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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청 체벌 전면 금지
학생 체벌 반드시 필요한가
2010년 12월 01일 (수) 16:26:21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10월 5일 전국 처음으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공식 선포됐다. 김상곤 도 교육감은 이날 오전 9시 수원 청명고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 내 체벌 금지 ▲강제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두발.복장의 개성 존중 및 두발길이 규제 금지 ▲학생 동의 아래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소지의 부분적 허용 ▲특정 종교행사 참여 및 대체과목 없는 과목 수강 강요 금지 ▲인권교육 의무화 및 학생인권옹호관 설치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다수 학생인권조례 제정 동의
체벌금지, 강제적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 두발과 용의복장 자유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사실상 조례를 위반한다 해도 처벌할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김 교육감은 “구체적인 징계와 처벌조항을 넣지 않았다”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컨설팅 등을 통해 (개선 또는 준수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벌 대체방안에 대해서는 ‘그린 마일리지’와 ‘학생자치 활성화’, ‘학생자치법정’ 등과 같은 학생회 안에서의 대체방안 제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체벌 대체방안으로 적용 돼 왔던 학부모 소환이나 상담, 타임아웃제 등의 방법이 효과가 없다는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에서 학생인권존중을 실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교사들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상호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여러 가지 일탈행위가 나올 가능성은 훨씬 더 줄어든다”면서 “학생들과 교사와의 협의 속에서 잘못된 행위를 논의해 나가면 훨씬 민주시민으로서의 건강성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학생인권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학생인권조례가 상위법과 상충된다는 논란이 지속돼 왔다. 또한 일각에서는 교과부가 초중등 교육법 개정을 통해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사와 학부모 절대다수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교사 76%가 반대한다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다. 지난 10월 18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전국 교사 1천478명, 수도권 중고생 1천885명, 수도권 중고생 학부모 959명을 대상으로 ‘학생인권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교사의 88.7%와 학부모의 87.6%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했다. 학생들도 53%가 `매우 필요하다', 35.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학생 인권을 존중하면 교사의 권리와 노동환경이 나빠진다’ 우려에 대해서는 교사 82.6%와 학생 75.8%, 학부모 74.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교조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기존의 우려가 상당히 과장돼 있음을 알 수 있는 조사 결과”라며 “교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벌에 대해서도 교사 대다수가 ‘없어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고 답했고, ‘체벌이 필요하다’는 교사 비율은 7%에 그쳤다. 전교조는 “학교에서 체벌을 받았다는 응답률은 69.9%로 나타났지만, 체벌이 잘못을 고치는데 영향을 줬다고 대답한 학생은 39.1%에 그쳤다”면서 체벌이 기대만큼 교육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체벌한다’고 대답한 교사가 51.5%로 과반을 넘겨, 체벌이 없어져야 한다고 보면서도 현실에서는 불가피하다고 여기는 교사들이 여전히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0월 5일 전국 처음으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공식 선포됐다

체벌 금지 시행, 일부 교원단체 반발 여전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시행 첫날인 11월 1일부터 일부 교원단체가 정면으로 반발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대체로 체벌 금지 정책을 반겼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1월 1일 성명을 내고 “교육적 체벌을 한 교원에게 징계를 가할 경우 해당 교원의 소송을 지원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총은 “빼앗긴 교편에 교육자들은 통탄하고 있다”며 “교사의 역할은 교육과 훈육인데, 이제는 단순지식 전달자로 전락될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또 체벌을 금지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가리켜 “체벌 없앤 민주교육감으로 인기는 얻겠지만, 교실 붕괴와 학교질서 훼손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대법원 판례에 교육적 체벌의 근거가 있지만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교사들에게는 학생교육과 지도에 있어 ‘비교육적 체벌’과 구분되는 ‘교육적 벌’이 필요하다”며 “시·도별로 기준이 다른 경우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국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승호 서울시교육청 생활지도담당 장학관은 “ ‘교육’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체벌이 체벌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역시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곽노현 교육감은 “체벌을 옹호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며 “체벌 금지에 대해 ‘취지는 맞지만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것은 게으른 시기상조론”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정책에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박모씨는 “아이들을 다루기 위해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은 교사로서 사실상 자격이 없다고 본다”며 “당장은 힘들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니만큼 (교사들이)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총의 반발에도 시교육청은 이날 일선 학교에서 체벌 금지 방침이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평가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혼란이 있었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체벌 금지 조치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곽 교육감 “어떠한 어려움 있어도 체벌금지 뿌리내릴 것”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체벌은 그동안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였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뀌긴 