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나 자신도 통쾌함과 즐거움 맛보고 싶었다”

“영화 <베테랑>은 해봐야 안 될 싸움을 기어이 해볼 만한 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베테랑 형사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이런 형사 한 명쯤 있는 거 좋잖아? 서도철 형사 같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베테랑>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집에서 사고뭉치라고 구박 받지만 항상 내 편이었던 삼촌 같은 그런 존재 함께 응원하고 싶어지는 그들의 시원하고 통쾌한 활약을 즐기시길 바란다.” - 감독 류승완 -

신세영 기자syshin@

영화 <베테랑>이 7월 21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등 개성파 베테랑 배우들의 결합, 그리고 재벌 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다채로운 활약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수많은 언론 매체 및 관계자가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며 영화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입증했다. 특히,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유쾌한 광역수사대의 팀플레이와 찰진 대사는 시종일관 웃음을 이끌었으며, 광역수사대와 재벌 3세의 팽팽한 대결 구도, 풍성한 볼거리의 액션신은 긴박감과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상영 직후에는 다채로운 호평과 찬사가 쏟아져 올 여름 최고의 범죄오락액션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8월 5일 개봉 예정.

베테랑 광역수사대 vs 안하무인 재벌 3세
<베테랑>은 각자 개성과 매력은 다르지만 팀워크만은 일품인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활약으로 유쾌한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돈은 없어도 ‘가오’까지 잃어선 안 된다고 믿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은 남자답고 와일드한 모습 속 투박하지만 속 깊은 인간미로 광역수사대의 주축이 되어 팀을 이끈다. 특히 약자에겐 부드럽고, 강자에겐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는 서도철 캐릭터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상대 앞에서도 앞뒤 재지 않고, 겁먹지 않는 저돌적인 모습으로 <베테랑>만의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이런 서도철 때문에 항상 골치가 아프지만 결정적 순간 힘이 되어주는 20년 경력의 승부사 ‘오팀장’(오달수), 화끈하고 시원한 성격을 지닌 위장 전문 홍일점 ‘미스봉’(장윤주), 순수한 마음씨의 육체파 ‘왕형사’(오대환), 그리고 열의만은 뒤처지지 않는 막내 ‘윤형사’(김시후)까지 타고난 성격도, 실력도, 매력도 다른 팀원들의 입체적 캐릭터와 화학 작용은 <베테랑>의 풍성한 재미를 배가시킨다. 반면 성역에 둘러싸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 오른팔 ‘최상무’(유해진)는 광역수사대와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한 치의 물러섬 없는 팽팽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어떤 압박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오로지 본인 외에는 무엇도 중요하지 않은 안하무인의 조태오와 그를 위해 든든한 백업과 치밀한 계획을 준비하는 최상무는 서늘하면서도 치밀한 캐릭터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베테랑>은 류승완 감독이 실제 취재를 바탕으로 창조한 생생한 에피소드와 대사, 한국 영화계 최고의 액션 베테랑 정두홍 무술 감독과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경쾌한 액션까지 현실감 있는 재미와 볼거리로 쾌감을 증폭시킨다. 대표작 <부당거래>와는 상반된 지점의 새로운 형사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던 류승완 감독은 일선 형사들에 대한 자료 조사와 취재를 통해 캐릭터와 스토리의 현실성을 높였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흥미진진한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 국제 중고차 범죄단 검거 작전을 비롯해 수갑마저 범인에게 직접 차라고 지시하는 ‘서도철’의 엉뚱한 매력, “같은 팀원끼리는 방귀 냄새도 같아야 하는 거야”라는 코믹하면서도 인간미 묻어나는 ‘오팀장’의 찰진 대사 등 취재를 통해 접한 살아 숨 쉬는 에피소드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유머와 위트가 녹아 있는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구축했다.

# 류승완 감독 인터뷰
류승완 감독은 2000년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다찌마와 리> 등 기존에 없던 신선한 액션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 탄탄한 연출력을 선보이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아왔다. 2010년 <부당거래>(276만)에서 날카로운 통찰력과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웰메이드 범죄 영화의 탄생을 알리며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은 2013년 <베를린>(716만)으로 한국 첩보 액션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매 작품마다 리듬과 템포가 살아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진일보한 액션, 허를 찌르는 유머와 연출력으로 한국 액션 영화의 지평을 넓혀 온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을 통해 류승완표 범죄오락액션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류 감독은 “올 여름 다가오는 무더위 속에서 <베테랑>을 보는 두 시간이 관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란다. 광역수사대의 시원한 활약을 고스란히 즐기고 통쾌한 쾌감을 얻어갈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Q. <베테랑>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 <부당거래>, <베를린>까지 연이어 다소 무거운 작품들을 연출하다 보니, 좀 더 유쾌하고 에너지 가득 한 작업을 해 보고 싶었다. <부당거래> 취재 과정에서 실제로 만났던 광역수사대 형사들의 모습, 자신의 일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꾼다고 믿는 전문가, 그야말로 베테랑들의 날 것의 매력을 담아보고자 했다.

