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기에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오늘날 외래문물의 유입으로 우리의 전통문화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 조상의 빛나는 얼과 지혜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

황태일 기자 hti@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고이 간직하면서 후손들에게 전수하는 일 만큼 나라를 빛내는 일이 또 있을까? 김동식 장인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김동식 장인은 국내 최초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인 선자장 보유자로 지정되는 쾌거를 거두었다. 김동식 장인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국내 첫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보유자

▲ 김동식 장인

김동식 장인은 왕실에 진상하던 ‘50살 백첩선’을 비롯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그만인 ‘윤선’, 한지의 칠에 따라 달라지는 황칠선과 옻칠선, 한지와 부채만의 아름다움을 보이기 위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백선, 일본인이 좋아하는 작은 부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며 합죽선의 역사를 새로이 쓰고 있는 인물이다. 합죽선이란 부채살에 한지를 붙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도록 만든 부채다. 얇게 깎은 대나무 껍질 2개를 붙여 살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바른 부채로 고려시대부터 한국의 대표 공예품이었던 합죽선은 신분의 차이에 따라 부채의 장식을 달리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물건을 떠나 멋과 예술을 담은 특별한 예술품이었다.

김동식 장인은 “부채는 본시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쫓는 데 쓰지만, 합죽선에는 산수화·사군자 등을 그려 넣어 미술적 또는 골동품적 가치를 지닌다”면서 “부채 하나를 만드는 데 100여 개의 과정을 거쳐야 할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죽선은 현재 세계를 통틀어 전주밖에 없다. 하지만 그동안 선자장 종목은 도 차원의 문화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지난 7월 문화재청이 중요무형문화재 제128호로 지정한 데 이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0호 선자장 보유자인 김동식 장인이 첫 번째 보유자가 된 것이다. 김동식 장인은 특히 최고급 멋을 내기 위해 부채 머리 부분의 곡선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그가 만든 부채의 머리 부분은 만지면 부드러우면서도 선이 곱고 전체적으로 은은한 멋을 풍겨 많은 이들에게 최고의 부채로 손꼽히고 있다. 김동식 장인은 “내가 그만두면 그 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에 더욱 사명감을 갖고 있다. 자체로도 얼마나 아름답고 실용적, 영구적인가. 종이가 뜯어질 시 다시 붙이면 되고 살은 물만 안 들어가면 계속 쓸 수 있다”면서 “완성하면 뿌듯하고 받은 분들이 기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언젠가 내 합죽선이 국가기관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전해졌을 때 그렇게 좋아했다고 들었다. 잘만 활용한다면 국가 이미지를 올리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는 만큼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합죽선의 맥 보존 위해 다양한 노력 기울일 것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다들 먹고 살기 힘들 때라 기술이 있으면 굶어죽진 않을 거란 아버지의 권유로 외가에서 부채 일을 시작했던 김동식 장인. 그의 외가는 140년 동안 부채를 만들어왔는데 고종황제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명인이었던 외조부 라학천 선생과 외삼촌 라이선·라태순·라태용 선생으로 그 맥이 이어졌다. 4대째인 김동식 장인이 외가에 들어간 초기에는 허드렛일만 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어깨너머로 따라 하기 시작한 그의 솜씨를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합죽선을 만들기 시작했고, 8년 후 독립해 선조들의 가르침과 오랜 시간 홀로 터득한 기술을 더하여 조화롭고 작품성이 풍부한 부채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재 김동식 장인은  대추나무, 우족, 민어부레로 만든 풀(어교) 등을 재료로 쓰며 담양, 구례, 순천에서 나는 대나무와 전주한지를 사용한다.  부채 겉대와 살에는 매화문과 박쥐문이 정교하게 들어가 있는데, 겉대의 마디는 물결, 한옥 용마루를 표현한 것이다. 겉대 옆면에도 대나무살을 잘라 붙이시고 손에 잡히는 그립감, 펼치는 느낌 자체도 일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김동식 장인도 국내 유일의 선자장으로 인정받기까지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까다로운 조건의 서류를 작성하는 데만 1년 8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5명의 서류 절차 합격자 중 1차 시험에 유일하게 합격했다.

부채 하나를 만드는데 4일의 시간이 걸렸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자장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앞으로 합죽선의 맥이 끊이지 않고 영원히 보존되도록 하기 위해 김동식 장인은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예인들이 존재해야 그것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예인들에게 전시 발표 및 시연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주고 부채를 소모할 수 있도록 도와야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많은 이들이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외국 귀빈들에게 합죽선을 선물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상품을 알리는 데도 큰 몫을 하고, 명절 등의 뜻깊은 날 선물을 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전통공예품을 제작하는 예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중요무형문화재에 선자장 첫 보유자로서 앞으로도 긍지를 가지고 후계자 계승과 합죽선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