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시원한 액션과 큰 웃음을 선사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제작진과 각본을 맡았던 천성일 감독이 <서부전선>으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재치 넘치는 에피소드와 촌철살인의 대사로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호평 받는 천성일 감독은 <서부전선>에서 직접 메가폰을 잡아 기존의 전쟁 영화와 차별화된 두 쫄 병의 이야기를 그려 반전 묘미를 선사한다.

▲ 서부전선-메인포스터

신세영 기자 ssy@

영화 <서부전선>이 지난 15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후 뜨거운 반응을 모으며 추석 최고의 기대작임을 입증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연출을 맡은 천성일 감독과 설경구, 여진구가 참석해 <서부전선>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과 연출 계기 등의 대화를 나누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천성일 감독은 “전쟁은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가장 잔인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코미디라 생각했다. 전쟁의 양면을 모두 담고 싶었다. 특히 시대와 상관없이 집으로 가는 것이 목표인 평범한 사람과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서부전선>은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두 사람이 쫄병이 되어 서부전선이라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만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무사귀환’이라는 코드에 담아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전한다. 9월 24일 개봉.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으로 무장
영화 <서부전선>은 단순히 전쟁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두 쫄병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위험천만한 대결의 재미와 감동을 함께 담아낸다. 특히,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무사귀환’이라는 코드에 담아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무장했다. 설경구는 “남복은 가진 것도 없고, 권력도 없지만 정 많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시나리오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출연하게 되었다. 좋은 대사들이 많이 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여진구는 “한 장면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로, 극중 전차장 역의 김원해는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형제애, 가족애, 따뜻함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서부전선>은 갓 태어난 아이의 이름도 짓지 못하고 자식과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복’(설경구)과 어머니를 홀로 두고 전쟁에 나서게 된 ‘영광’(여진구)의 사연은 천성일 감독 특유의 해학과 촌철살인 대사, 인간적인 감성을 전하며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의 배경이 가장 치열했던 서부전선인 만큼 제작진은 전투 장면을 롱테이크로 촬영해 현실감을 강조했다. 그 결과 디테일한 전투 장면과 무스탕기의 폭격, 각종 폭발 장면 등 실제를 방불케 하는 영상을 선보이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탱크의 실제 모델은 6.25 당시에 인민군이 소련군에게 지원받아 사용했던 T-3485 기종이다. <서부전선>의 제작진은 관객에게 사실감을 전달하기 위해 실제 모델과 거의 비슷하게 탱크를 제작했다. 그 결과 3개월의 설계 기간과 2개월의 제작 기간에 걸쳐 폭 3m, 높이 2.5m, 포신 길이 7m, 무게 25톤에 달하는 탱크가 완성됐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탱크는 운반 또한 쉽지 않아 저상 트레일러와 25톤 트럭을 이용하여 운반해야 했다.

#. 대한민국 최고의 이야기꾼 천성일 감독

▲ 설경구, 천성일, 여진구

400만 관객을 동원한 첩보 코미디 <7급 공무원>의 각본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은 천성일 감독은 사극을 기반으로 한 TV드라마 <추노>를 통해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2010년 제3회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작가상과 제46회 백상예술대상 TV극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866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대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각본을 통해 뛰어난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필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각본뿐만 아니라 제작, 기획을 함께 맡아 온 천성일 감독은 이번 <서부전선>에서 직접 메가폰을 잡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와 해학이 들어있는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에 스토리와 캐릭터를 숨쉬게 하는 탁월한 연출 감각을 선보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Q. 시나리오 준비부터 7년 정도 걸렸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탱크가 무대였는지, 그리고 탱크 촬영 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 초고 나왔을 때가 7~8년 됐고, 최종본이 8번째 버전이었던 것 같다. 결말 외에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탱크는 처음부터 있었고, 가장 힘들었던 점은 탱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제일 힘들었다. 속도나 무게감 등이 나오지 않아서 고생을 좀 많이 했던 것 같다.

Q. 특별히 휴전 직전의 시기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 많은 전쟁 중 하필 그 3년, 또 그 기간 중 마지막 3일을 선택한 이유는 설경구씨가 방금 얘기한 부분과 비슷하다. 1953년 휴전협정이 10시에 발효가 됐고, 12분 동안 진행이 됐다고 들었다. 중요한 점은 휴전 협정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휴전 협정이 발효가 됐으나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끝까지 비밀로 유지했다는 점. 그 점 때문에 딱 그 시기를 선택했다.

Q. 남복이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하는데, 선택한 이유가 있나?
- 가장 편하게 선택한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 하다가 제가 고향이 충청도 쪽이다 보니까 대사쓰기가 쉬웠던 것 같다.

Q. 결말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 전쟁에는 외부세력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중공군이 될 수도 있고, 미국의 공군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도 여러 가지로 구상을 했었다. 연합군이 들어왔고, 북한과 중국 인민 지원군이 들어왔지만 결국 이 전쟁은 우리들만의 전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전쟁 중, 시대와 상관없이 집으로 가는 것이 목표인 평범한 사람과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Q. 비문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스토리인데, 북한 병사는 왜 비문을 내놓지 않았나?
- 남복의 대사 중에 “결국 욕심 때문에 전쟁이 나는 게 아니냐”가 있다. 남복은 비문을 가지고, 영광은 탱크를 가지고 서로 자기의 희망만 갖고 떠나면 됐지만, 타인의 희망까지 가져가려고 하는 욕심을 부린 거다.

