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여 권의 장서가 빼곡이 책장에 정돈된 곳, 작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아야 하는 곳. 바로 도서관이다. 최근 전남대학교 도서관이 이러한 도서관의 이미지를 과감히 깨뜨리고 변신을 시도해 화제다.

▲ 전남대 중앙도서관의 변화를 시도한 것은 지난 2008년 최초의 여성 도서관장으로 임명된 이정애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다

전남대 중앙도서관 1층에 위치한 ‘서지향’은 중앙도서관 안의 작은 도서관이다. 감미로운 음악과 커피향이 감돌고 그 주위로 수백여 권의 책이 꽂혀 있는 서지향은 기존에 휴게실로 사용되던 공간의 일부를 커피전문점에 임대해주면서 나머지 공간은 책과 탁자, 컴퓨터를 설치하고 책을 갖춰놓음으로써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중앙도서관에 북카페 도입
전남대 중앙도서관의 변화를 시도한 것은 지난 2008년 최초의 여자 도서관장으로 임명된 이정애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다.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끊임없는 사유와 자기 성찰을 통해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지향을 만든 이 관장은 “서지향은 도서관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면 누구든지 책을 읽고 휴식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사람과 책의 만남을 통한 문화적 소통을 추구하려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도서관이 단순히 시험공부를 하고 책을 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머리와 마음을 풍성하게 해주는 문화공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 관장은 책 중심의 도서관 개념에서 벗어나 지식과 정보,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북카페’를 생각했다. 하지만 도서관의 변신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바로 북카페에 비치할 책들이 문제였다. 그는 “서울에서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북카페의 형식을 빌려오긴 하되 소설위주의 책보다는 인문, 사회학 서적을 비치하기로 했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책 구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오랜 고심 끝에 서지향에 비치할 책들을 외부로부터 기증을 받기로 결심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가 백방으로 뛰어다닌 덕분에 이기웅 파주 출판도시 이사장(도서출판 열화당)이 300여 권, 최진수 전대 의대 교수가 200여 권 기증, 전대 동문인 기노석 원장(기노석 흉부외과의원)과 허성희 원장(허성희 이비인후과의원)의 기부금 등 주변의 많은 도움과 지원으로 지난해 11월 서지향이 드디어 문을 열 수 있었다. 현재 도서관 속 작은 도서관이라 불리는 서지향에는 주로 문학과 예술, 특히 호남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서적들로 현재 800여 권의 장서가 비치되어 언제든지 꺼내 있고 주제토론을 할 수 있다. 지난 1995년부터 보건에 관련된 책, 논문, 자료 등을 모아서 외부로 서비스하는 과학재단의 ‘연구정보센터’를 8년간 운영해 온 이 관장은 “도서관은 하드웨어적인 건물이 아닌 기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교수, 학생 등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제공하는 봉사자로서의 역할 ▲지식관리센터로서 기본 장서 확충은 물론 특화 주제 분야의 자료수집, 전남대 생산 지식자원 콘텐츠를 구축해 학술정보개발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으로 도서관 환경 개선, 지역사회와의 연계, 분관과의 상호협조체제 구축 등 크게 3가지 역할을 하는 도서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끊임없는 사유와 자기 성찰을 통해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서지향

맞춤형 프로그램인 학과전문 사서제 도입해 큰 호응
이정애 관장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 경쟁력은 지식”이라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다. 기존 도서관의 자료를 관리 보존하는 데서 벗어나, 대학 도서관의 존재 가치를 재인식하고, 지식을 창출하는 학문적인 공간으로서의 모태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관장은 ‘서지향’의 문을 연 것에 만족하지 않고 최근 ‘서지향 프로젝트(책읽는 전남대생)’를 추진하는 등 책읽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관장은 “서지향에서 커피 등을 마시면 1%금액을 모아 책 구입비용에 사용할 수 있게 1%제도를 업자와 계약했다”면서 “학생들이 사먹은 돈이 학생들에게 다시 쓰이는 셈이다. 이뿐 아니라 이곳에서 읽은 책의 감상 등을 적어 게시판에 남기거나 도서관 홈페이지에 쓰면 무료쿠폰 등을 나눠주는 등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장은 오는 11월, 서지향 개설 1주년에는 저자를 초청해 낭독회를 개최하고 음악콘서트도 추진할 계획이며, 이 밖에도 도서전시회와 북 콘서트 등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한편 이 관장은 전문사서의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을 시작점으로 해 특화된 전공분야의 교육,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인 학과전문 사서제를 도입해 교수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전남대 도서관의 특성화 사업으로 ‘호남지역 고문헌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송광사, 불갑사, 개인문중 소장 자료들(송강 정철 등)에 대한 원문을 구축하여 일부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의학교육 분야의 연구와 교육활동에도 뛰어난 업적을 인정받아 ‘한국의학교육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이정애 관장은 “책을 통해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면서 “학생들,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