힘들다”며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이제 시대정신”이라고 못 박았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교육 선진국에 출장을 갔다 귀국한 곽노현 교육감은 지난 11월 2일 오전 직원 월례 조회에서 “스톡홀름과 헬싱키에서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관계자들에게 체벌의 실태에 대해 물어봤는데 모두들 ‘체벌은 구경한 적도, 당해본 적도 없다’라고 반응해 머쓱해졌다”며 “이들은 대부분 40~50대였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일부는 ‘자신의 아버지 때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라며 “3~4번 정도 물어봤지만 대답이 한결같아 더 이상 물어볼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어 “서울지역 학교에서 체벌 전면 금지가 예상보다 잘 안착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걱정과 불안이 교차한다”며 내실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곽 교육감은 “체벌금지를 빌미로 학생들이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일이 속출해서도 안 되지만 교사들도 불평만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며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취지에 맞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체벌은 그동안 한국에서 하나의 ‘문화’였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바뀌긴 힘들다”며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이제 시대정신”이라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곽 교육감은 우리 교육계에 ‘경쟁 완화’와 ‘기다림’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곽 교육감은 “핀란드에선 어느 한 사람도 ‘경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 놀랐다”며 “마치 ‘경쟁’이라는 단어가 금기시 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정도였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입만 열면 경쟁, 경쟁하는데 그것이 참교육을 위한 것인지는 되돌아 봐야한다”라며 “스웨덴은 시장주의적 요소가 있었지만 그러한 경쟁도 아이들에 대한 추동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바 ‘엄친아’로 대표되는 비교나 경쟁은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며 “지금부터 경쟁을 대폭 완화하지 않으면 창의 교육이나 인성 교육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은 “핀란드 교육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unhurriedness(서두르지 않는, 느긋한)”라며 “아이들의 특성과 개성이 꽃피울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벌 금지 안착 위해 교육환경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시행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대체로 체벌 금지 정책을 반겼다
서울의 초·중·고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된 지 한달 째. 교사들은 여전히 문제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됐다는 점도 일선의 저항을 부르는 요인이다. 그러나 체벌이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할 병폐라는 점에는 대부분 교사들이 동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체벌 금지를 안착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교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환경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일부 교사들은 학생의 교육권과 문제행동의 교정을 위해서라도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체벌 금지 지침이 발표되자 “체벌·폭행과 구별되는 ‘교육적 벌’이 허용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학자들은 체벌에 대해 “편리한 제재 수단일 뿐 문제행동을 바로잡는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미 여러 교육학 연구를 통해 체벌은 학생의 문제행동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없음이 입증됐다”며 “체벌은 현상적으로 문제행동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게 할 순 있으나 교육·훈육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수도 “체벌은 교육적이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금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체벌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벌점제 역시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고 접근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김종화 영신여자실업고 교사는 “벌점제에는 교사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다른 학생을 고발할 경우 벌점을 깎아주는 등의 비교육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권교육센터 ‘들’의 배경내 상임활동가는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보이는 학생 중에는 주의력 집중치료가 필요한 학생도 있고 애정결핍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학생도 있다”며 “행동의 이면을 살피지 않고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은 또 다른 형태의 반인권적 학교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에 전문상담인력을 배치하고 개별 학교로 하여금 ‘성찰교실’ 등을 운영케 하는 등의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체벌 금지가 학교에 안착하려면 교육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의 학교 여건을 조성해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방식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민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 반에 15~20명의 학생들이 있을 때 교사의 체벌 금지가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다”며 “현행 30~40명인 학급당 인원 수를 축소하고, 학생상담 시간 등을 늘리기 위해 교사의 잡무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게 체벌보다 이들의 근본적 원인을 치유해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신종호 교수는 “보통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경우엔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체벌보다 교사가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방법은 물론, 문제가 되는 학생은 외부 전문가와 연계해서 사회적으로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예비교사를 길러내는 교육대와 사범대의 교육과정 역시 체벌 금지에 맞춰 개편하고, 학생 개인에게 책임을 엄격하게 묻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상담기관 등 안전망을 조성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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