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우리나라 예산 규모가 올해 예산규모인 16조8000억원보다 5.7% 늘어난 309조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본예산 기준으로 예산이 300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9월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11년 예산안’ 및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또한 내년 총수입을 올해 290조8000억원보다 8.2% 늘어난 314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는 5조원 흑자를 기록해 올해 예산인 2조원 적자보다 개선될 수 있다. 정부는 “국세수입이 연평균 9.1% 증가하고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4.8% 수준으로 관리될 것”이라며 “2013~2014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한 뒤 2014년경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예산 5조원의 적자재정 불가피
내년 예산이 처음으로 300조를 넘어서 적자 재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014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내년 예산 총액은 309조 6천억 원으로 올해보다 16조 8천억원, 5.7% 늘어난 규모다. 내년도 총수입은 314조 6천억원으로, 5조원의 적자 재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랏빚 규모도 436조 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정부는 국세수입이 연평균 9.1% 증가되고 재정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4.8% 수준으로 관리될 것이라며 2013,14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한 뒤 2014년에는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율도 해마다 줄어 2014년에는 올해보다 85조, 4.3%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5%대의 비교적 높은 성장을 계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성장률 전망이 4%대 중반을 웃도는데다 2012년 이후 시행하기로 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까지 고려하면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5%의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국세수입 증가율을 10.2%로 예상하고 총 수입 증가율을 8.2%로 잡았는데 매우 높은 수치”라며 “국가채무 목표도 7%대 세입 증가율과 4%대 지출 증가율에 근거했는데 어떻게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다소 낙관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고령화 등으로 앞으로 지출이 더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재정지출 증가율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수입은 과대 계상하고 지출은 과소 계상함으로써 2014년 균형재정 목표에 인위적으로 짜맞춘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주요 부처의 정보화 예산 3조원대 유지
2011년 정부 주요부처의 정보화 예산이 예년 수준인 3조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이 지난 9월 12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2011년도 정부 부처별 정보화사업계획 발표회’에 따르면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8개 주요 부처의 예산이 모두 합쳐 2조 44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지식경제부가 1조 410억원의 예산안을 수립해 액수가 가장 많았으며 행정안전부가 602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각 부처별 예산안을 살펴보면 먼저 지식경제부는 2011년 지식기반/현장중심의 과제 발굴, 국민과 기업 중심의 정보시스템 설계,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의 효율성 극대화, 세계 최고의 e-Biz 우정기업 실현을 정보화 추진목표로 1조 4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산업, 도서관, 문화예술, 문화유산, 관광, 정보화기반조성 등 23개 사업에 485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다. 국토해양부는 국토, 교통, 건설수자원, 해양, 물류항만, 항공, 공통행정 등 7개 부문에 총 1,090억의 정보화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 중 국토공간정보 통합기반 조성 및 인프라 구축 등 국토분야 7개 전략과제와 23개 이행과제 수행에 가장 많은 583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선진 교육과학기술정보화를 통한 인재대국, 과학강국’이라는 정보화 비전 달성을 위해 ‘ICT 기반의 창의적 인재 양성’, ‘선진 R&D 역량 강화’, ‘소통과 융합의 정보화’, ‘교육과학기술 정보화 인프라 조성’ 등 4대 영역, 21개 전략과제, 62개 추진과제를 설정하고 약  8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2011년에 정보통신 기반체계, 정보체계 개발 및 운영, 정보통신 운영지원 분야 등에 총 4,792억원의 정보화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국방부는 정보시스템의 융합·가상화·지능화 추진, 국방정보통신 인프라 개선, SW 중심의 개방·협력형 정보기술 연구개발 등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총 60개 사업에 약 6,021억원(전자정부지원사업 일부포함) 규모의 정보화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 중 전자정부지원 및 국가DB구축 등 정보화전략 분야 29개 사업에 569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서비스 분야, 보건의료 분야, 보건복지행정 분야 등 3대 분야에 약 652억원 규모의 정보화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 중 사회복지통합망 서비스 확대 및 고도화를 위해 가장 많은 183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환경부는 ‘기후변화 예측 감시 적응정보체계 고도화’, ‘유해환경 실시간 감시 관리 정보체계 고도화’, ‘맞춤형 환경정보서비스’를 정보화 추진방향으로 설정해 2011년 12개 주요 정보화 사업에 1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 구축, 자원순환정보시스템 구축, RFID기반 음식물쓰레기관리시스템 구축 사업 등이 추진된다. 한편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안)에 따르면 2010~2014년 정보화예산 지출 규모는 2009~2013년 계획 보다 약 5,000억원 증가한 15조 9천억원 수준으로 조정 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내용으로는 7대분야별 중기재정계획은 IT산업분야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전자정부는 새정부 출범 후 소폭 증가예정이며, 정보보안 분야는 연평균을 유지할 전망이다.

