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부분의 서울시 자치구에서 초등학교 3~4개 학년을 대상으로 ‘부분적’ 무상급식이 실시된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12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가 무상급식 재정지원을 해주지 않아도 초등학교 3~4개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허 의장은 또 “이는 서울시교육감,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구청장들과 합의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가 2011년에 무상급식 예산을 잡지 않을 경우 우선 초등학교 4개 학년만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할 계획이다

허광태 의장은 “시교육청과 자치구의 재정만으로 3~4개 학년에 대해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고 “서울시의 재정지원 없이 부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허 의장은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무상급식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면 초등학교 무상교육도 부자들을 위한 정책인가”라고 반문했다. 허 의장은 이어 “오 시장은 공개토론을 주장하기 전에 먼저 시의회로 돌아와 의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국적으로 전면 무상급식 확산 추세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무상으로 학교 급식을 제공받는 ‘전면 무상급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주요 쟁점이었던 무상급식 정책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16개 시·도의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인천·광주·충북·전북 등 9개 지역에서 무상급식 실시가 합의됐거나 유력하게 추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구·경북에선 저소득층부터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전·울산·강원·경남 등 5곳은 지자체와 의회, 교육청의 입장이 서로 달라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광주지역에선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모든 초등학생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은 지난해 3월 1·2학년부터 시작돼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충북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부터 초·중생 전면 무상급식에 합의했다.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은 2011년 예산으로 각각 340억원(도 본청 분담액 136억원)과 741억원을 책정, 충북도의회에 제출했다. 전북은 전체 14개 시·군 가운데 6개 시 지역을 제외한 군 단위 전 지역에서 이미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다. 전북도와 도의회, 도교육청, 6개 시는 올해부터 도시지역 초등학생에게도 모두 무상급식을 제공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총 126개교 9만361명이 새롭게 무상급식을 받게 됐다. 제주지역은 이미 100% 친환경 급식을 시행 중이다. 읍·면지역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제공되고 있다. 양성언 제주도 교육감은 올해에 동 지역 공립 유치원과 읍·면지역 사립유치원, 동 지역 초등학교 절반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키로 했다. 2014년까지는 동 지역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키로 했다. 전면 무상급식 바람은 수도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3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도교육청이 전액 지원하는 4개 군을 제외한 27개 시가 모두 2011년도 예산안에 초등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학교급식비를 편성했다.

오세훈-서울시의회, 무상급식 갈등 첨예화
서울시와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 이후 시의회 파행 책임 등을 놓고 공방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실시를 놓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2월 7일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놓고 시의회, 시교육청 등 여러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TV토론을 갖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의 시의회 출석이 먼저라며 TV토론을 거절했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의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각각 목소리를 내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을 위해 1대1 혹은 3자 이상이 참여하는 TV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요불급한 토목공사 예산을 줄이면 사교육과 학교폭력, 준비물이 없는 ‘3무(無) 학교’와 무상급식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모든 예산에는 존재 이유가 있다”며 “이런 식으로 무차별적 복지를 하려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적어도 30% 이상씩 더 걷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와 별개로 시의회에 무상급식 조례안을 자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시의회와 협의 중단은 계속되며 위법성이 명백한 이번 조례안에 대한 재의 요구와 그 이상의 법적 대응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의회 민주당 측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 시장의 TV토론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오승록 민주당 대변인은 “오 시장이 토론을 하고 싶다면 시의회 본회의장으로 오면 된다”며 “법률 검토를 받아 작성한 조례안에 대해 시장이 자의적으로 위법적이라고 주장하며 시의회 출석까지 거부한 것은 자질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측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6일 만 19세 이상 