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지로 돈을 번다는 게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게 사실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우리 종이라고 하는 한지를 아주 특별한 기회가 아니면 거의 쓰지 않고 있으니 별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쓴다는 종이마저 전통한지라기보다는 기계를 통해 대량생산하는 기계지인 것이다.

황태일 기자 hti@

일반인이 시중에서 흔히 만나는 대부분은 이름만 한지일 뿐 중국이나 태국에서 들어 온 수입지들이 대부분이다. 열악한 소비와 가격 경쟁 등 여러 이유가 있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속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니 그래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무엇하랴마는 한지산업은 이미 사향산업이 되었고 현실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지업자들도 행정당국들도 다 아는 이야긴데 그냥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대한민국 종이라는 한지의 불편한 진실이다.

요녕성 학계와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

▲ 황용운 대표

금년 9월 초 중국 동북 3성의 중심인 선양(沈暘)에서 연례적으로 열리는 제 14회 한국주 행사가 있었다. 중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한국주관 행사로 자리잡은 터라 올해는 특별히 요녕성 관계자들과 한국 영사관 쪽에서 심혈을 기울인 결과 평소처럼 일반적 이벤트 행사 가운데 한지포토 문화공간인 지숨을 특별하게 초대한 것이다. 재중동포들이나 중국시장에 우리 종이 한지를 알리고자 기획한 신봉섭 총영사와 영사관의 남다른 의지과 한지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그동안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꿈꾸고 준비해 오던 지숨 대표 황용운 작가는 200여 전시 작품과 1만점에 가까운 상품을 준비하여 한지를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총력전을 펼치기로 작정하였고 그 덕분에 한국주간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요녕성 학계와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한 주간 준비한 전시를 한 달이나 더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진행하는 성과도 얻었다. 또한 스타몰 매장과 세계농업박람회에 전시 요청도 받아 들여 수없이 밀려오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고, 요녕TV 경제뉴스에서 취재도 있었다. 그리고 요녕대에서 급작스런 한지사진가로서 특강을 요청받아 뜻 깊은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본래 있던 지숨의 자리가 조금 좁아 아쉽기도 했고, 또 건물주의 비워달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어, 두어 달 동안 서울과 중국을 바쁘게 다닌 와중에도 신사옥을 세워 가는 일에 마음을 다 쏟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매입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에 문화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위기감과 지숨이 갖고 있는 한옥마을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남모르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제 만 이 년을 맞이하는 한지포토 문화공간 지숨은 전주 한옥마을의 정신적인 중심에 서 있을 뿐 아니라 점차 볼거리는 사라져 가고 먹방거리로 변해버린 분위기 속에서도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문화적 주도권을 가지고 더 건강하고 전통적인 한옥마을을 지켜 내고 싶은 소소한 욕심을 가진 분이다.
 그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공한 비결을 묻는 세간의 질문에 관광객들이나 전주시민들 그리고 뜻있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그 사랑으로 아직 견디고 있다고 겸허해 하는 그는 성공한 경영자라기보다는 천상 목회자였다.

지숨이 창조경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
20여명의 지숨인들은 열정적으로 진군하는 황 대표와 같은 마음과 꿈을 품고 한 가족처럼 한지문화의 활성화와 한지의 글로벌화에 밤잠을 설치고 있었고 그 결실은 여실히 열매로 드러나고 있었다. 5명으로 시작하여 현재 20여명의 직원으로 이제는 매출이 10배 가까운 신장률을 가져왔으니 성공적인 기업일 뿐 아니라 한지산업을 주도해 갈 기업으로 이미 자리를 잡지 않았나 싶었다. 현재 갤러리와 디자인팀, 개발실팀, 온라인팀, 영업팀, 총무팀이 구성되어 있고 내년에 한지연구소와 한지공장 신설이 계획되어 있어 정부와 지자체 뿐 아니라 한지 제지산업 분야에서도 성공적인 지숨의 확장성에 관심을 쏟고 있는 편이다.
아마 지숨은 현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감히 진단해 봐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잊혀져가는 우리 종이 한지인 아날로그에 디지털 최첨단 사진 인화 기술의 절묘한 콜라보는 단순하게 전주 한옥마을을 살려 주는 기업으로의 가치를 떠나 열악한 한지제지 산업의 활로를 찾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며 지숨이 표방한 목표를 다시 한 번 또박또박 읽어 보았다.
“대한민국 한지문화사업의 활성화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한지의 보편적인 활용과 세계화를 향한 확장성을 위해 자체적 기술과 방안을 연구하고, 특별히 아날로그적인 한지에 최첨단 디지털 인쇄의 조합으로 포토사업을 중점적으로 구현하고 한지 소재를 극대화한 상품을 개발하여 한지문화부흥을 이끌어 함께 사는 세상에 아름다운 헌신과 공헌을 그 목표로 한다.”

훌쩍 전주로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그 전주 한옥마을에 지숨이 있고,  황용운이라는 사람이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