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가 지난 9월 6일 상임위 활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여야 모두 친서민 정책 추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주요 쟁점 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는 반환점을 돈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 여부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은 올해 정기국회는 이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야당의 총공세를 예상하면서 적지 않은 위기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주문하면서 자신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후반기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안 처리 두고 여야 첨예한 대립 예고
법제처는 2010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민생·경제 관련 법률안 54건을 ‘정부중점 법률안’으로 정하고 해당 법안의 국회 처리 대책을 마련해 9월 7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선정한 국회통과 필요 법률안에는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 및 국가지식재산 시행계획의 수립 근거를 마련한 ‘지식재산기본법’ 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제지원, 학원수강료 공개, 퇴직연금제도 운영의 유연성 강화 및 근로자 수급권 강화 등 민생 관련 법률안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법제처는 설명했다. 54건의 정부중점법안 중 45건은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으며 9건은 아직 미제출 상태로 소관부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률안의 조속한 국회제출을 위해 각종 세법 등 예산부수 법률안은 10월2일까지, 정기국회 통과가 필요한 다른 법률도 국회 일정상 10월초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당정협의와 정책설명회 등을 열고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법제처도 정기국회 통과 필요 법률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입법예고 단계에서부터 사전심사를 병행하고, 부처 간에 법리상 이견 등으로 지연될 경우 적극적인 조정을 통해 법률안이 국회에 조기에 제출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입법추진 예정 법률안은 8월말 기준으로 453건이며 이 중 47%에 해당하는 212건이 국회에 제출됐고 나머지 241건(53%)은 아직 정부 내 입법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실용의 국정기조를 실현할 161개 중점 처리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등록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2012년까지 유예하는 ‘소득세법’,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청소년보호법’ 등이다. 민주당도 ‘민생희망 40개 법안’을 골라 우선 처리키로 했다. ‘유통산업발전법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안’, ‘주택임대차보호법안’, 무상급식 추진을 위한 ‘학교급식법안’, ‘영유아보육법안’, ‘실업자 구제촉진 및 소득지원법안’,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안’ 등이다. 여야는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꼽히는 SSM 규제법안 처리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관련 법안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SSM 규제법안을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안’과 동시에 처리하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안’ 처리는 미루기로 했다. 또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적극 추진하려는 집시법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을 ‘MB악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저지할 계획이다.

국정감사가 최대 분수령 될 듯

▲ 정기국회 100일간의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사진은 지난 9월 1일 박희태 국회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9월 정기국회는 오는 10월 4일부터 20일 동안 열릴 국정감사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사회경제적 양극화 심화 ▲정권실세의 국정농단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대북정책의 실패 등 전방위적 대여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영포라인’으로 불리는 현 정부 실세들이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개입, 민간인사찰 등 각종 구설수에 대한 폭로전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상득 의원은 정계은퇴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여당 내 일부 소장파 의원들도 정권말기로 갈수록 수습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민간일 사찰 파문 등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정기국회의 핵심현안은 ▲개헌 및 선거구제개편 논란 ▲4대강 예산 조정 ▲친서민 민생입법 등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진다. 여권핵심부가 계속 제기하고 있는 ‘개헌론’은 여야의 역학관계 등을 고려할 때 논의가 본격화되기에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총대를 메고 “개헌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했지만 박근혜, 손학규 등 여야의 잠재적 대권후보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다. 개헌논의 과정에서 ‘선거구제 개편’ 등 하위의 이슈가 부상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상득 이재오 등 현정권 핵심인사들이 최근 ‘권역별비례대표제’를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고, 야당도 크게 반대할 명분이 없어 여야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주제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 정기국회도 있어 시간은 여유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기국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부딪힐 현안은 ‘4대강 예산’이 될 전망이다.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이미 “이번 정기국회는 4대강 국회”라고 선언하고, ‘4대강 검증특위’ 구성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가 9조 5000억원 가량의 4대강 관련 예산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 상당수도 예산삭감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실제 예산조정여부가 관심이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법안 등 이른바 ‘친서민 민생입법’의 도입여부도 관심이다. 여야는 민생입법에 대한 적극적인 제도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청년실업 문제와 소득양극화 등 경제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누기 위한 정부의 각종 친서민 정책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정기국회 최대 쟁점은 개헌과 4대강 사업