Q. 최고의 배우들이 <베테랑>을 위해 뭉쳤다. 캐스팅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베테랑>은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장윤주 등 온전히 배우들의 영화다. 어떠한 영화보다도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영화이기를 바랐고, 나조차도 촬영장에서 순간순간 배우들의 연기에 취해 ‘구경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감정이 절정에 달하는 후반부, 황정민과 유아인 두 배우의 에너지가 충돌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Q. <베테랑>과 유사한 콘셉트로 관객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영화가 <공공의 적>일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차이점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는지, 실제로 그 시리즈가 주는 영향에 대한 부분에 신경 썼는지 궁금하다.
- 우선 90년대 이후 한국영화계는 너무나 훌륭한 형사 영화들을 가지고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나 <공공의 적> 시리즈, <살인의 추억> 등이 그렇다. 형사물이라는 장르영화를 만들면서 그 영화들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다만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있지 않나. 이 배우가 오면 다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소시민 영웅을 원했다. 영화적인 캐릭터보다는 집안의 골칫덩어리 삼촌 같고, 가족이기엔 너무 버거운데 친구로써는 너무 좋은 그런 친숙함. 사람이란 부분에서 기존 영화들과는 좀 다르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가족의 묘사가 저에게는 좀 중요했다. 그냥 선과 악의 집단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어떤 가족주의를 가지고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시다시피 액션과 드라마 상의 세부 묘사들에서 우리 영화만의 개성을 찾으려고 했었다.

Q. 캐릭터들이 매우 풍성하고 영화가 재미있는데, 시리즈로 제작할 생각이 있는지?
- 사실은 작업하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다. 그래서 계속 ‘이 멤버들과 계속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라는 얘기를 했었고, 이 영화를 관객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아직 그것을 시리즈로 준비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조태오의 경우 2편에 나오는 건 좀 그렇지만 3편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최상무도 최사장 정도로 승진해서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Q. <부당거래>의 경우 처음으로 직접 쓰지 않은 시나리오로 작업했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은 감독님이 처음부터 쓴 것으로 알고 있다. <부당거래> 때의 약간 답답한 부분들이 이번에는 많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부당거래>를 하면서부터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
- <부당거래>를 하면서 알게 된 형사들이 실제로 이 영화에 도움을 많이 줬다. 형사들을 만나면서 형사들의 삶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생겼고, 그게 조금 컸던 것 같다. <부당거래>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각색하는 과정이 굉장히 길었고 많은 부분이 바뀌었는데 그때 취재했던 많은 자료들과 만났던 형사들이 준 영향이 좀 오랫동안 남아있었다. 원체 어려서부터 형사 영화를 좋아했다. TV드라마 <수사반장>을 굉장히 좋아했던 추억이 남아있다.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기도 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베를린>을 할 때, 제가 잘 모르는 세계를 다루고 굉장히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은 배우들과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어떤 해소의 측면에서 제가 응원하는 대상이 승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 저의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정의의 가치, 사람에 대한 태도 같은 것을 느낀다. 조금 익숙하고 낡은 가치인 것 같지만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을 법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제가 그런 영화를 통해서 통쾌함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Q. 영화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나 웃음이 터졌던 장면은?
- 기억나는 가장 어려운 스턴트가 오팀장의 운전 장면이었다. 운전을 못하시니 난리도 아니었다. 몇 번을 찍었는데 오케이가 거의 났다가, 배성우씨가 문을 열고 타야 하는 타이밍이었고 타기만 하면 오케이인데 운전하다가 문이 잠긴 거다. 그래서 NG나고, 정말 그 장면은 생각도하기 싫다.

Q. <베테랑>만의 액션 포인트가 있다면?
<베테랑>의 액션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세련된 액션과는 다른 클래식하면서도 시원시원한 타격감이 살아있는 리얼함에 집중했다. 폭력적으로 보이지 말 것, 아무리 격렬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말 것. 이 두 가지에 몰두하면서 각 신마다 캐릭터의 감정에 충실한 액션을 완성해내고자 했다. 또한 광역수사대의 날 것 그대로의 현실감 넘치는 액션과 전문적인 고급 기술을 배운 재벌 3세 조태오가 보여주는 상반된 액션 스타일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Q. 베테랑 광역수사대의 매력을 꼽는다면?
전작인 <부당거래>에서 ‘주양’이라는 캐릭터의 대사 중 “하, 광수대 애들은 커뮤니케이션이 안 돼”라는 대사가 있다. <베테랑>의 광역수사대 팀원들은 이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들이다. 한 번 물면 누구의 방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폭주 기관차 같이 질주하는 사람들, 비록 지구를 지키고 인류를 구할 수는 없지만 내 옆에서 쓰러진 누군가에게 만큼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 광역수사대는 그런 멋이 있는 인물들이다. NM