9개 부문의 주요 예산안
정부는 내년 9개 부문의 주요예산 중 연구·개발(R&D) 부문의 예산을 8.6%, 교육과 보건·복지·노동 부문을 각각 8.0%, 6.2%로 증액했다. 천안함 사태로 인한 대응전력 강화 차원에서 국방 예산도 5.8% 늘려 총지출 평균(5.7%)보다 높게 책정됐다. 반면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과도하게 늘어났던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은 3.2%가 줄어 주요 예산부문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내년부터 영·유아 보육비 지원대상이 현행 소득하위 50%에서 70%로 확대됨에 따라 총 1조9346억원이 투입된다. 맞벌이 가구에 대한 보육료 지원도 97억원에서 438억원으로 확대된다. 다문화가족 보육비 전액 지원 사업에는 580억원이 책정됐다. 영아돌봄서비스 지원대상을 확대, 올해 44억원에서 60억원으로 증액키로 했다. 야간 보육교사도 6000명(405억원)에서 1만명(536억원)으로 늘어난다. 장애인 자립 촉진을 위한 일자리를 1만300개로 늘리고 현행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가 내년 10월부터 장애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면 개편됨에 따라 1급 장애인 5만명을 대상으로 가사지원, 방문보호 서비스 등 776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또 기초수급자의 최저생계비가 5.6% 인상되며 기초수급자가 근로·사업소득 상승으로 수급자격을 벗어날 경우에도 의료·교육 급여를 2년간 지원키로 해 8100명이 74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또 노인 맞춤형 일자리를 20만개로 확대하는 데 1642억원이 투입된다. 내년도 SOC 예산은 24조3000억원으로 올해(25조1000억원)보다 8000억원이 줄며 12대 재원배분 분야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내수진작과 일자리 창출 등 경기회복을 위해 SOC 투자를 과도하게 증가한 만큼 이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탄소배출 및 환경훼손 문제가 큰 도로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를 줄이는 대신 저탄소 녹색성장에 부합하는 철도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고속도로 건설 투자를 1조1405억원에서 1조632억원으로 낮추는 대신 고속철도 건설 투자는 57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철도 투자 비중(도로 대 철도 비중 1.5:1→1.3:1)을 확대키로 했다. 도로와 함께 해운·항만 투자도 1조8617억원에서 1조6043억원으로 2500억원 넘게 줄었고, 항공·공항 분야는 664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는 지난해 3조2200억원보다 600억원이 증액된 3조28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여기에 수자원공사가 3조8000억원을 보태 내년에 총 7조800억원이 투입된다. 원안 추진이 확정된 세종시 건설에는 세종시-오송역 연결도로 건설비 736억원을 비롯해 1000억원이 증액된 8040억원이 투입된다. 올해 3.6% 증가에 그쳤던 국방 예산은 천안함 사태 여파로 방위력 증강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5.8% 늘어났다. 북한의 국지도발과 비대칭 전력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2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등 북한 위협대비 핵심전력 개선사업에 총 5조9426억원이 투입된다. 지난해보다 7000여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북방한계선(NLL) 등 접적지역에 대한 침투 및 국지도발에 대비한 긴급 보강소요를 중점 반영하고, 핵·미사일, 특수부대 등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비한 전력 확충에 집중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도발에 대한 조기경보 능력 강화를 위해 감시·정찰 투자도 확대된다. 또 장병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수리부속, 정비활동, 교육훈련에 2조6000억원, 노후한 병영생활관과 군관사 등 군 주거시설 개선(2012년까지 완료)에 1조원이 각각 투입되는 등 장병 사기진작과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재원도 확충했다. 또 수중폭파팀(UDT)·해난구조대(SSU) 등의 위험근무수당, 함정수당 등을 인상해 위험도에 상응하는 보상을 강화했다. 교육 부문에서는 전문계고 학생 교육비 전액지원 사업에 3159억원이 신규 투입되고, 저소득층 성적 우수 장학금과 전문대 우수학생 국가장학금 지원에도 각각 1000억원, 96억원이 배정됐다. R&D에서는 로봇과 바이오, 콘텐츠 등 첨단융합·지식기반 산업의 신성장동력화 지원에 2조2000억원,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 개발에 2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 7725억원,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및 보급 지원 확대에도 9771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정부는 쌀 수급 안정화를 위한 농지 매입 비축에 1500억원을 지원하고, 논에 다른 작목을 재배할 경우 1㏊당 300만원을 지급하는 타작물 재배전환 장려금 1200억원이 신규 도입된다. 이 밖에 대북 식량지원 40만t, 비료지원 30만t 등 인도적 지원과 남북경제협력 사업은 올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반영됐지만 남북관계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 키워드는 ‘친서민과 미래 역량 대비’
