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명장 단아 박광천 선생의 행보가 화제다. 제12회 신미술대전 대상, 제13회 한국예술대제전 종합대상, 뉴질랜드의회 초대전, 한국우수작가 초대전,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박광천 선생은 폴란드 대사 및 주한미8군 부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황태일 기자 hti@

투철한 장인 정신으로 한국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잇고 있는 단아 박광천 선생. 그는 여주군 선정 제3대 도예명장으로, 자신만의 독자적 예술세계를 작품을 통해 펼치고 있다. 단아 박광천 선생은 100개의 작품에서 단 한 점의 작품을 건지기 위해서라면 가차 없이 99개의 작품을 망치로 깨버리는 도공의 고집스러운 면모도 보인다.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흠잡을 데가 없다 하더라도 도공의 혼이 스며있지 않으면 그 작품은 불가마를 나오는 순간 생명을 다한다. 오늘도 예술혼을 불사르며 도자기를 빚고 있는 단아 선생을 만나 보았다.

조상의 숨결 숨 쉬는 전통의 맥 잇다

▲ 단아 박광천 선생

1954년 강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단아 박광천 선생. 초등학교 시절 불조심 포스터, 환경미화 그림을 도맡았을 정도로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그러나 그의 부친은 “환쟁이는 장차 밥 빌어먹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림 그리는 것을 반대했다. 단아 선생은 그러한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몰래 그림을 그리다가 지게작대기로 얻어맞기 일쑤였다. 1975년 우연히 고향 후배를 만난 그는 인천의 도자기공장인 고암도예에서 그림에 소질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그곳에서 4년 간 화공으로 일을 했다. 1979년 여주에 귀향해 해동도예에서 흙을 다지는 꼬박사부터 물레성형까지 처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문화재 화공 164호인 이인호 선생의 사사를 받았다. 그 후 1990년 지금의 자리에 전원도예를 설립해 45년 째 도예 외길 인생을 걷고 있다. 단아 선생은 “도자기에 제일 중요한 핵심 요소는 질 좋은 흙이다”면서 “흙과 물 그리고 불의 오묘한 조화 속에 도공의 숨결 따라 혼을 불사르면 색다른 흙의 세계가 펼쳐지는 종합예술품이 탄생한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숨 쉬는 전통적인 맥을 잇는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손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작품들은 하나같이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듯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단아 선생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생명의 근원 쌍태동호, 밤의 제왕 부엉이문 접시, 조선백자 천지호, 포도문호, 호리병 복도깨비, 상감철화화장토 투계, 청화백자 투계, 상감철화화장토 백호민화도용준, 상감철화화장토 십장생, 상감철화화장토 취매도, 백자청화 연문호, 백자투계용준, 백자청화 달마호랑이 등으로 작품에는 박 명장의 힘찬 붓놀림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특히 상감철화화장토는 박 명장이 수십 년간 연구해 온 소지와 상감, 철토를 사용하여 비색청자와 분청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오묘함과 백자, 청자, 분청을 한 작품에서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오로지 박 명장만이 빚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도자 장르를 개척한, 전통과 현대를 담은 시공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깊은 산속과 여주 등 일원에서 채취한 태토와 철토 등을 재료로 삼아 상감기법과 산수화, 사군자 및 문인화 등 추상화된 초문, 죽문, 용문, 당초문 등이 자유분방하게 표현되어 있는 상감철화화장토는 단아 박광천 명장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도자기 통해 후세에 여주의 이야기 전하다

▲ 상감철화 화장토 무궁화문호

(사)한국희망연맹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단아 선생은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에 여주도자기협동조합에서 이사직을 맡아 활동하며 지역 내 도자기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 조합 차원에서 운영해온 ‘도공제 행사’를 20여 년 동안 개최하는데 앞장서왔다. 그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애향심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단아 선생은 “나는 여주에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여주를 도자기에 담고 있다”면서 “명승지인 신륵사, 영릉, 영월루 등을 대상으로 현장엣 스케치 작업을 통해 기물표현을 입힌다. 이런 그림이 담긴 작품은 우리 여주의 역사를 기록하고 후세들에게 여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월9일 신륵사 도자기 엑스포장에서 가질 개인전 준비에 한창인 그는 전통도자기체험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단아 선생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시간이 지나면 꺼지게 마련이고 아무리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도 시들기 마련이다”면서 “도자기는 수천 년 수만 년의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고 제작 당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의 인생을 도자기에 담고 우리 여주의 역사를 후세들에게 전설이 아닌 지금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