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경기 침체와 불황의 늪이 이어지는 경제 한파로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어렵고 소외된 계층에 대한 도움의 손길과 아낌없는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예술인들의 봉사클럽 ‘서울한예라이온스클럽’의 회장이자 도예가인 소은 조규영이 발 벗고 나섰다. 조규영 회장은 “자신이 부를 누리는 행운에 겸손하게 감사할 줄 아는 성숙한 미덕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 조규영 회장은 도예가 소은 선생으로 유명하며, 전통도예의 혼을 잇는 명실상부한 대가이다.

신세영 기자 ssy@

앤드루 카네기부터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최고 갑부이면서 최고 기부왕인 이들은 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 왔다. 유럽에서도 고귀한 자들이 마땅히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귀족정신이 면면이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 또한 경주의 최부자 집은 예부터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원칙 아래 궁핍한 사람들을 도왔다고 한다. 이러한 정신을 이어 받은 서울한예라이온스클럽(회장 조규영)은 이웃 사랑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도예가로서 명성이 높은 조규영 회장은 ‘장애인 돕기 자선도예전’을 비롯해 ‘양로원 노인돕기 자선전’ 등을 자주 열어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애쓰는 진정한 마음의 부자이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만남
‘한예라이온스클럽’을 맡고 있는 조규영 회장은 도예가 소은 선생으로 유명하며, 전통도예의 혼을 잇는 명실상부한 대가이다. 도자기 제작과정에서 문양 하나하나를 도장 파듯이 작업하는 양각에 있어 소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리만큼 섬세하고 정교한 예술적 경지를 보이는 도예가로 정평이 나있다. 일일이 흙을 파내는 양각기법에서는 작업을 할 때 세심한 주의와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백자, 청자, 분청사기를 비롯해 응접세트는 물론 불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예작품에 뛰어난 양각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여기에 도자기에는 십장생, 산수화, 연화무늬, 용, 관음상 등 격조 높은 양각이 빛을 발하여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더욱이 조각이 섬세하고 정교할 뿐 아니라 자연적인 아름다운 문양에 작가의 세밀한 정성과 혼이 합께 깃들어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이에 관동대에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선학규 교수는 “투철한 장인정신이 빚어낸 숭고한 예술이다. 전통 예술을 스스럼없이 계승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그의 작품 세계가 엿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전문가들은 “소은이 도자기를 두껍게 빚어 깊게 파는 곳과 얇게 파야 하는 곳의 다양한 제작기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표현해 입체감을 한껏 살린다”고 평했다. 이와 함께 “전통적 기법에 충실하고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창조적인 작품을 통해 현대인의 미적 감각을 충분히 만족시킨다”는 평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소은 조규영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듯이, 옛것만을 고집하거나 새것을 가볍다해 배척하는 자세는 예술가의 기본자세가 아니다”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멋과 분위기를 작품에 담고 싶다”고 밝혔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진정한 도예가
소은 조규영이 도예 문양의 화두로 삼은 것은 ‘자연’이다. 자연의 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소은은 예술의 본류에 자연의 뿌리를 내렸다. 이에 소은은 자연을 가까이 하기 위해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어김없이 산에 올라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굳이 험한 산행을 혼자 가는 이유가 있다. 여럿이 함께 등반하면 잡념이 생기고 자연과의 대화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혼자 산에 오르는 것이다. 그는 “혼자만의 산행은 인생의 좌표와 의의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을 주며, 산행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자연 앞에서 한낱 나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기에 자연을 배우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도예이기에 자연을 배우고 의지하지 않을 없다는 소은의 생각은 작품세계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아름다운 자연을 도자기에 그대로 옮기고 싶은 욕망이 작품에 표현된 것. 소은은 “진정한 도예가는 자연의 섭리를 제일 먼저 따르고,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자연의 일부를 재료로 도자기를 만들면서 자연에 역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소은은 작품을 기껏해야 한 달에 서너점 정도 밖에 만들지 않는다. 부유한 일본 마니아들로 인해 다작의 유혹도 받아왔지만 가차 없이 뿌리쳤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벗과 같은 흙을 돈벌이에 이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로 대작 위주의 작품을 만들어 온 소은은 향후 도자기의 크기가 4M정도 되는 커다란 대작 제작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단순한 도예가로 남기 보다는 도공의 혼이 살아 숨쉬는 도자기를 남기고 싶다”는 바람을 소은은 전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천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극소수에게만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의미를 확대시켜보면 ‘오블리주’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남들에게 현실적 도움을 줌으로써 누구나 실천할 수 있다. 잘 하는 분야에서만큼은 모두가 ‘노블레스’이기 때문이다. 소은 조규영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며 “각 개인이나 기업이 적절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행동에 옮기면 그게 바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전했다. 유명 화가가 길거리의 시민들에게 무료로 초상화를 그려주고, 호텔 주방장이 노숙자들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를 마련해 주는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인 것이다. 그는 “과거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봉사의 유형을 보면 물질적 지원이 많았으며, 그것이 봉사의 전부인양 우쭐대는 이들로 인해 봉사의 참된 의미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적인 부자보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기쁘게 자기 것을 나눌 줄 안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은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한예클럽 회원들은 참다운 봉사정신을 가지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한예라이온스클럽,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
서울한예라이온스클럽(이하 한예클럽)은 국제라이온스협회 354-C지구 소속으로 회화, 도예, 공예, 가수, 탤런트 등 각 예능분야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이다. 한예클럽 조규영 회장은 “회장의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안정과 사랑이 넘치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대한민국 모든 예술인들에게 보다 많은 의욕을 갖고 클럽에 참여할 수 있게 열성적으로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각 클럽과 지구는 고아원과 양로원, 신체장애자들 위한 복지관을 세우고 있으며, 대다수의 클럽은 정규적으로 빈민을 위한 식량 공급도 진행한다. 시민봉사로는 경로사업의 일환으로 효부 및 효자에 대한 표창을 하거나 경로당을 짓고, 노인들의 여가 선용을 위한 기구를 지원하고 있다. 조 회장은 부친이 6.25때 작고해 편모슬하에서 어렵게 자랐던 유년시절이 있었기에 그 누구보아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잘 헤아린다. 그는 “물질적인 봉사가 아닌 음으로 실천하는 봉사,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봉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예클럽은 2009년 상반기 중으로 회원들의 작품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소은 조규영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실천을 통해 믿음과 희망을 주는 따뜻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도예는 인내와 여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는 말로 끝맺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