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애환과 함께 한 막걸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품으로 그 명성을 더하고 있다. 술도 소주, 청주, 탁주 등 그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서민의 술, 막걸리가 단연 압권이다.

황태일 기자 hti@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로 탁주(濁酒), 농주(農酒), 회주(灰酒), 백주(白酒), 재주(滓酒)라고도 하며 쌀이나 밀에 누룩(麴, 누룩 국)을 첨가해서 발효(醱酵)시켜 만들며 노동의 피로와 배고픔, 갈증을 해소해 주는 음료이자 음식이다.

조선 3대 명주로 꼽히는 죽력고

▲ 송명섭 명인

태인주조장의 송명섭 명인의 행보가 화제다. 지난 2003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송명섭 명인은 죽력고 제조 가공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식품명인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전라북도 정읍에 자리한 태인주조장은 ‘조선 3대 명주(名酒)’로 꼽히는 ‘죽력고(竹瀝膏)’를 만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죽력고’는 대나무 진액과 우리쌀을 원료로 만드는 증류주로서 100％ 천연원료와 재래식 전통공정으로 빚어 전통주 고유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명품 술로 꼽힌다. 송명섭 명인은 “푸른 대나무에 열을 가해 뽑아낸 액을 섞어서 만들어낸 전통주로, 약재를 술에 직접적으로 증류하는 방식이 아닌, 간접적으로 거쳐 증류해 약재의 향과 맛을 우러나게 해서 ‘고’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면서 “녹두장군 전봉준이 고문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원기 회복하게 만들었다는 술도 바로 죽력고다”고 설명한다.

조선 3대 명품주로 손꼽혔던 죽력고가 최근에서야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그간 죽력이 식품이 아닌 약재로 식약청에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송 명인은 죽력고를 살려내기 위해 서울 중앙도서관 등을 뻔질나게 오가며 각종 문헌을 모조리 복사해 번역했다. 이렇게 10여 년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송명섭 명인은 지난 2002년 죽력을 이용해서도 전통주를 담글 수 있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받아냈다. 그 대답을 듣는 데까지 10여년이 걸렸다. 이렇게 맥을 이을 수 있었던 죽력고는 4대에 걸쳐 약 130년 동안 전승된 전통주로 송 명인이 모친으로부터 계승한 비법으로 빚어지고 있다. 명인의 모친인 은계정 여사는 친정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술도가를 운영하며 계승했고, 명인의 외증조부께서는 한약방을 운영하며 보조치료제로 죽력고를 처방하기도 했다. 죽력고는 미리 만들어 놓은 술 원액에 솔잎과 대나무 잎, 석창포, 계피, 생강을 항아리에 잠기게 넣고, 3~4일 동안 재운다. 이렇게 재워놓은 약재는 소줏고리 안에 원을 그리듯이 넣고 대나무가지로 입구를 막은 후, 저온 발효시켜 숙성한 술덧을 넣어주고, 소줏고리에 얹는다. 이후에는 약한 불로 6~8시간 눋지 않게 불을 때 주면 죽력고가 완성된다. 이러한 죽력고는 추수를 끝낸 시기부터 농사일 시작되기 전인 3월까지만 빚는다. 송명섭 명인이 직접 농사지은 쌀로만 가지고 순수 전통방식으로 빚어내다 보니 1년에 생산되는 죽력고의 양은 아주 적다. 예약을 한다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양이다. 송 명인은 “죽력고는 막걸리 만드는 방법에서 한 단계 더 정성을 들여야 맛볼 수 있는 귀한 술이다”고 덧붙였다.

전통주의 부흥과 발전에 총력 기울여

▲ ‘죽력고’는 대나무 진액과 우리쌀을 원료로 만드는 증류주로서 100％ 천연원료와 재래식 전통공정으로 빚어 전통주 고유의 맛을 그대로 간직한 명품 술로 꼽힌다.

최근 죽력고가 유명세를 타면서 송명섭 명인도 MBC특집다큐멘터리 <한국의 술>, KBS <9시 뉴스> 등 40여 차례에 걸쳐 각종 방송에 출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송 명인은 전통주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는 ‘발아곡류를 이용한 누룩의 제조방법’을 특허 출원하기도 했으며, 죽력고가 ‘전통주 등 제조업체 컨설팅지원사업’ 공모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전통주 등 제조업체 컨설팅지원사업은 농식품부와 농수산유통공사가 전통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송명섭 장인은 이번 공모사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국비 1천 600여만 원을 지원받게 되었으며 자담 400만 원 등 총 2천만 원을 들여 죽력고의 명품화를 위한 컨설팅을 지원받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죽력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체험객들이 태인주조장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남선이 조선 3대 명주로 꼽았다면 조선인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하질 않겠나. 죽력고는 내가 처음 만든 술이 아닌 우리 민족의 술이다”면서 “우리 것, 우리 맛을 지켜내고 널리 전파시키는 역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