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인사동에서는 ‘Lovely Moment-Emotion’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주제만큼이나 아름다운 작품들로 화제가 되었던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 박상천은 자신의 화면을 보다 업그레이드하고 결정적 시도를 보여주었다고 호평을 받았다.

▲ 박 화백은 진지한 붓질과 섬세한 구성을 탄탄하게 구축해 작품세계를 펼친다

온화하며 환상적인 색채의 조화를 통해 생명의 근원에 대한 메시지를 화폭에 담아온 여류화가 박상천은 초대 개인전 ‘Lovely Moment-Emotion’에서 변화된 형상과 선들의 조화 속에서 꿈을 꾸고 생명의 생성, 소멸의 순간들, 일상의 변하는 미묘한 감정들로 절묘하게 포착했다.

회화의 본질과 근원 파악하려는 끊임없는 시도
미술평론가 김종근은 일찍이 그만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세계로 주목받은 폴 클레에 대한 표현을 빌어 “그린다는 의미의 깊은 근원까지 파고들어 거기서 회화의 본질과 근원을 파악하려는 태도가 바로 박상천 화백의 작업 태도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꽃, 나무, 새, 동물 등과 함께 서식하며 점과 선, 자연의 소리 혹은 감정의 조형적인 요소들과 혼재하면서 이미지를 표출해내는 박 화백은 진지한 붓질과 섬세한 구성을 탄탄하게 구축해 작품세계를 펼친다. 그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생명에 대한 기호들은 환상적이며 은은한 이야기들이 내포 되어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듯 해도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함이 눈에 띄게 매력적이다. 연작시리즈인 <Lovely Moment>는 인간내면의 무의식 속에서  상상의 세계를 날고 싶어 하는 비상의 의식을 드러낸다. 새는 곧 자신의 잃어버린 실존을 대변하며 삶의 늪에서 침묵한 채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자신의 알레고리를 꽃과 함께 환희를 동반한 해맑은 주변 이미지를 통해 등장한다.
자연속의 대상들을 모티브로 심아 조형적인 기호및 점, 선, 패턴등의 다채로운 이미지로  등장하는 미지의 세계이자 꿈과 신화에서나 가능한 세계가 화폭에서 펼쳐진다. <Lovely Moment> 시리즈의 작품들은 인간의 삶과 일상을 연결해 체험된 긴 과정 간의 작으면서도 큰 세계가 혼합되어 큰 표현을 이루는 것으로  “아름다운 시간(Lovely Moment)’은 생성·소멸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즉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고 박화백은  설명했다.
생명은 따뜻하다. 그 따뜻함을 잉태하는 순간을 묘사하듯 작품의 이미지는 미지의 세계이자 환상의 자연으로 다가온다. 인위적인 문명의 흔적을 작품 속에서 배제한 이미지들은 하나의 생명을 조화시키면서 다양한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평론가 김복영은 박 화백의 <Lovely Moment>에 대해 “ 암바 레드, 버트시에나, 그린을 통해 형상되고 대조적으로 노랑과 흰색의 대비를 강조함으로서 신화의 표정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한다”면서 “역동적 구성이 돋보이는 가운데 화선지, 마대, 박스같은 오브제의 꼴라주가 이루어지고 종이죽, 아크릴, 과슈, 오일을 곁들임으로써 혼합매체의 가능성을 크게 부각한다”고 평한 바 있다.

독특한 상상의 세계를 우주화시켜
생명의 떨림을 간드러지듯 표현하고 그 속에 담긴 고결함을 아낌없이 끌어올려 따스하고 담백하며 환상적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상천 화백. 홍익대 미대를 졸업 후 안양미술협회, 한국수채화협회,아카데미, 상형전 등에 소속되어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이어 더깊이 미술에 대한 학문을 넓히기 위해 대학원을 진학하여 자신의 세계를 확고히 다졌다,  그는 270여 차례 국내외 초대전과 아트페어 및 14회 개인전을 가진 중견 여류 작가다.

지난 1996년 두 번째 개인전인 <생명의 떨림>을 가진 이후 줄곧 생명이라는 연속성 아래 다양한 매체, 표면적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붓질 하나 하나 소홀함이 없는 조형미를 보여주면서 우리의 고유 문양과 음양의 철학을 녹여낸 그만의 독특한 상상의 세계를 우주화시킨다.  그는 보자기에서 한국적 문양을 접목시키고 딱지에서 염색체나 마을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중 Lovely Moment-맥 은 가운데 태극을 나타내고 음과양의 조화인 우주자연의 궁극적 생성원리로 창조적 우주관을 중심으로 향하는 상상의 세계로 그려내고 4괘-감,건,곤,리를 하늘과 땅인 우주로 생동감있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박상천 화백의 내면에는 사람들이 그림을 어떻게 보는가 보다는 그가 놓아둔 형식들을 통해 그의 그림 속으로 들어오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 화백에게 있어 예술이란 상징형식처럼 현실의 나타냄이 아니라 꿈과 사색에 이르는 과정인 동시에 발견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상상의 세계를 향해 날고 싶어 하는 비상의식이 잠재되어 있다”고 말하는 박 화백.은 실제로 존재하는 “불사조”를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삼족오와 연결해 모티브로 한국적인 문화의 느낌을 살려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생명의 귀중함을 고결하게 담아내고 싶어 하는 그의 끊임없는 창작욕구가 앞으로 또 어떠한 작품으로 표현되어 우리를 찾아올지 사뭇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