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의 핵심 국정운영으로 ‘공정한 사회’를 강조했다. 하지만 8·8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줄줄이 낙마한 데 이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외교부 채용 특혜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공정사회가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유명환 장관 딸의 채용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공정사회 국정기조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채용 특혜 논란은 ‘반칙과 특권을 없애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는 공정사회 개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명환 장관 딸 특혜 채용 논란

▲ 딸의 특혜채용 파문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결국 낙마했다.

외교통상부가 최근 FTA(자유무역협정) 통상 전문계약직(5급) 1명을 특채로 채용하면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딸을 합격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특채는 필기시험이 아닌 서류(1차)와 면접(2차)을 통해 선발하기 때문에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2일 밤 유 장관 딸의 특혜 채용 여부를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특채에 합격한 유 장관의 딸 유모(35)씨는 7월 1일 FTA 통상 전문계약직 한 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외교부는 그달 16일 저녁 7시 30분 “적격자가 없다”며 유씨를 포함한 전원을 탈락시켰다. 유씨가 당시 제출했던 어학 성적증명서는 서류전형 요건에 해당하는 시효가 지나 탈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적격자 없음’을 공고한 1시간 뒤인 7월 16일 저녁 8시 30분 재공고를 내면서 1차 공고와 같은 채용 조건을 내걸었고, 이번에는 여섯 명이 지원해 그중 세 명이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1차 합격자 세 명 중 한 명에 유씨가 포함됐다. 유씨는 재공고일인 7월 16일부터 서류 제출 마감일은 8월 11일 사이에 어학 성적증명서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유씨가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처음 1차 서류전형 지원자 여덟 명을 모두 탈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외교부는 유씨를 포함한 세 명을 상대로 2차 면접을 했고, 지난 8월 31일 유씨를 최종 합격시켰다. 면접에는 외교부 관계자 두 명과 외부 관계자 세 명이 참여했다. 유 장관은 딸의 지원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간부들에게 “공정하게 심사해달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측은 “1차 공고 때 전원 탈락시킨 것은 서류전형 요건에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면접도 공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측은 “장관의 자녀라고 시험 볼 자격조차 안 줄 순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장관의 자녀가 공채도 아닌 특채에 응시하는 순간 공정성 논란은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특별감사 결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는 딸을 위한 ‘맞춤형 전형’인 것으로 드러났다. 첫 공고 때 영어성적 미달로 탈락된 유 장관 딸을 위해 재공고 서류 접수 마감 시한을 영어성적표 발표 다음 날까지 연장했다. 그런가 하면 통상 전문가를 뽑는 이번 시험에서 ‘석사 후 2년 경력자’를 지원 요건으로 추가했다. 유 장관 딸이 합격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행안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외교부는 과거 특채에서는 영어 성적으로 텝스와 토플 등을 함께 인정했지만, 이번 특채에서는 유 장관 딸이 제출한 텝스로 한정했다. 외교부는 지난 7월 1일 특채 공고를 낸 뒤 유 장관 딸을 포함해 모든 응시자가 지원 요건에 맞지 않아 탈락하자 7월16일 재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유 장관의 딸은 7월20일과 마감 하루 전날인 8월10일에 나온 두 가지의 텝스 성적표를 제출했다. 두 번째 성적이 첫 번째보다 56점 더 높았으며, 응시자 중 최고 성적이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의 조윤명 인사실장은 “통상 첫 공고 뒤 재공고는 10~15일 정도로 짧게 하는데 이번에는 26일이 지난 8월 11일에 접수를 종료했다”며 “사실상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상 관련 법적 분쟁을 다루는 자유무역협정(FTA) 담당자를 선발하면서 업무 유관성이 높은 변호사는 아예 배제하고 ‘석사 후 2년 경력자’를 추가한 것도 문제가 됐다. 석사 출신에 외교부에서 일한 유 장관 딸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교부는 심사과정에서도 편파적으로 유 장관 딸에게 후한 점수를 몰아줬다. 총 5명인 시험위원 중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외부위원들(3명)은 2순위자에게 총점 기준으로 2점을 더 부여했다. 하지만 내부위원 2명은 장관 딸에게 만점에 가까운 19점씩을 주었고, 2순위자에게는 12점과 17점을 주었다. 결과적으로 유 장관 딸이 7점을 더 받아 합격하게 만든 것이다. 아울러 유 장관 딸과는 직접 상관이 없지만 외교부는 첫 공고 당시에는 ‘영문 에디터’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반면, 재공고 때는 이와 유사한 ‘번역사’ 경력을 인정했다. 이처럼 유 장관 딸이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유 장관의 최측근인 한충희 인사기획관이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상 응시자를 미리 아는 자는 시험위원이 될 수 없다. 하지만 한 기획관은 ‘장관의 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서류 및 면접 시험위원으로 참여했다. 특히 시험위원은 기관장이 임명토록 돼 있지만 한 기획관은 내부결재 없이 이를 임의로 결정했다. 한 기획관과 함께 내부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은 재외공관장 출신 인사로 그 역시 장관 딸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그는 장관 딸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감사와 관련해 행안부는 “법령을 위반한 인사담당자(한 기획관)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도 장관의 직접 지시 등 윗선 의혹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행안부는 또 다른 특혜의혹을 받는 다른 외교관 자녀 7명에 대해서도 확인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불명예 하차