▲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9월 5일 “개헌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사가 주도하면 안 되고, 어차피 여야 합의가 없으면 안 되는 만큼 여야가 공동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문제와 4대강 사업은 이번 정기국회 최대 쟁점 중 하나다. 우선 개헌은 정기국회를 넘기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여권 주류가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다만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모든 정치·사회적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의 불투명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친이계 주류가 개헌을 언급한 데 이어 지난 9월 1일에는 정권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밝혔다. 반면 '박근혜'라는 유력 차기 주자를 보유한 친박 진영은 여권 주류의 개헌론이 박근혜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반응 또한 미지근하다. 민주당은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여당의 정략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어 논의 테이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이명박 정부 하에서 개헌은 정치선진화를 빙자한 권력 나눠먹기”라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도 쟁점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반대가 정략적”이라면서 4대강 관련 예산을 사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다른 야당과 공조, 4대강 검증특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특히 “4대강 사업 예산이 지나치다”며 보와 준설 분야의 예산을 축소해서 치수목적 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8조6000억원 가량의 지출을 줄여 민생복지 예산으로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의 화두로 친서민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서민경제 살리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걸고 이번 정기국회 중점법안 161건을 선정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민생과 서민에 올인하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며 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사회 구현과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도 ‘민생희망 40개 법안’을 선정, 여당에 선점당한 친(親)서민 이미지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부자감세 철회와 4대강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해 민생·복지 예산으로 돌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본 입장도 확정했다. 최대 쟁점은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꼽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이다. SSM 규제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 처리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문제는 SSM 가맹점을 사업 조정대상에 포함시키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이다. 한나라당은 이 법안이 한·EU(유럽연합) FTA 비준안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 ▲집시법 개정안 ▲북한인권법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통신비밀보호법 등도 여야 간 입장차가 크다. 집시법 개정안은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통신비밀보호법과 북한인권법 등과 대표적인 MB악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한미 FTA 비준안 역시 한나라당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조속한 비준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세운 반면, 민주당은 농업분야의 피해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면서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헌과 4대강 사업예산안 두고 여야 격돌

▲ 4대강 사업을 ‘역사적 과업’으로 지칭한 한나라당은 정부 예산 규모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4대강 예산을 삭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4대강 사업예산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격돌하고 있으며, 주요 민생법안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개헌론의 부상은 엄청난 폭발력과 함께 다양한 ‘경우의 수’로 조합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정국의 향배를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백가쟁명식 언급이 잇따르면서 한동안 잠복해 있던 개헌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당과 정파마다 입장이 제각각인데다 여권 주류가 주도하는 개헌론에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와 야권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9월 5일 “개헌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사가 주도하면 안 되고, 어차피 여야 합의가 없으면 안 되는 만큼 여야가 공동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의원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가 논의를 주도하되 이 모임이 국회 개헌특위로 발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개헌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정부 여당의 개헌론이 정략적이 아니냐는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는 지난 9월 3일 국회방송에서 “(여권이) 4대강 문제 해결과 함께 개헌 문제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나오면 논의할 생각이 있지만 진실성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개헌의 동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한편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4대강 국회’로 규정하고 내년도 예산의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어 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4대강 사업을 ‘역사적 과업’으로 지칭한 한나라당은 정부 예산 규모를 사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4대강에 집중된 예산을 민생예산으로 전환하겠다며 공세를 고삐를 조이고 있다. 사업의 핵심인 보(洑)와 준설 규모에 대해 한나라당은 손댈 수 없는 것으로 못 박아 놓고 있으나 민주당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며 대폭 축소하거나 전면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민주당의 ‘국회 4대강검증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정치공세로 일축하면서 토목공사의 속성상 예산절감을 위해서라도 공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하천 경계로부터 2km 안팎의 지역에서 주택·관광시설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친구수역활용특별법안까지 발의된 상태여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 한나라당 간사인 최구식 의원은 “강은 가장 정비가 뒤쳐진 분야”라며 “다른 건설·토목사업은 괜찮은데 유독 강에 대한 사업은 안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지난 9월 3일 “4대강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개헌 등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총력 저지를 예고했다. 이는 개헌과 4대강을 연계한 것으로 ‘주고 받기식’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 보겠다는 것이나 한나라당이 4대강에 대해 워낙 강경한 입장이어서 여의치 않은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도 4대강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지만 않으면 민주당의 일부 주장을 수용,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쪽이나 민주당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은 ‘서민경제 살리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정기국회 5대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우며 관련 입법과 예산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은 저소득·저신용계층 자활 지원, 소비자 권익, 중소기업 판로 지원, 도심지내 주택공급 등을 위한 24개 ‘친서민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에 포함시켰다. 특히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적극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국회를 ‘평범한 국민을 위한 대안국회’로 규정하고 서민을 위한 수권정당의 면모를 확실히 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생희망 40개 법안’을 선정,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를 위해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 여기에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은 물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 보호법’, 무상급식을 위한 ‘학교급식법’,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민주당은 여권의 친서민 행보를 ‘가짜 친서민’으로 깎아내리며 예산심사와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현 정부 들어 복지 예산 등 지원이 실질적으로 늘었다며 야당에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맞서고 있다. 여야는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법안과 집회·시위법 개정안, 북한인권법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통신비밀보호법 등을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어 격돌이 불가피하다. 특히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과 모든 전기통신장비에 대한 감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북한인권법 등의 경우 민주당은 ‘MB악법’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막겠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중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여야의 친서민 민생 정책 방향 달라

