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는 인물화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오늘날과 같이 사진에 의한 초상이 일반화되기 전까지는 초상조각과 함께 사람의 얼굴이나 모습을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많이 그려졌다.

황태일 기자 hti@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초상화 세계는 르네상스 이후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한국 화단에서 초상화가로 오동희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오동희 화백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사람의 얼굴에 담긴 깊이를 탐구하다

▲ 오동희 화백

지난 44년간 인물 초상화를 그려온 오동희 화백은 극사실주의에 충실한 기본기와 자신만의 주관적 개성을 접목한 작품세계로 인정을 받은 작가다. 그의 작업실에는 박근혜 대통령, 반기문 UN총장, 이병철 삼성 창업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법정스님,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얼굴이 가득하다. 특히 교황 바오로6세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마더 테레사 그리고 교황 프란치스코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신자들에게 친숙한 인물들이 많다. 지난 2012년에는 (재)바보의 나눔에 故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를 전달하기도 했다. 바보의 나눔에 전달한 작품은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는 서울대교구의 승인을 받아 선종 당시 사용된 영정사진을 그린 초상화 1점과 자신의 작품전에 전시했던 생전 추기경의 따뜻한 모습을 그린 초상화 2점등 총 3점이다.

근간에는 천주교 수원교구 어농성지에 7명의 순교자들의 초상화가 복원되어 전시되어 있다. 표준 영정으로 사용되면 영원히 교구에 남을 것이다. 오동희 화백은 “어떤 장소에서든 강렬하게 와 닿는 순간이나 모습을 보면 그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며 “사람의 얼굴에 담긴 깊이를 탐구하는 것은 초상화를 그리는데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대한민국 최고의 초상화 화가로 인정받는 오 화백은 늦은 나이에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주말이면 빼놓지 않고 작품을 보러 미술관을 다녔던 그는 그 수많은 명화 중에 유독 인물화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그때 느꼈던 감동을 잊지 못한 그는 지금까지 오직 한 길, 초상화만을 그리고 있다. 오동희 화백의 초기 작품은 전통 초상화가 주를 이룬다. 40여 년 전에는 옛 사진을 복원 작업하는 정도의 ‘단순 초상화’가 주를 이루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작업 형태도 바뀌고 있다.

▲ 작품-프란치스코 교황

초창기 그가 선보였던 세필을 사용한 섬세한 작업은 기본기를 다지기에 충분한 과정이었고, 이후 선보인 좀 더 두꺼운 캔버스에 유화를 이용한 인물화는 오 화백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줬다.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더 완성도 있는 인물화를 위해 신체의 골격과 근육에 대한 공부도 마다하지 않았고, 누드 크로키와 누드화를 그리면서 사람의 선(線)을 익혔다. 이후 오 화백은 樂天 南九萬 조선시대 문인의 초상, 天台宗 總本山 상월 대조사님 영정 500호 등 단순히 인물의 대상만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정신을 옮겨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에는 대상을 바라보는 오 화백의 날카로운 시선과 예민한 감각들이 인물의 개성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인물화의 주된 요소인 신체의 비례, 얼굴 표정, 자세뿐 아니라 대상의 성격과 향기까지 담아내고 있는 그의 작품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터치로 이미지화하여 감상자들의 시선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독자적 표현기법 연구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 완성
현재 캐나다에서 소장하고 있는 영국 엘리자베스여왕, 사우디 국왕을 비롯해 마더 데레사, 김구, 최규하 등 여러 분야를 초월한 사실주의적 인물화를 그려온 오동희 화백. 국내 사실주의적 인물화의 대가이자, 초상화의 대표작가인 오 화백은 그간 한국을 빛낸 역사적인 위인들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문화예술 및 정·재계인사 들의 초상화를 작업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초상화 의뢰를 받고 있으며 초상화 장르에서는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회화에 대한 해석과 독자적인 표현기법을 연구하며 쉼 없이 전진해온 집념의 오동희 화백.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생의 덧없음을 절실히 느낀다”며 “무엇 하나 이루어 놓은 것 없이 세월만 흐르는 것 같아 더욱 조급해지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60세가 되어 대학원 석사과정을 끝낸 용기와 열정으로 앞으로도 소신을 지키며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