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한 결과 조례 제정에 대해 65.7%가 찬성했고 시정 협의 중단 선언이 잘못됐다는 답이 53.9%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곽노현 시교육감은 전날인 12월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친환경 무상급식은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시민적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자 헌법 정신에 충실한 정책”이라고 반박하고 무상급식 공개토론은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무상급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 12월 10일 “민주당 시의원들의 거짓선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이같이 주장한 뒤 “무상급식이 사실은 어렵고 가난한 사람의 몫을 빼앗아 중산층, 부유층에게 주는 부자급식이라는 것이 점차 드러났다”며 “여론도 서울시의 입장에 지지를 보내기 시작하자 성명, 이메일 편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짓정보를 지속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무상급식 예산이 전무하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서울시는 2011년 예산안에 저소득층 무상급식비 278억원 예산을 책정했을 뿐 아니라 결식아동 급식비지원, 급식시설 개선, 우수농축산물지원, 학교우유급식지원 등 급식관련 예산 총 510억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상급식조례를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모자라 예산서에 뻔히 나와 있는 금액을 0원으로 호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서울시가 먼저 준예산을 검토했다는 것 또한 눈 가리고 아웅식 거짓”이라며 “예산을 먼저 검토한 것은 서울시가 아니라 시의회로, 시의회가 준예산에 대한 유권해석을 먼저 의뢰했다는 공문까지 남아있는 사실을 서울시가 먼저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노이즈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민혼란을 가중시키는 더 이상의 거짓 선전전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곽노현 교육감은 비겁하게 피하지 말고 사태의 진전을 위한 TV공개토론에 하루빨리 임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명수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표는 이날 시 내부 통신망을 통해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본청 및 가치구 공무원 전체에게 발송했다. 김 대표는 이메일에서 “서울시와 교육청 등과 함께 교육행정협의회를 구성해 무상급식과 오세훈 시장의 교육공약인 ‘3無학교(사교육·학교폭력·준비물 없는)’를 논의해왔다”며 “오 시장은 내년도 예산안에 3無학교 등에는 1천445억원을 편성했지만 무상급식에는 단 한 푼도 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서울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거부에 격앙돼 끝장토론을 요구하며, 무상급식을 계속 거부하면 주민소환 운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지역시민단체, “무상급식 거부하면 주민소환” 경고
서울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거부에 격앙돼 끝장토론을 요구하며, 무상급식을 계속 거부하면 주민소환 운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흥사단, 참교육학부모회, 전교조 등 서울지역 85개 시민단체는 지난 12월 9일 정동프란체스코회관에서 비상대책회의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을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며 “무상급식이 되면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매도한데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앞서 지난 12월 1일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해 592개 공립 초등학교에서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조례가 위법하다며 거부를 선언했고, 오 시장 역시 서울시의회 출석과 업무 협의를 전면 중단하기로 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의 입법권을 서울시가 송두리째 부정한 심각한 사태다. 또한 오 시장은 블로그에 올린 글과 시청 보도자료 등을 통해 “시민 힘으로 부자급식을 막아 달라” “대한민국 앞날에 그늘을 드리우는 그 어떤 선전전도 단호히 막아내겠다”며 연일 무상급식을 맹비난하고 있다. 서울지역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가진 12월 9일 “4년간 1조원의 교육예산을 투입”하겠으며 “당적과 정치색을 떠나 서울시민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서울시의회와 충분히 대화하겠다”던 오 시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오 시장이 궤변과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한 해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하는 서울시가 700억도 안 되는 2011년 무상급식 예산 때문에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즉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부자인 서울시가 오히려 무상급식은 예산은 전국 꼴찌이며, 한 해 2만명의 서울지역 학생이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11년에 책정된 서해뱃길 사업 752억원, 한강예술섬 사업 406억원 등 전시성?낭비성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무상급식을 즉각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5대 결의사항을 채택해 그 중 첫 번째로 오세훈 시장에게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끝장토론을 거듭 제안했다. 또한 2011년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 700억원을 반드시 배정할 것과 서해뱃길 사업 등 토목예산 7000억원을 삭감해 해 시민 복지에 쓸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 시장의 자세 변화를 강제하기 위해 그림자 시위와 농성 등을 전개할 계획도 밝혔다. 끝으로 시민단체들은 오 시장이 서울시민의 뜻을 외면하고 거짓 선전을 계속하면 시민불복종과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