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현재의 남북관계를 ‘치킨게임’에 비유한다. 박 대표는 “세계 전사(戰史)를 보면 지금 남북 상황과 같이 명시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오히려 상대를 안심시켜 놓고 방심한 틈을 이용해 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 박상학 대표는 서울에 정착한 후 남한 사회에서 호흡하며 친북 종북 세력들에 대해 “진짜 빨갱이는 확실하게 전향할 수 있지만 이곳의 자생 빨갱이는 절대로 전향이 안된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전했다.

박상학 대표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전쟁 발발설이 온라인을 떠돌고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전해지는 ‘두려움’을 물리치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체제 유지와 승계구도 구축이라는 우선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차원에서 현 상황을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북한 상류층도 철저한 선전 선동에 속아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드러난 증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사과는 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한 일이 아니라고 계속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천안함 침몰이 북의 어뢰공격 때문이라는 합동조사 발표 후 박 대표는 백령도 심청각에서 천안함 사건 내용이 담긴 대북전단 50만 장과 연평해전 동영상 CD 1000장, 휴대용 라디오 600개, 1달러 지폐 3000장을 날려 보냈다. 그는 “천안함 침몰은 주적의 어뢰에 의해 46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됐는데도 왜 한국사회가 무관심하고 침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남한은) 왜 북으로부터 계속 당하기만 하고 말도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들을 날조하여 유포하고 이를 믿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니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헷갈릴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탈북하기 전 부친이 북한 노동당 35호실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온 지배계층에서 성장한 박 대표는 부친 덕에 10년씩 복무해야 하는 군대도 6개월만에 제대할 정도로 특혜를 누렸다. 출신 성분이 좋은 노동당 간부의 아들이었던 그는 김책공대에서 무선 공학을 전공한 후 출세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0년 온 가족이 탈북을 했다. 박 대표는 “북한 상류층에 속해 있었지만 철저한 선전 선동에 속아 살았다”면서 “88올림픽 때는 ‘독립국이 못된 미제의 식민지에서 어떻게 올림픽이 열릴 수 있느냐’고 의심했었다. 탈북하기 전 북한에서 재일 동포들로부터, 남조선이 일본의 70~80%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었다”고 덧붙였다. 탈북 후 서울대학교 모바일 연구소에서 2년간 근무하다 북한 NGO활동에 깊이 빠졌다. 박 대표는 그동안 대북전단을 통해 6.25남침을 비롯해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1968), 판문점 도끼만행(1976), 이웅산묘소 테러(1983), KAL기 폭파(1987), 금강산 관광객 조준사살(2008) 등 온갖 만행의 진상을 알렸다. 특히 지난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9.9절에는 대북전단이 김일성 광장에 떨어져 난리가 났다. 그는 “‘김정일을 고발합니다’라는 전단에는 특수절도죄, 특수강간 미성년자 폭행죄, 경력기만, 특수사기죄, 납치와 특수살인죄, 특수 정치범 등 김정일의 5대 범죄를 기록해 북의 지도층까지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뉴욕에서 부시 前 미국 대통령 내외와 만나고 있다

대북전단으로 북한 내 민주화 갈망 분위기 조성
박상학 대표는 서울에 정착한 후 남한 사회에서 호흡하며 친북 종북 세력들에 대해 “진짜 빨갱이는 확실하게 전향할 수 있지만 이곳의 자생 빨갱이는 절대로 전향이 안된다는 사실을 느꼈다”면서 “한강 물을 마시고 사는 사람들이 평양의 대동강 물을 마시는 사람들보다 더욱 김정일에게 충성하려는 것 같다”는 우려했다. 박 대표는 ‘전단 배포로 북한 내부로부터 민주화를 갈망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북전단 배포로 이전 정권에서 그는 10여 차례가 넘는 조사를 받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서부터는 국방부에서 찾아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최근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이 계속해서 우리 정부를 도발하는 것에 대해 박 대표는 “북한의 반응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이라면서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나온 상황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조건 감싸는 것은 잘못된 버릇을 심어준다.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앞으로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남북 대치 국면을 푸는 첩경이 될 것”이라면서 “군사적 제재는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일차적 수단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북전단으로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단 보내기 운동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