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내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 것이 국가의 얼이고 혼이다. 이와 같은 얼과 혼은 전통문화를 통해 계승되고 보존되고 육성되고 발전한다.

윤담 기자 ydh@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기에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최근 외래문물의 유입으로 우리의 전통문화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조상의 빛나는 얼과 지혜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

100년 전통 국악기 제작의 명맥을 잇다

▲ 서인석 대표

서인석 전승명가 대표의 행보가 화제다.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전승명가는 우리의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 조상들의 얼을 지키며 보존하고자 힘쓰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악기 제조 기술이 1대 서영관 명인, 2대 서남규 명인, 3대 서인석 명인, 4대 서창호 명인으로 100년 전통의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서인석 대표는 “전승명가는 전통 방식의 국악기 제작을 전승 제작하고 있다”면서 “아울러 우리 고장의 가락 정읍우도판굿을 보존하며, 사라져가는 마을굿을 복원하고 전통을 지켜가기 위하여 마을 주민들에게 본래의 우리 가락을 전수시키는 등 한번 배우고 끝나는 단절된 전통이 아니라, 우리 조상이 늘 해오신 것처럼 생활 속에서 풍물굿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6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은 서인석 대표는 투철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 방식으로 국악기를 제작하고 있다.

그는 “전통 방식이어야만 100개의 악기를 제작했을 때 100개가 모두 좋은 소리가 난다”면서 “전통 방식으로 만들지 않을 경우 외형은 같아도 나오는 소리는 모두 제각각이 되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실례로 중국에서 만드는 보급형 악기들은 노천에서 숙성시키는 과정 없이 공장에 넣고 나무를 건조시키고 깎는 방법으로 제작되는데, 이 때문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악기들은 모양은 그럴 듯해도 소리는 제각각으로 난다. 반면 서인석 대표가 제작하는 장구는 하나의 통나무를 통째로 깎아 만들어진다. 보통 장구가 3도막에서 5도막의 나무토막을 깎아 붙인 뒤 통을 연결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때문에 한 치의 틈도 없이 소리를 단단하게 가둘 수 있어 소리의 울림이 깊게 퍼진다. 특히 서 대표는 장구를 제작할 때 30~50년 이상의 긴 세월을 보낸 오동나무를 재료로 사용하며, 악기로 다듬기 전 3년 이상을 노천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서인석 대표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나무가 좋은 소리를 낼 수가 있다”면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모든 나무가 악기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동나무는 노천에서 숙성되는 동안 기후가 좋으면 악기로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기후가 좋지 않으면 악기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고 전했다.

다양한 사업으로 정읍문화의 전통을 계승 발전

▲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전승명가는 우리의 소리를 사랑하는 마음, 조상들의 얼을 지키며 보존하고자 힘쓰고 있다.

(사)한국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원, (사)전북전통공예조합원,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원, (조달청)문화상품협회원, 정읍 재인청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는 서인석 대표는 국내 최초로 장구 제작기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며 구전식 교육 탈피에도 힘을 실었다. 당시 그가 발표한 논문에는 나무의 채취, 절단, 파기, 깎기와 가죽의 채취, 무두질, 늘리기, 재단, 재봉과 기타 부속재료로 사용되는 줄, 고리, 부전, 채의 제작 과정을 논문에 담아 현재까지 전수되고 있는 장구의 제작기법을 고찰함으로써 전통 국악기 제작 연구를 이론적으로 확립시켰다.

또 정읍문화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마을마다 특색이 있는 ‘마을굿’을 유지 또는 복원을 통한 정읍 전통 문화 발굴, 보존 및 계승 ▲중국, 일본과 전통악기 제작기법 관련 교류, 정읍문화탐방 프로그램 등을 통한 정읍 전통 문화 교류 ▲전통 국악기 제작 전수 ▲체계적인 정읍우도판굿 전수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학교, 기업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읍우도굿을 전수 ▲민간 예능 재인인 뜬쇠들의 쉼터를 마련하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행정적 관리를 통하여 개개인이 직업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읍 재인청 운영 ▲지역문화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도자기, 한지, 한과, 자수, 매듭, 전통의상, 장승, 솟대 등 정읍 토속 공예 체험장을 운영 ▲보다 체계적인 문화사업 및 정기적으로 전통문화를 공연하는 전승명가 문화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서인석 대표는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했지만 변화에 앞서 우리의 근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외래문화의 수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앞으로도 전승명가는 우리의 전통과 맥을 잇는데 전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