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유아인 주연의 영화 <사도>가 암살 베테랑에 이어 ‘천만 관객’을 꿈꾼다. 영화 <사도>가 개봉 7일째인 9월22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담아낸 영화다.

장정미 기자 haiyap@

압도적인 몰입감과 뜨거운 울림으로 역대급 정통사극의 탄생을 알린 영화 <사도>의 200만 돌파 속도는 올해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한 <국제시장>과 2012년 추석 시즌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흥행 질주를 시작한 영화 <사도>의 흥행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애드리브 철저히 거부한 ‘영조’의 내면 연기 펼쳐
영화 <사도>는 조선의 21대왕 영조가 세자 사도에게 내린 시호(왕이나 사대부들이 죽은 뒤에 그들의 공덕을 칭송해 붙인 이름)다. 사도의 이야기는 이미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그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평가는 아직도 분분하다. 어떤 이는 시대가 낳은 광인(狂人)으로, 또 어떤 이는 붕당정치의 희생자라 평한다. 사도의 아버지 영조 또한 순탄치 않은 삶을 산 인물이다. 그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52년이라는 가장 긴 재위기간을 가진 성군으로 불리지만, 평생을 형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혹과 천민 신분의 후궁 소생이라는 출신 때문에 정통성 논란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아들 사도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다.

▲ 배우 송강호

배우 송강호는 “내게도 신선함이 없는 이야기였는데,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찍기로 결정했다. 이 이야기를 이토록 정공법으로 표현할 수가 있구나, 놀라웠다”면서 “정치공학적으로만 풀었거나 퓨전 사극이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주로서 아비와 세자로서 아들, 이 부자의 이야기에 집중한 느낌이 좋았다. 거두절미하고 딱 8일 간. 강렬했다”고 말한다. 가상의 인물보다 실존했던 인물을 연기하는 게 더욱 힘들 수 있다. 사도세자의 경우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보편적인 인물인데다, 기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에 표현하기에 더욱 까다롭다. 송강호는 영조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때문에 송강호는 영조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날것’을 전하려 했다.

작품 속 대사들은 그의 평소 모습이 비춰지는 듯 했으나, 송강호는 ‘애드리브’를 철저하게 거부했다. 송강호는 “왕으로서 이야기를 할 때도 아비의 모습, 아비로서 이야기를 할 때도 왕의 모습이 보여야만 그게 영조다. 모든 장면에서 영조가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내면이 보여야했다”면서 “인원왕후(김해숙)와 갈등이 있는 장면에서 영조는 선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건 동시에 영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왕이 되어 그 권력을 가질 때까지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버텨왔고 또 콤플렉스에 시달려왔는지 보이는 것이다. 사도와의 대화에서도 똑같다. 왕과 아비가 언제나 동시에 있다”고 덧붙였다.

명불허전 충무로의 톱배우로 꼽히는 흥행보증수표
1991년 연극 <동승>으로 데뷔한 송강호는 올해로 데뷔 24년 차를 맞는 중견 배우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감독 홍상수)로 충무로에 입성한 그는 1997년 <초록물고기>(감독 이창동), <넘버3>(감독 송능한)로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후, <쉬리>(감독 강제규), <반칙왕>(감독 김지운),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감독 박찬욱)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춘 <살인의 추억>으로 명불허전 충무로 톱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충무로 흥행보증수표가 된 송강호는 이름값에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일취월장해지는 연기력은 ‘믿고 보는 배우’,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수식어 역시 쏟아지게 만들었다. <친절한 금자씨>, <괴물>, <우아한 세계>,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 <의형제>, <설국열차>, <관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그의 필모그래피는 <변호인>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송강호는 “나는 배우로서도 벅찬 사람이다”면서 “관객들이 배우 송강호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 시선과 기대에 조금이나마 부응하는 것이 유일하고 궁극적인 목표다”고 강조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