▲ 외교부는 지난 7월 1일 특채 공고를 낸 뒤 유 장관 딸을 포함해 모든 응시자가 지원 요건에 맞지 않아 탈락하자 7월16일 재공고를 냈다

딸의 특혜채용 파문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결국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을 초기부터 진두지휘하며 숱한 고비를 넘겨온 ‘최장수 장관’ 중 한명이지만 예기치 못한 돌출악재에 따라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불명예 하차’하게 됐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9월 4일 오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기까지는 악화된 여론의 흐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딸 특혜 논란’은 지난 9월 2일 저녁 언론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지난 8월 31일 실시한 5급 사무관 특별 채용에서 유 장관의 딸이 다른 후보자를 제치고 ‘나홀로 합격’된 것.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네티즌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비난 여론은 갈수록 거세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제기됐고, ‘분노’한 네티즌들의 비난 공세 속에 외교부 홈페이지는 수시로 다운되기도 했다. 9월 3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유 장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다만 “장관의 딸이면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하는 등 가급적 ‘공정한 심사’를 강조하려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내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거쳐 유 장관은 ‘솔직한 사과와 해명’을 했다. 유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 딸의 특채 응모를 취소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특히 외교부가 유 장관 딸의 특채를 위해 공모요건을 변경했다는 주장과 유 장관 딸이 과거에 부적절하게 근무했다는 등 의혹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후반기에 강조한 ‘공정한 사회’와 거리가 먼 처신이라는 점에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특혜 논란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이 ‘개탄’하며 경위조사를 지시하고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이 이어지면서 유 장관의 거취 표명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행정안전부는 즉각 특별인사감사팀을 외교부로 보내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유 장관 딸의 채용경위와 과정 및 절차를 집중 조사했다. 안팎으로 조여 오는 압박 속에 유 장관과 참모들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방어에 나섰으나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유 장관은 9월 3일 밤부터 이미 사퇴 의사를 굳히고 청와대측과 전화로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유 장관으로서는 당장 9월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급 워크숍과 9월 7일로 예정됐던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참석 등도 부담이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신각수 외교1차관과 천영우 외교2차관 등 주요 간부들은 9월 4일 오전부터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했고, 이후 유 장관은 “마음을 비웠다”는 자신의 심중을 전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김영선 대변인이 ‘사의표명’을 공식 발표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음을 공개했다. 유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심을 하면서도 오는 11월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 문제를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도마 위에 오른 외교관 특채 제도

▲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의혹을 계기로 외교관 특채 제도와 외무고시 2부 시험(현재의 영어 능통자 전형)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의혹을 계기로 외교관 특채 제도와 외무고시 2부 시험(현재의 영어 능통자 전형)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3일 유 장관의 딸 채용 경위 감사에 나선 행정안전부가 전·현직 고위 외교관 자녀 7명의 채용경위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유 장관 딸 특채 파문은 특채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간 외교부 특채와 2부 시험 제도는 선발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 두 시험이 외교관 자녀 등용문으로 활용돼왔다는 사회 일각의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외교부 특채의 경우 외부 전문가 영입이라는 취지에서 실시돼왔다. 