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jjw@

 

보통 저역에 해당하는 악기들은 중·고역처럼 따로 잘 분리되어 들리지는 않으나 그 울림은 장중한 느낌을 내는 특성을 가진다. 저역을 담당하는 대표적 악기 ‘튜바’는 독일 등에서는 관현악과 솔로 곡에 있어 F조의 것을 사용하며, 영국에서는 블레이클리의 보정식(D.J.Blaikley 1846-1936, Boosey Automatic System) 구조의 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3개의 밸브와, 또 하나의 왼손 제2지로 조작하는 밸브를 가진 Eb조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오늘날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대부분 CC Tuba를 사용하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관악인이자 세계적 튜바 연주자로 성가를 얻고 있는 중앙대학교 관현악과 허재영 교수는 국내 최고의 튜바 연주자로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약 20년간 튜바 연주자로 활동해 왔다. 허 교수는 삶과 음악을 관통하는 본질적 명제에 관해 말한다. “열심히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아니다. 악기연주도 반복적인 연습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원리를 제대로 알고 좋은 연주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해야 한다. 연습이 중요하지만 연습을 위한 연습보단 연구를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며 “노력도 어떠한 방식의 노력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허 교수는 “모든 악기의 구조자체가 과학적이기 때문에 과학적이며 물리적인 원리의 사고로 접근해야 하며, 이를 이해하고 느끼는 동시에 깨달음을 가져야 음악적 완성에 도달할 수 있으며 또한 음악의 본질은 계산이고 음표와 쉼표는 곧 숫자이며 숫자를 외우기보다는 공식을 발견하고 응용,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음악 뿐 아니라 삶의 성찰에 있어서도 같이 이해될 수 있다. 보통 클래식은 어렵게 느껴진다. 일부 매니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유럽의 문화 차이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인데, 대중화를 위해서 적극 나서고 있는 음악인이 많지 않은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재영 교수는 국내 최초로 튜바 독주회를 개최한바 있으며 오는 11월4일(수) 오후8시, 예술의전당에서 제 31회 튜바 독주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허 교수는 이전 독주회에서 대중들의 귀에 익숙한 영화 OST와 대중가요를 튜바로 연주하여 재미를 더하고, 직접 노래도 부르는 이벤트를 준비해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4장의 튜바& 유포니움 Live CD를 발매하기도한 그는 세계적인 관악기 작곡자인 Barton Cummings로부터 'Suite for Tuba No.4'를 헌정 받았고 'Concerto for Tuba and Concert Band' 세계초연을 위촉받기도 했다. 독일의 세계적인 악기회사인 Miraphone Tuba의 Artist 이기도 한 허재영 교수는 악기의 원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면서 연주하는 것과 시간투자로 단련되는 기술, 두 가지의 방법론을 제시한 교육철학으로 유명하다. 그의 열정은 교육의 결과로도 탄생된다. 최근 그의 제자들이 4명이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기도 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또 한 제자는 유포니움 전공자로서는 국내 최초이자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 전공생 최초로 국제 관악 콩쿠르에 입상하기도 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 메시지를 튜바로 표현하며 언제나 함께해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 것이 음악”이라고 말하는 허재영 교수는 2008년, 음악대학 연구업적 최우수 교수로 선정된 바 있다. 2010년에는 제 2회 대한민국 사회공헌 교육부문 대상과 2011년, Y News 예술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에는 한국음악평론가협회에서 선정한 제28회 서울음악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 튜바. 유포니움 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허재영 교수는 “튜바 음악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해 연주회의 다이내믹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다양한 퍼포먼스나 타악기와의 합주 등을 통해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계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허 교수는 “젊은 음악 세대들이 사회에 나가 국·공립 음악관련 단체에 소속돼 활동하게 되면 그나마 보수가 안정적이고 신분도 보장되는 편이지만 이마저도 채용인원이 한정적이고 입직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문화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생계대책형 복지제도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허재영 교수는 “튜바를 연주하는 예술인으로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메시지를 모두 튜바로 표현한다. 음악은 내 삶의 반려이지만 언제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음악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며 음악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NM

 

▲ 허재영 교수는 악기의 원리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하면서 연주하는 것과 시간투자로 단련되는 기술, 두 가지의 방법론을 제시한 교육철학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