. 강력한 휴먼드라마가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다”라고 최민식이 귀띔해주었다. 또 그는 “우리민족이 암울했던 시기라는 것보다도 인간의 업을 다룬다는 점에 끌렸다. 사냥꾼은 산 생명을 죽여 먹고사는 직업이다. 그렇게 쌓인 업보는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