하지만 외교부 특성상 공모 과정에서 어학능력이나 해외 경험이 자격 요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외경험이 풍부한 외교관 자녀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외교부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직 5급 사무관 특채의 응시 요건도 유 장관 딸의 응시에 맞춰 자격이 완화됐다는 의혹이 있다. 외교부는 “이번 학력 및 경력 요건 변경은 계약직 공무규정에 따라 변경된 것으로, 일부를 채용 예정직의 특성에 맞춰 변경했다”고 말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치러진 외시2부 시험은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 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해 형평성 논란을 불렀다. 이 조건 역시 외교관 자녀에게 유리했다. 이로 인해 7년 동안 외무고시 2부 시험의 합격자 중 41%가 3급 이상 고위직 외교관의 자녀였다. 매년 세 명의 합격자 중 한두 명씩의 외교관 자녀가 채용된 것은 누가 봐도 공평하지 않다. 결국 외교부는 1차 시험에서 2과목, 2차 시험에서 4과목 등 상대적으로 적은 과목의 시험을 치르는 외시2부 시험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이를 폐지하고 ‘영어 능통자 전형’을 시행하고 있다. 외시1부는 1차 시험에서 5과목, 2차 시험에서 6과목을 치른다. 시험 과목이 적으면 한국에서의 수학 경험이 적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외교부는 “행정안전부가 외시 2부 시험 및 영어 능통자 전형의 공고부터 채용까지 전 과정을 주관하므로 외교관 특혜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의 어떤 해명도 국민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당장 유장관 딸 파문에 대한 행안부의 특별감사에서 여러 의혹이 한꺼번에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1차 공고에서 대상자를 전원 탈락시키고 2차 공고를 다시 실시한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 고위관계자가 2차 공고 과정에서 면접관 구성에 개입한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안다”며 “2명의 외교부 출신 면접관 중 1명은 소위 유 장관 라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가 순혈주의를 고수하면서 부내 모든 인사권 등을 독식해온 게 이번 파문의 배경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외교부가 국민 입장에 서서 판단하지 못했다”면서 “장관 재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외교부를 사적인 조직으로 판단해 자녀를 특채할 경우의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 내분으로까지 비화되는 조짐 보여

▲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 외교통상부 강당에서 열린 유명환 전 장관 딸 특채 비리 관련 직원조회에서 외교부 직원들이 신각수 제1차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9월 6일 행정안전부가 유명환 외교장관 딸의 특별채용에 관한 특별인사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는 사태 초기 외교부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했다”며 반박하고 유 장관이 직접 “장관의 딸이면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고 해명한 것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했다. 유 장관 딸 특채 파문은 외교부 내분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지난 9월 6일 오전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임재홍 기획조정실장은 “내가 무슨 일을 진두지휘했나, 나는 단지 담당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알았을 뿐인데 왜 등 뒤에서 칼을 꽂나”라고 발끈해 회의석상이 발칵 뒤집혔다는 후문이다. 유 장관의 낙마로 신각수 1차관이 대신 주재하던 회의에서다. 임 실장은 일부 언론에 자신이 특채 사건을 총지휘한 것처럼 보도된 데 불만을 표시하며 “나는 지휘체계상 인사기획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밖에 없는데 누가 의도적으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내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조직이 단합하고 차분히 감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렇게 없는 얘기를 지어내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당시 회의 참석자는 “외교부 역사상 이런 일로 얼굴을 붉히며 공식 회의석상에서 언성을 높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나는 유 장관 딸이 응시원서를 낸 뒤에야 실무선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알았다”며 “내가 특채를 진두지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주변에선 지휘체계상 임 실장이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을 유 장관의 최측근인 신각수 차관이 총지휘하고 한충희 인사기획관이 전면에서 실무를 맡았다는 얘기가 엇갈리고 있다. 신 차관은 유 장관의 서울고·서울법대 직속 후배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신 차관이 이번 ‘장관 딸 특채’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책임론의 칼끝은 외교부 최고위선으로 향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신 차관은 회의에서 “외교부가 위기 상황이다. 국민의 신뢰와도 관계되는 위기상황”이라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함으로써 외교부가 거듭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진력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특채제도 공정성 결여된 것이 문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9월 7일 전체회의에서도 예상대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외교부의 특채제도 공정성 결여를 한 목소리로 지적하면서 인사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회의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유 전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신각수 제1차관과 인사 실무자들에 대한 증인 선서를 요구하고,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도 펼쳐졌다. 