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이란 문(文) 곧 ‘글’과, 필(筆) 곧 ‘글씨’를 가리킨다. 예로부터 글 짓고 글 쓰며 생활해 온 우리 동아시아의 선비 지식인의 전형적인 행태를 말함이니, 이들을 가리켜 문필가라 일러왔다.

윤담 기자 ydh@

한국 서예계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중국식 서풍, 일본식 현대서예 물결, 그리고 서구 미학까지 가세한 글씨들이 한국 서단에서 유행하게 되면서 ‘한국적 서예’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집집마다 문방사우를 갖추고 있던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중들의 관심도 서예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서예가

▲ 작가 양선덕

“자국에서 자신의 예술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그 나라의 예술은 발전할 수 없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일상생활에 깊게 스며들어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서예가 습정 양선덕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한국 현대 미술대전 우수상 및 현대 미술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작가 양선덕은 세계 서예 전북비엔날레 특선 및 특별전, 한국 서예협회 초대작가전, 한국 서예박물관 개관 기념 초대전, 한국 서예 대표작가 초대전을 비롯하여 한·중 초대작가 한·중·일 문화협력 미술제, 중국 제남시 초대전, 중국 무한 시립미술관 초대전, 세계 서법문화예술교류전, 독일·한국 묵향마중물전 등 국내외 유수의 초대전 및 전시회에 참가하여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작가 양선덕은 “서예는 삶의 원천으로 삼고 스스로를 세우고 가정을 세우며 국가와 사회를 이끄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서예가인 그의 작품은 곧고 정직한 삶의 지혜가 서체에 고스란히 표현된다. 특히 ‘전서체’로 작업하는 그는 최근 한글작품과 문인화로 그 영역을 넓히며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작가 양선덕에 있어 문인화는 내면의 세계를 조화롭게 만드는 정신예술의 산물이다. 아련하면서도 담담한, 있는 그대로의 시골 풍경이나 호박, 장독대 새벽을 여는 청수기 등을 주요 소재로 삼는 그의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을 오랫동안 곱씹을 수 있는 여백을 통해 여운을 남긴다. 또한 생의 흔적과 삶의 애환이 서린 단아한 여인을 모티브로 우리 어머니 세대의 희생과 추억을 소박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예쁘고 화려한 작품보다는 사치스럽지 않은 시골의 진솔함을 때 묻지 않은 감성으로 담아내는 작가 양선덕의 작품은 다정하고도 푸근하다. 아울러 작가는 함축을 통해 여러 각도로 작품 해석을 유도함으로써 감상자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팔색조의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서예와 문인화의 예술성을 세계에 알리다
35여 년 간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로 자리매김한 양선덕 작가. 세계적으로도 그 예술성을 인정받은 그의 작품은 현재 러시아 대사관, 한국 서예박물관, 침향헌박물관, 한국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이외 700년 와인명가인 이탈리아 피에르 안티노리 후작과 고원 하이원 C.C., 가평 베네스트 C.C., 안양 베네스트 C.C., 청우 C.C., 캐슬파인 C.C. 등에도 소장 전시되고 있다.

한편 소외된 이웃들과의 나눔에도 앞장서는 작가 양선덕 작가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KOREA CEO SUMMIT 자선옥션과 탈북자 청소년돕기 장학기금 마련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오늘날 삼포세대부터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등으로 지친 이들에게 작품 철학인 ‘순수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상황은 녹록하지 않지만 평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라”고 위로하는 작가 양선덕. 후학 양성에 힘쓰며 앞으로 서예연구실을 오픈할 계획이라는 그는 시인인 둘째딸의 시를 붓으로 쓰고 시상을 그림으로 그려서 딸과 함께하는 시·서·화전을 소망한다. 작가 양선덕은 “서예 분야가 대중에게 공감되기는 쉽지 않지만 문화콘텐츠로서 서예의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문인화의 진가도 국내를 넘어 세계에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서예와 함께 걸어온 반평생의 삶의 궤적이 아깝지 않기에, 남은 시간도 서예의 세계화를 위한 계기와 도약의 기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