Q. 3일 동안 치열하게 싸웠던 곳이 바로 서부전선이다. 제목으로 한 이유가 있는가.
- 동부전선 같은 경우는 국군들이 많았기 때문에 휴전 이후에도 굉장히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서부전선에는 상대적으로 국군보다 유엔군이 있었기에 전쟁이 좀 덜 치열했었다. 서부전선이 배경이 된 이유는 사실 탱크가 가장 크다. 탱크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그나마 평야지역이었던 서부전선밖에 없었다. 그래서 배경으로 선택했고, 제목이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 대체 불가 대한민국 대표 배우, 설경구
평단, 관객 모두가 인정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배우. 2000년 <박하사탕>으로 그 해 신인배우상은 물론 제21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2002년 출연한 <오아시스>로 제29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역대 한국 영화 최고의 캐릭터 1위로 꼽힌 ‘강철중’을 탄생시킨 영화 <공공의 적>으로 제39회 대종상 영화제와 제23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은 물론 제3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대상까지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첫 번째 천만 영화 <실미도>를 비롯해 <해운대>, <감시자들>, <스파이>와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소원>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대체 불가능한 그만의 연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자 전쟁의 운명을 거머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애쓰는 ‘남복’ 역을 맡았다,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은 물론 진심을 담은 놀라운 열연을 통해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Q. 전작에서 북한 말을 많이 했다. 여진구의 북한말은 경험자로서 보기엔 어땠고, 점수를 매기자면 몇 점정도 되는지?
- 훌륭했다. <나의 독재자> 때 북한 말을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진구는 충분히 훌륭하게 잘했던 것 같다.

Q. 대사의 울림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라고 들었다. 시나리오 봤을 때나, 촬영 하면서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있다면?
- 좋은 대사가 많다. 특히 좋아하는 대사는 “살아야 살거 아니여”라는 대사다. 또 어떤 의미로 와 닿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언제는 알고 했냐” 하는 부분도 와 닿았다.

Q. 이 전에 많은 여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여진구는 케미 부분에서 몇 순위 정도인가?
- 현장에서 ‘여배우, 여배우’ 라고 불렀다. 사실 현장에서 실제 여배우는 옥분이와 제 부인으로 나오는 분 두 분이었는데, 메인 여배우가 없어서 여진구에게 ‘여배우, 여배우’라고 했다. 그래서 저에게는 (여진구씨가) 최고의 여배우다.

Q. <박하사탕>, <실미도>에 이어서 이번 <서부전선>은 3번째 군인 역할이다. 군인 역할에 특별히 애착이 있는 건지, 또 전작들과 비교해 어떤 점을 중시하면서 연기를 했는지?
- <실미도>는 군인이라기 보다는 최고의 정예부대의 북파 공작원 역이었고, 차별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박하사탕>은 가해자지만 어쩌면 피해자일 수도 있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뤘다. <박하사탕>의 주인공이 부대에서 침투 됐을 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한 인생이라면, <서부전선>의 장남복은 가난하지만 소박한 사람이다. <서부전선>은 돼지 팔아 소 만들고, 소 만들어서 땅 사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실상 자신에게는 아주 크게 느껴지는 꿈을 갖고 있는 인물이 전쟁에 던져졌을 때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장남복을 그릴 때 국가관이나 투철한 무언가가 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고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꿈을 지닌 인물로 그렸던 것 같다.

#. 여심을 자극하는 충무로 기대주, 여진구

▲ 설경구, 여진구

<새드 무비>로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데뷔,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역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보고 싶다>, <해를 품은 달>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심을 사로잡으며 탄탄한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인정받은 차세대 스타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3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범죄자들에게 길러진 소년 ‘화이’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제34회 청룡영화상 신인 남우상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에서 어린 학생이지만 어머니를 홀로 두고 전쟁에 나서게 된 탱크부대 소년병 ‘영광’으로 분해 이전의 작품들에선 볼 수 없었던 또 다른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Q. 북한군 쫄병 역을 맡으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 북한사투리는 선생님에게 배웠다. 또 현장에서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맞추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다.

Q. 이번 역할에서 욕이 참 많이 나오는데 입에 잘 붙었는지?
- 욕은 촬영하기 전부터 욕심이 났던 부분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맛깔나게 욕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다양하게 욕을 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를 공부했는데, 내 입에도 그렇고 많은 분들에게도 익숙할 만한 욕에는 ‘간나’와 같은 것들이 많이 들어가기에 그런 욕 위주로 하다 보니 입에도 잘 붙었다. 또 상대가 설경구 선배님이다 보니 많이 걱정도 됐었는데, 영화 보셔서 아시겠지만 먼저 저에게 욕을 하셔서 정당방위라고 생각이 된다. 그래서 힘든 점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Q. <내 심장을 쏴라>에서 금연초를 사용해 연기를 했다고 들었다, <서부전선>에서는 어땠나?
- 이번에도 당연히 금연초를 사용했다. 담배 피우는 모습이 길게 나오지 않아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Q. 탱크를 책으로만 배웠다고 했는데, 직접 운전한 소감은?
- 사실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다. 남자들은 이런 데에 로망이 많이 있지 않나. (영화 속 탱크는) 실제 탱크가 아니라 제작한 탱크여서 직접 운전을 해봤는데, 재미있었다. 그래서 계속 하고 싶었는데, 현장의 스태프들이 저 못지않게 다들 탱크를 좋아하셔서 모든 신에서 운전을 하진 못했다.

Q.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못해서 군인 연기가 생소할 수 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 그나마 편했던 건 북한군이라는 점이었다. 사투리 같은 것에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긴장하고, 각 잡힌 느낌을 내고 싶어서 사투리로 많이 표현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