첫 질의자로 나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지금 시중에서 학부모들이 ‘장관이나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다 차지할 텐데, 뼈 빠지게 돈 벌어 자녀교육을 시켜서 뭐하느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외교부의 특채 불공정 문제를 다그쳤다. 그는 이번 외교부 인사 파동이 유 전 외교장관 딸을 위한 ‘맞춤형 특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FTA(자유무역협정) 담당자를 이같이 선정한 것은 국익을 침해할 우려마저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이번 ‘장관 딸 채용비리 사건’은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서로 짜고 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사실상 유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밖에 볼 수밖에 없어 검찰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교장관 출신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그동안 외교부의 인사정책 전부가 잘못된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면서 “외교부는 정정당당히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하고 사실이 아닌 것은 아니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외교부 내에서) 외무고시 출신자만 모이니까 특채제도를 통해 보완하자는 취지가 아니었느냐”면서 “지금껏 특채된 사람 중에서 문제가 된 사람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회의에서는 또 2013년부터 비학위 특수과정인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매년 외교관 50명을 선발하는 것을 둘러싸고도 의원들간의 입장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이번 특별채용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듯이 외교아카데미 제가 기존 사법고시를 대체한 로스쿨로 가는 형태가 아닌 개악으로 가는 게 아니냐”면서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우려했다. 하지만 같은 당 홍정욱 의원은 “해외에서 국익을 대변하기 위해 국제NGO나 국제기구, 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헌신한 젊은이들에게 채용의 문이 열린다면 이를 비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외교아카데미제 도입에 찬성했다. 홍 의원은 이어 “국제NGO나 국제기구, 국제협력단에서 활약한 젊은이들에게는 외교아카데미 선발시 가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유명환 장관 딸의 채용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공정사회 국정기조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외교부 특채 행태는 판도라의 상자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 딸의 특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6년에도 외교부 5급 특채 공고에서 떨어진 대사의 딸 등 고위관료의 자녀 2명을 재공고를 통해 특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게다가 당시 최종합격자에 대한 공고가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돼 있는 등 누군가에 의한 조직적인 증거인멸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9월 8일 “지난 2006년 5급 특채 공고를 냈지만 실제 합격자들은 6급으로 발령내고, 그 특채과정에서 떨어진 고위관료 자녀 2명은 5급으로 발령을 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외교부의 특채행태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판도라의 상자 같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외교부는 외교통상부 공고 ‘제2006-37호’에 따라 5급 공채 공고를 냈으나 최종합격자 중 일부는 6급으로 채용했고, 20일 후 다시 새로운 공고를 해 앞서 탈락했던 외교부 내 고위관료의 자녀들을 5급으로 채용했다. 즉 1차로 진행된 5급 특채 합격자들은 6급으로 발령내고, 1차 특채에서 떨어진 고위관료 자녀는 재 특채 공고를 통해 5급으로 뽑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앞선 채용 때는 면접 및 필기시험(주관식 논술형)으로 평가했지만 새로운 공고(제2006-52호)에는 면접시험만으로 평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변인은 이 같은 제보내용을 공개하면서 “외교부는 이번 유명환 장관의 딸 특별채용에만 문제가 있었을 뿐 지금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하게 항변하고 있으나 유명환 장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문제가 있는 특별채용은 수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보를 받고 외교부의 홈페이지 채용공고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문제가 된 새로운 공고는 첨부파일에 공고문 대신 이력서 양식이 첨부되어 있어 외교부가 이와 관련해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한 서류전형 합격자 및 면접시험 시행계획에는 제2006-21호 공고문이 첨부되어 있고, 다른 채용 때와는 달리 최종합격자에 대한 공고도 삭제되고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외교부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고,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이 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다”며 “외교부는 물론 행정각부와 산하기관까지 공직선발과정과 그 결과에 대한 대규모 감사가 필요하며 감사원이 제대로 못한다면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라도 특채의 과오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