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무대는 물론 브라운관, 스크린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주원이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주원은 영화 <그놈이다>에서 하나뿐인 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잡는 것에 모든 것을 건 오빠 ‘장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주원은 일부러 체중을 늘리고 사투리 연기를 배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장우’의 분노를 섬세하게 표현한 주원의 연기는 ‘장우’의 끈질긴 추적에 설득력을 더하며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신세영 기자 ssy@

▲ 그놈이다 메인포스터

미스터리한 소재와 스릴러의 색다른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 <그놈이다>가 지난 10월 20일 CGV 왕십리에서 언론 시사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그놈이다>는 여동생을 잃은 남자가 죽음을 예견하는 소녀의 도움으로 끈질기게 범인을 쫓는?이야기를?그린다. 이날 언론 시사회에는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배우 주원, 유해진, 이유영과 첫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한 윤준형 감독이 함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놈이다>는 천도재, 넋건지기굿, 죽음을 예지하는 소녀 등과 같은 토속적이고 신선한 소재를 녹여낸 신선한 스릴러의 탄생으로 많은 취재진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준형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의 세계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굿, 점 등과 같은 무속신앙에 노출이 많이 됐었는데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투영된 것 같다”며 “초자연적인 현상을 진짜처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죽음을 예지하는 소녀 ‘시은’ 역으로 환영을 보는 등 쉽지 않은 연기를 펼친 이유영은 “나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사실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고 연기에 임한 소감을 말했다. ‘장우’의 끈질긴 의심을 받는 미스터리한 남자 ‘민약국’ 역의 유해진은 “주원은 꼼꼼하고 디테일하며 늘 열심히 한다. 연기할 때 몰입도 상당하다”며 주원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유해진은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받는 선량한 시골 약사의 모습부터 용의자로 지목된 이후 보이는 수상한 모습까지 섬세한 감정선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끊임없이 혼란에 빠트렸다. 그는 “복잡한 사연을 지닌 캐릭터를 연구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동시에 그것이 매력적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영화 <그놈이다>는 10월 28일 개봉한다.

실화에서 시작된 불가사의한 스토리
영화 <그놈이다>는 1999년 부산의 청사포 해변마을에서 한 여대생의 죽음을 기리는 천도재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천도재의 주인공은 갑자기 변사체로 해변가에서 발견된 여대생이었으며,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마지막 의식인 넋건지기굿(저승 가는 길 배불리 먹고 가라고 붉은 천에 밥이 한 가득 담긴 놋그릇을 바다를 향해 던지는 의식)이 진행될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붉은 천이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끝내 끊어지고 놋그릇만이 둥둥 떠내려와 한 청년 앞에 멈춘 것이다.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는 이를 보고 직감적으로 그 청년을 범인으로 확신, 6개월 동안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결국 범인임을 증명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처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 사건을 향한 집요하고 끈질긴 추적의 원동력이 되는 것을 본 윤준형 감독은 이 이야기를 꼭 영화화하고자 결심했다. <그놈이다>만의 차별화된 지점은 바로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가운데, 천도재, 넋건지기굿 등의 민간 신앙과 살인 사건을 예지하는 소녀 캐릭터가 지닌 미스터리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먼저, ‘장우(주원)’와 범인이 벌이는 끈질긴 추격 액션은 긴박감 넘치는 장면들을 완성시키며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긴장을 선사한다. 여기에 죽음을 보는 소녀 ‘시은(이유영)’의 환영은 스토리의 신선한 흐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하나뿐인 가족을 잃은 남자 ‘장우’의 처절한 사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러닝 타임 내내 관객들의 심장을 조일 예정이다. 특히, <그놈이다>의 ‘장우’, ‘민약국’, ‘시은’ 세 캐릭터 간의 관계는 더욱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범인을 잡는 일에 모든 것을 건 남자 ‘장우’와 범인으로 의심 받는 ‘민약국’, 또 다른 죽음을 예견하는 ‘시은’의 관계는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극에 치닫는다. 관객들은 사건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장우’에 이입해 ‘그놈’의 실체를 따라간다면 집요하고 끈질기게 몰아붙이는 <그놈이다>만의 스릴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Q. 유해진과의 격투신이 격렬하던데,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부상을 입었다거나 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 그 신 자체가 액션이 굉장히 리얼하고, 위험한 부분이 많았다. 그 때 어깨로 해진 형을 밀고 나가는 식으로 액션을 했는데, 장우가 얼음공장에서 일을 할 때 기른 그 힘으로 싸운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 장면 찍으면서 카메라와 머리가 부딪혀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 위험한 장면이었지만 굉장히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할 때 차별점이 있나?
- 이 얘기를 감독님한테 들었을 때 소름이 엄청 돋았다. ‘이걸 정말 잘 표현해야겠구나, 그 마음을 잘 전달해야겠구나’ 이런 마음으로 임했다.

