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 예초 정정순

이름 모를 예쁜 풀꽃들만이
새파란 저 하늘
구름에 비치는 잠자듯 깊은 물
한 모금 마시고 창문을 열어라
이제는 찌든 마음을 열어라

구름이어라 비바람이어라
태초 우리 한민족 제단에 바친
그 청수에 마음을 씻고
통일의 함성을 함께 울려 보자

숨소리 들리는 듯
안개가 쉬어 가는 큰 바위에 앉아
백두산 천지를 한눈에
바라보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으로
씻지 못한 아픔으로
발목이 시리도록 걸어야 하는
우리들은
가을 하늘 신비로움에
한마음이 되었다.

긴 침묵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길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봄기운을 내뿜는 천지에
까마귀 한 마리 날며 울고 간다

푸른 새싹이 솟아오르는 땅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에
마음은 아랫마을에 가도고
가벼운 몸으로 작은 산초나무를
바라보며 날아갈 듯 오른다

굶주린 다람쥐
먹을 것을 찾는 길목
작은 목소리로만 살고 싶은 나는
나의 그림자를 밟고
오늘도 오르지만

늘 부족함을 느끼는
내 그림자 뒤에는
아쉬움이 물소리처럼 흘러
어디로인가
사라지려다
다시 자리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