▲ 민주당은 SSM 규제법안을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안’과 동시에 처리하기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와 전병헌 정책위의장, 노현송 강서구청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난 9월 5일 오후 강서구 염창동 SSM 입점에 따른 중소유통 피해현장을 방문해 소상공인들로 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

9월 정기국회를 맞아 여야 모두 친서민 민생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방향성에는 차이가 있다. 경제 분야 중점 추진법안이 서로 달라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는 한국가스공사가 독점한 발전용 천연가스 도입에 신규 민간업자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놓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면 경쟁력이 향상돼 대외협상력이 강화되고 도입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민주당은 신규사업자가 진입한다 해도 여러 가지 여건상 대기업만이 뛰어들 수 있고, 결국 과점시장을 만들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하도급거래관련법을 고쳐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지우자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반대다. 농협의 신용(금융)과 경제사업(유통·축산업)을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도 여야의 시각은 엇갈린다. 지주회사 설립에 필요한 출자금의 규모 등을 놓고 현재 정부와 농협이 팽팽하게 줄다리기 중이다. 농협법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중점 법안 중 하나로 선정한 상태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농림수산식품위에서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 또 파생상품 거래세를 0.001％ 부여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과 한국은행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은 기획재정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로 회부됐지만, 기재위와 정무위 간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본회의 처리는 불투명하다. 기획재정위원회는 2012년부터 33％로 낮출 예정인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 구간 세율을 현행 35％로 유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2012년부터 20％로 낮출 예정인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현행 22％로 유지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또 2010년 일몰이 도래하는 50개 감면제도 중 19개를 폐지·축소하는 ‘조세특례제한법’, 다자녀 추가공제를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매출액 200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에 대해 가업상속 공제를 확대하는 상속·증여세법,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2012년까지 유예하는 ‘소득세법’ 등도 추진된다.

정기국회의 또 다른 쟁점 사학법 개정

▲ 한나라당이 사학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에 시동을 걸고 나선 데 대해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사학법 개정이 정기국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군현 원내수석 부대표는 지난 9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사학법과 교육감선거 전면재검토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사학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에 시동을 걸고 나선 데 대해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사학법 개정이 정기국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사학비리 차단 목적으로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이에 반대했던 한나라당은 두 달여 간의 장외투쟁도 불사할 만큼 여야간 대립이 첨예한 사안이다. 한나라당은 18대 총선 공약이었음을 강조하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사학법을 재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당내에서도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불거지는 등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사학법 개정 문제에 불을 지핀 것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다. 조전혁 의원은 지난 9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학법 부분은 한나라당이 총선, 대선에서 수없이 약속한 것으로, 18대 국회에서 개정하지 않으면 의리 없는 당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며 “사학법 관련해서는 당론으로 채택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조전혁 의원은 개방형 이사제, 대학평의원회, 교원인사위원회 제도 등을 폐지하고 사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확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학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당 지도부도 조전혁 의원에 힘을 실었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9월 10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에 사학법 개정안을 추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조전혁 의원이 발의 예정인 사학법 개정안은 일부 내용을 수정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사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건학이념·정신을 살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반드시 사학법이 재개정돼야 한다”며 “교과위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은 사학법 개정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며 결사 저지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정치·사회 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까지도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사학법을 개정하려 한다면 결사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한나라당의 주장은 사학에 대한 공적 규제를 완전히 풀어버리고 사학을 진정한 개인재산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그간 수많은 사학에서 비리가 발생해 그 구성원들이 당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런 정책을 내놓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교육개악 기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