Q. 달리면서 감정을 같이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연기할 때 어떻게 신경을 썼나?
-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쫓게 되는 역할이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연기할 때 일단 처음에는 내 입장에서 ‘내 가족 중 한 명이 그렇게 됐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도 중요했지만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지도 중요했기 때문에 해진이 형, 감독님, 유영이한테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 연기에 임했다.

Q.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인데, 스크린으로 그 모습을 마주한 소감은?
- 꼬질꼬질한 연기 정말 하고 싶었다. 드라마 할 때 쉬는 시간마다 머리, 메이크업, 의상을 신경 쓰는 게 불편할 때가 있기도 했는데, 장우 역할은 신경 쓸 것이 없이 있는 그대로 하면 됐다. 그래서 촬영할 때도 더 몸이 자유로웠다. 오늘 모습을 보니 낯설기도 했지만 변화를 준 것에 대해서는 나름 뿌듯하게 생각하고 좋은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Q. 주원은 드라마에 이어 여동생 바보 역이다.
- <그놈이다>를 먼저 찍고, <용팔이>를 했는데 거기서도 여동생이 생겼다. <그놈이다>를 시작으로 오빠 이미지가 생겼나 보다.

Q. 사투리 연기가 힘들지 않았나?
- 정말 욕심 많이 냈다. 사투리 안 되면 서울말로 하잔 얘기도 했지만 무조건 해내고 싶었다. 감독님을 포함해서 거의 대부분이 경상도 출신인데 억양이 달랐다. 일단 기본적인 것을 베이스를 깔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자 해서 매일 연습했다. 감독님한테 코치도 받고, 정말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Q. 이번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배우 주원의 모습이 있다면?
- 어리고, 소년 같은 이미지를 벗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놈이다>를 통해서 ‘주원이라는 배우가 저런 연기가 가능하고, 저런 모습도 나오는구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배우로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Q. 이번 영화에서 샤프하고 날카로운 이미지 대신 통통하고 몸집이 큰 느낌이다.
- 감독님과도 얘기를 많이 했지만 가진 기존의 것들을 다 버리고 싶었다. 감독님한테도 내 이미지를 다 없애도 좋으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헤어도 안 만지고, 메이크업도 안하고, 옷도 후줄근하게 입고, 체중도 8kg 늘렸다. 정말 평범한 동네 청년처럼 보이고 싶었고, 그래야 장우의 처절함이 더 잘 표현될 것 같았다.

Q. 유해진과 알고 지낸 지 꽤 됐지만 연기는 처음으로 같이 했다. 같이 한 소감은?
- 형은 평소에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 마음이 더 커졌다. 형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선배님과 작업을 한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배울게 많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기적인 면들은 물론 현장에서 감독님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법, 작품을 위해 배우가 할 수 있는 것 등 형에게서 정말 많이 배웠다. 촬영이 시작되면 친분과는 별개로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몰입이 어렵거나 하진 않았다.

Q. 감정선도 복잡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연기를 펼쳤는데, 힘들었던 부분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 장우한테는 정말 세상에 동생밖에 없었다. 동생이 죽는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정말 끔찍했다. 그런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에피소드라면 유치장 신 생각이 난다. 한 번 찍은 후에 재촬영을 했는데, 그 때 제대로 뭔가 터졌다. 그렇게 울어본 게 인생에 처음일 정도로 절제가 안됐다.

Q. 관전포인트를 꼽는다면?
-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구나’를 굉장히 많이 느꼈고, 작품이 잘되겠다는 목적으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는 걸 그 어떤 작품보다 많이 느꼈다. 나 역시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던 작품이다. 영화를 오늘 보고 나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감독님 특유의 다큐 같은 느낌이 감정이입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장우의 시선을 따라가면 몰입하기 좋을 것이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