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여전히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노동계 내부에서도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노동조합 운동의 싹이 움트고 있다. 대기업노동조합이지만 투쟁적이거나 권위적인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때로는 임금협상을 회사에 전격 위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어용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다. 대립관계에 놓이기 쉬운 노사문화를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또한 매각싸움에 있어서도 여느 노동조합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며 투기자본 매각을 막아내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우건설.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김욱동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 대우건설 노조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난 2008년 태안앞바다 기름 유출 피해에 기름 걷어내기 봉사활동을 펼쳤으며 2009년, 2010년 서울지역 공부방에 쌀을 보내고 있다.

1등 대우건설, 2번 매각
대우건설은 1974년 창업 이래 지금까지 각종 랜드마크를 연달아 건설하며 국내 최대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늘 한발 앞선 노력과 기술로 지난 2000년 건설부문 최우수 기업연구소 대통령표창, 살기좋은 아파트 선발대회 역대 최다(4회) 대상 수상, 2001년 지식 경영대상 비제조업 분야 최우수상, 2003년 디지털 경영대상 건설부문 대상까지 업계 최고의 수준을 인정받았다. 조합원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007년 과반수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김욱동 위원장이 지난해 선거에서 다시 조합원들의 재신임으로 4대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김욱동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경제적 이익을 따지는 데에만 급급하지 않고 정치, 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넓은 시야와 안목으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때야말로 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국내에서는 51개월이라는 최단기간 원전 건설기록과 원전이용률 세계 1위를 달성한 월성원자력발전소 3호기 건설을 발판으로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건설공사 등 대형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시공, 인천 LNG 생산기지, 교보 서초사옥 등 토목, 건축, 주택, 플랜트 등 건설 전 분야에 걸쳐 수많은 실적과 노하우로 그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세계 최장의 거가대교, 세계 최대 시화호 수력발전소,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누리마루 등도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특히 거가대교는 국내 최초로 시도된 해저침매터널로, 대우건설은 이 터널을 통해 첨단 시공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세계 건설시장 진출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런 대우건설이 10년동안 워크아웃, 매각, 재매각 되는 회사였다면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대우건설노동조합은 대우그룹의 부도로 인해 대우건설의 생존자체가 불투명하던 2000년 탄생하였다. 초창기 노동조합을 탄생시킬 때 관리직 특성상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노동조합과 다른 투쟁 보다는 정책과 대안을 고민하는 노동조합이 되고자 노력하였으며 차근차근 내부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쌓게 되었다. 대우건설노동조합은 2006년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으로 매각될 당시 정부에 “고가매각 반대, 기업가치존중”을 내걸어  그 당시 노동조합들이 고용보장만을 주장하던 매각 투쟁에서 한차원 높은 투쟁을 전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으로 매각된 후에는 “임금인상, 고용보장” 등의 경제적요구가 아닌 “대우건설 기업가치 유지” 및 “기업문화 존중” 을 내걸고 금호그룹을 압박하였다.
2009년 금호그룹이 유동성위기로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하고 대우건설을 국적도 실체도 불분명한 투기자본에 매각하려 할 때도 투기자본의 문제점에 대한 발빠른 대응과 사회적여론을 십분 활용한 투쟁으로 금호그룹의 매각성사를 실패시켰으며 그 결과 노동조합의 애초 요구대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욱동 위원장은 기존 노동조합과 확연히 다른 투쟁방식과 내용으로 매각싸움을 주도하여 민주노조운동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새로운 노동조합 운동

▲ 대우건설 노동조합 김욱동 위원장은 “앞으로 대우노조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희망을 주는 노동조합의 전형을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그 역사가 12년밖에 되지 않지만 매각싸움을 2번이나 하였으니 여느 대형사업장들이 겪어온 일들과 충분히 비견될만 하다. 김욱동 위원장은 “직원들이 회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 그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매각싸움이 단순히 고용보장에만 매달리며 재무구조와 인수방식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싸움을 진행하면서 고용보장을 단 한번도 요구사항으로 내걸지 않았다. 그렇지만, 금호그룹으로 매각된 이후에도 산업은행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이 없었으며 고용불안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다. 김욱동 위원장은 “고용보장은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기업가치가 유지된다면 저절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쌍용차의 경우 상하이차가 고용보장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먹튀를 하고나니 잔인한 구조조정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당시 매각을 진행했던 정부관계자는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으며 오로지 노동자에게 만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저는, 노동조합이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크게 보려고 노력하여야 하며 그런 노력이 조합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합니다” 지난 7월 처음 타임오프제의 도입으로 많은 기업들이 노사분쟁이 심각해지는 상황이었으며  대우건설 노조 또한 사측과 합의를 하지 못하였다. 결국 노동조합 전임자 5명이 7월 임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 상황에서 대우건설 노조는 전체조합원 투표를 통해 3개월간 임금을 조합비로 지급할 것을 결정하였다. 결국, 원칙을 지키려는 노동조합과 회사의 입장 속에서 8월 노동조합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 전체 투표를 통해 타임오프제도의 시행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라는 조합원의 공감대를 끌어내었다”며 그 원동력으로 “회사와 원칙을 지키는 타임오프제도에 합의할 수 있었다” 고 소감을 밝혔다.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간부들 중심으로만 타임오프에 대한 대응을 해왔다. 그러나 대우노조는 전체 조합원 투표를 거치는 등 조합원에게 알리고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조합원과 함께 하고자 노력하며 헌신과 희생으로 조합원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아주, 단순하고 쉬운 이야기 이지만 김위원장은 힘주어 이야기 한다. 한편 대우건설 노조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난 2008년 태안앞바다 기름 유출 피해에 기름 걷어내기 봉사활동을 펼쳤으며 2009년, 2010년 서울지역 공부방에 쌀을 보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소외된 이웃, 이주노동자, 비정규직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후원은 대기업노동조합의 당연한 책무이어야 합니다” 이어 그는 “대우건설 노조는 헌신과 희생으로 대우건설 전체 직원의 에너지를 결집시고 그 힘을 모아 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대우노조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희망을 주는 노동조합의 전형을 만들어 내겠다” 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