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완성시켜주는 맞춤 슈트. 나만을 위한 맞춤형 옷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나를 위한 것’을 선호하는 포미족(for-me)이 증가하고 있는 오늘날 정장 또한 나만의 맞춤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 당시 연세대 영문과에 재학하며 영어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던 박 대표의 아들 승필씨가 “40년 간 이어온 아버지의 기술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일을 돕겠다고 나섰다.

최근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개성을 살린 패션을 추구하는 남성 소비자들의 파워가 증가하면서 맞춤형 정장이 인기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자리 잡고 있는 맞춤 양복점 ‘엘부림’ 역시 작고 평범한 동네 양복점처럼 보이지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온 20~30대의 젊은이들이다. 아버지와 아들 2대가 함께 운영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엘부림’을 찾았다.

아버지의 기술과 아들의 감각이 만나다
‘엘부림’(www.elburim.com 02 2245 6000)의 박수양 대표는 “우리나라 양복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대단합니다. 한때 세계 기능올림픽에서 무려 12연패한 기록도 있어요. 한국이 출전만 하면 모든 상을 싹쓸이 하니, 한때 양복부문을 아예 경기 종목에서 없애기도 했어요” 라면서 “국내 맞춤 양복이 사양길로 들어선 원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특히 ‘젊은 고객들을 어떻게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였지요. 예전에는 결혼하면 부모님이 양복점으로 예비 신랑을 데리고 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양복을 맞추었는데, 지금은 아들이 아버지를 백화점으로 모시고 가는 세상이잖아요. 젊은 고객을 공략하면 중장년층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한다. 천편일률적인 기성복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요즘 나만을 위한 맞춤 양복을 원하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33㎡ 남짓한 좁은 엘부림 매장에도 주인을 기다리는 양복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이 중에는 개그맨 김대희, 훈남 아나운서 오상진, 탤런트 최주봉 씨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의 표찰도 눈에 띈다. 가게의 벽면에는 최근 정장을 맞춰간 골프스타 양용은, 탤런트 이민우, 가수 홍서범씨의 사진이 붙어 있다. 찾아오는 이가 없어 폐업을 고민하고 있던 2년 전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0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던 월 매출액은 올 들어 6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성공의 뒤에는 40년 경력의 베테랑 양복 기술자 박수양 대표와 가업을 잇기 위해 영어교사의 꿈을 접고 양복점 일에 뛰어든 그 아들 승필 씨의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다. ‘명품 양복’의 대중화를 콘셉트로 명품의 중요한 조건인 환상적인 ‘라인’을 뽑아냈다. 등 부분이 몸의 굴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에스라인의 패턴을 직접 개발, 젊은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양복 한 벌을 만드는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보름 정도. 가격대는 29만원에서부터 100만원이 넘는 것까지 다양하며 셔츠 또한 맞춤 제작한다. 여기에 함께 코디할 수 있는 타이, 커프스 버튼 등의 액세서리도 갖추었다. 또 한 번 방문만으로도 주문, 가봉, 납품이 가능한 올인원시스템으로 남성패션의 토탈화를 시도, 원스톱 쇼핑을 제안하고 제품의 50% 이상을 트렌디한 제품으로 구성해 타사와의 차별화 및 고객에게 토탈 패션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다.

사양길에 접어든 맞춤 양복업의 부활을 위하여
과거 ‘부림양복점’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35년간 양복을 만들어 왔던 박 대표는 성실함과 손재주 덕분에 업계에서는 일찍이 인정받는 양복 장인이었다. 기능경기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했고, 한국맞춤양복기술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사양길로 들어선 맞춤양복 업계가 다양한 디자인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흡수하는 기성복 업체 앞에서는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당시 연세대 영문과에 재학하며 영어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던 박 대표의 아들 승필씨가 “40년 간 이어온 아버지의 기술이 그대로 사장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일을 돕겠다고 나섰다. 학교를 졸업 후 본격적으로 양복점 일에 뛰어들면서 ‘엘부림’을 찾는 고객들은 더욱 늘었다. 홈페이지 개설, 트렌드를 읽기 위한 해외 패션 사이트와 협회에서 나오는 책자들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평소 보지 않는 드라마도 열심히 시청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과거 중장년층 위주였던 고객은 점차 20~30대로 바뀌었다. 승필 씨는 “마케팅을 제대로 하면 ‘양복점’도 살리고 프랜차이즈 사업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고 가업을 잇기로 했다”면서 “값싸고 간편한 기성복에 밀려 맞춤양복이 사양화되고 있지만 품질과 가격만 좋으면 승산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엘부림은 고객관리 프로그램, 가격정찰제, 매장 인테리어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박수양 대표는 “품질이 좋고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면 소비시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일본의 ‘유니클로’처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라면서 “올 연말까지 월 매출 1억원의 매장을 만든 뒤 내년부터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생각입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NM
문의 02 2245 6000 홈페이지 www.elbur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