“친서민과 미래 역량 대비가 이번 예산의 키워드다. 재정건전성도 문제없다.” 내년 예산안을 조율한 김동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얘기다. 그러나 예산안을 살펴보면 친서민과 미래 대비, 재정건전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가 동일한 비중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친서민’ 화두가 부상하면서 미래 역량 제고나 재정건전성 등 나머지 목표는 다소 퇴색된 감이 없지 않다. 먼저 정부가 책정한 내년 복지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5조1000억원이 늘어난 86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총지출 대비 복지 분야 비중 역시 27.9%로 올해(27.7%)보다 높아졌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액이 커졌을 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지원 등 신규 제도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문계고 학생 교육비 전액 지원(3159억원), 다문화가정 보육비 지원(580억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이 새로 편성됐다.
그러나 문제는 늘어난 복지예산을 충당할 수 있는 재원 확보 여부다. 여기에 돈은 있더라도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에 위협이 된다면 실행이 쉽지 않다. 정부의 복지예산 확대에 따른 논란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대략 3가지다. 재정건전성에 상충하는가 하는 점을 포함해 다른 지출항목과의 형평성,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지원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정부 입장대로라면 큰 문제는 없다. 재정부에 따르면 5조원이 넘는 복지예산이 늘어나도 관리대상수지 적자폭이 올해 30조1000억원에서 내년 25조3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2.7%에서 -2.0%로 개선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6.1%에서 내년 35.2%로 호전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외경제 여건이나 수출시장 전망이 나빠져 잘해야 4% 초·중반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본다. 향후 금리 인상마저 본격화할 경우 국가채무가 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복지 요구를 수용한 것은 좋지만 정부가 향후 경제성장을 낙관해 재정건전성 전망은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복지예산 확충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타 분야에 대한 예산 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가능성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올해보다 3.2%(8000억원) 줄어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다. 신규 도로건설 투자가 예산내역에서 처음으로 빠진 것이 SOC 예산 감소에 기여했다. 여기에다 친서민을 강조한 나머지 포퓰리즘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한번 늘어난 예산은 줄이기 힘든 만큼 앞으로 재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와도 상통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의 경우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인 만큼 지원 대상 등을 놓고 장기 접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에 재정부 측은 “복지예산은 절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 증가율을 계속 높게 가져갈 수 없다”며 정책 결정에 포퓰리즘은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동현 예산실장은 “서민희망 예산은 선택과 집중에 따라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선별했고 ‘일을 통한 자립’ ‘취약계층 중심 지원’ ‘건전재정 측면에서의 수용 가능성’ 등 3대 원칙을 반영해 포퓰리즘과 차별화했다”고 강조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신경써야
정부가 지난 9월 28일 확정한 2011년도 예산안은 국정 핵심과제인 ‘공정 사회’와 친서민정책의 화두에 맞춰 취약계층인 서민생활 직결 분야에 재원 투입을 ‘올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축으로는 첨단융합산업이나 원전, 플랜트 등 차세대 수출산업, 4대강 살리기 등 이른바 ‘미래대비 예산’을 확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예산편성은 올해 5.8%, 내년에 5% 안팎으로 내다본 경제성장률 전망에 근거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견해와 함께 서민복지와 교육분야에 치중한 때문에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란 과제 달성을 힘겹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민경제살리기+미래성장기반확충+건전재정 실현’이란, 한꺼번에 3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정부 목표가 실현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서민희망’ 예산의 경우 생애 단계별로 보육, 아동안전, 교육, 주거·의료를, 취약계층별로는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다문화가족 등 모두 8대 분야에 걸쳐 예산투입을 집중키로 한 게 특징이다. 소요 예산은 32조1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3조원 늘렸다. 내년 예산 전체 증가액 16조8000억원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5조1000억원이 보건·복지·노동분야에 할애됐다. 