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결혼의 증가로 늘어난 다문화 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의 장벽인 것으로 조사됐다. 3백여 세대의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1.4%가 한국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를 꼽았다.

▲ 박 교수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감안해 정책적 지원과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어는 세계 속에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결혼 이민자의 60% 가량은 한국어 교육 시설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지만 남편이 한국인인 경우 43%는 배우자 국가의 언어를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해 다문화 가정의 언어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교육책 마련이 시급하다.

글로벌 한국어 교육 중점적으로 연구해
최근 보건복지가족부의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 지원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912명 중 언어 발달 상태가 지연·지체 또는 장애로 나타난 아동은 349명(38.2%)이다. 언어 발달 지연을 겪고 있는 아동의 절반가량이 또래와 1년 이상 격차가 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연령이 높아질수록 언어 발달 지연의 정도가 심했다. 조사 대상 어린이 중 2세 아동은 80%가 정상 범위에 속했지만, 6세 어린이는 30%대로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이후 국제 결혼은 매년 국내 결혼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급속하게 다문화사회로 옮겨 가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은 이제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으로 가까워졌다. 언어장벽을 허물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780만 명. 국내 거주 외국인도 12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 머물거나 생활하면서 높은 언어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최근 다문화가정의 증가로 한국어 교육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면서 한국어의 세계화에 대한 움직임을 조명하고 글로벌 한국어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박창원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박 교수는 “다문화 가정의 사람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고 살기 위해서는 진정한 ‘한국화’ 뿐 아니라 모국의 것을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이끌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6월 군산대학교와 한국언어학회가 주관한 2010 하계학술대회에서 박창원 교수는 ‘한국적 다문화에 대한 언어생태학적 접근’을 주제로 결혼 이민자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한국어 및 한국 문화교육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최근 5~6년 사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아지고 국가적 재정 지원의 필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국가적 지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 일본, 미국 등지에서 우리 동포들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익히듯 국내에 자리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익히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의 모국어도 잘하게끔 이끌어야 한다”면서 “한국어와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주민의 국가를 중요시하고 그들의 언어가 말살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며, 한국어를 중심으로 하되 그들의 권익과 생존권을 보장하고 같이 공존해야 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 국어대회 토론왕 선발대회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활성화 이루어져야
글로벌 한국어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박창원 교수는 전국 국어문화원 연합회의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어문화원은 전 국민의 국어사용 능력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언어 문제를 전문적으로 상담해 주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어 교육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사업 중 가장 중점적인 것은 ‘국어대회’로 전국의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황금사전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토론왕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토론왕 선발대회’를 통해 사회적 쟁점을 통합·조정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함양하고, 올바른 토론문화 정착을 위한 대회이고, ‘황금사전 선발대회’는 모국어 사랑을 심어주고, 어휘력을 함양하여 언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훈련을 하기 위한 대회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투리 경연 대회’를 개최해 각 지역 방언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국어 문화의 보고인 사투리의 정리와 보존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러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창원 교수는 “ 한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이론적 연구와 제도적 실천 방안 등에 대한 연구가 미비하여 많은 사업들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때그때 일회적인 사업으로 한정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담당하기 위한 법률적 제도를 마련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예산과 인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해 정책과 인식의 전환 필요해
박 교수는 “최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어 열풍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역별 맞춤식 한국어 학술활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한국어 교육의 좌표가 불확실한 실정”이라면서 “이에 대한 노력과 투자 방안 모색은 계속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중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치게 하고, 대학의 입시과목에 한국어가 포함되는 것”라고 말하는 박 교수는 실제로 미국에 있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미국 소재의 한국어진흥재단과 협조하여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연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난 7월 13일부터 7월 말까지 3주동안 한국 사회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또한 박 교수는 미국의 정규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들을 초빙하여 열흘 정도씩 연수하는 연수회를 몇 년째 계속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을 하는 박 교수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묻자 한 마디로 “재원 확보이죠.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매년 이 돈을 마련하느랴 정말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세상은 결코 영어중심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중심으로 세계를 만들어야 된다. 남의 것부터 가져오려는 습성이 바로 현재 국어의 위치이자 모습인데 이는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면서 “학자들이 학문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한국어의 발전, 한국어 교육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국민의 의식수준을 감안해 정책적 지원과 활성화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어는 세계 속에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