교육분야 예산 증가액 3조원도 서민계층 교육비 지원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증가액의 절반가량이 친서민 생활지원에 쓰인다고 볼 수 있다. 류성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지원이라는 일부 지적과 관련, “일을 통한 자립 유도, 소득수준과 취약계층 지원을 고려했고 2014년까지의 예산안에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용가능성을 살폈기 때문에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분야 예산은 의무지출 비중이 높아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하방경직적’ 특성을 지녔다. 다른 분야의 지출감소 또는 세금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서민복지와 교육을 중시하다 보니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중장기 계획 아래 순차적으로 지출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신규 도입되는 제도가 5개나 되는데 사회·보건·복지 분야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인기보다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잠재력 확충에 더욱 신경쓰지 않으면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재정부 예산실장은 “세계경기 회복과 수출호조, 내수와 민간설비 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5% 이상 성장 전망 역시 극히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안, 문제는 재정건전성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친서민’과 ‘미래 대비’라는 양대 화두에 방점을 찍었다. 한번 주어진 혜택은 다시 거둬들이기 힘든 복지예산과 초기 투입비용이 큰 미래 성장산업 육성 예산은 당분간 증가세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억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세웠지만 내년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7.2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나라살림은 총수입이 314조6000억원이지만 총지출은 309조6000억원이다.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아 적자재정을 기록했던 지난 2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재정건전성에 무게 중심을 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내년 국가채무는 436조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5.2%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2001년 18.7%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0년 만에 35.2%로 급증한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 계획안’에서 재정지출 증가율을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2∼3% 포인트 낮추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황을 보여주는 GDP 대비 관리대상수지는 올해 -2.7%에서 내년에는 -2.0%로 올릴 계획이다. 2009∼2013년 중기계획상의 2011년 목표인 -2.3%보다 0.3% 포인트 높였다. 재정수입은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7.7%(290조8000억원→390조9000억원) 늘어나지만 재정지출은 같은 기간 연평균 4.8%(292조8000억원→353조원) 증가에 그친다. 재정지출이 재정수입보다 연평균 2.9% 포인트 낮게 증가하는 셈이다. 계획안대로 된다면 2001년 이후 만년 적자에서 13년 만에 흑자 전환한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올해 407조2000억원에서 2014년 492조2000억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는 오히려 36.1%에서 31.8%로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정부 계획에는 내년 5.0% 경제성장률 달성이란 가정이 숨어 있다. 정부는 국내외 경기회복 기조에 힘입어 내년 성장률 목표치에 무난히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전문가들은 세출 증가율은 너무 낮게, 경제성장률과 세입 증가율은 너무 높게 잡았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만 총지출 증가율이나 총수입 증가율에 대한 예상이 다소 낙관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앞서 KDI나 한국은행, IMF는 내년 성장률을 각각 4.4%, 4.5%, 4.5%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성장률의 급격한 둔화가 발생한다면 재정건전성 지표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를 염두에 둔 듯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도 “앞으로 상황 변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리에서 얘기하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여기에다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내년 1조2000억원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3조3000억원 이상을 지원키로 한 점도 우려된다. LH는 시작일 뿐 다른 공기업 부채까지 떠안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6년간 22개 공기업의 자산이 94%, 자본이 41.4% 각각 증가하는 사이 부채는 156.4% 늘어났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